여기가 찻집이라고요? 찻집인 듯, 찻집 아닌 찻집 같은 너. 아뜰리에안

연희동 한 아늑한 골목, 인스타 담벼락에 자랑하고 싶은 예쁜 카페가 있다. 그런데 카페에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눈을 사로잡는, 벽면을 빼곡하게 장식한 230여 개의 차 원료들. 이 카페. 뭔가 다르다. 그냥 ‘예쁘기만 한’ 인스타 감성 카페가 아니다. 18가지 종류의 차를 마실 수 있는 티 카페, 아뜰리에안의 안시은 대표를 만나봤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를 부탁한다.

A. 뭐라고 소개하는 게 좋을까. 요즘은 수식어가 자꾸 붙는다. 아직은 이렇게 얘기하고 싶다. 프로페셔널 블랜딩 티 마스터 안시은이다.

아뜰리에안은 제주에 1호점이 있고, 지난 2017년 5월 연희동에 2호점을 낸, 커피보다 티가 메인이 되는 티 카페다. 아뜰리에안은 단순한 카페가 아니다. 각종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일반 소비자와 친근하게 교류하고 차를 쉽고 재밌게 알리는 문화 공간이기도 하다.

 

Q. 커피가 아닌 차를 메인으로 하는 카페를 만든 이유는?

A. 카페를 연 가장 큰 목적은 사람들이 차를 많이 마시게 하고 싶어서였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나 보성, 하동같이 역사가 긴 차 밭이 많다. 좋은 차 원료가 많은데 왜 유럽처럼 차 산업이 다양하지 못하느냐는 생각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

 

Q. 아뜰리에안이 타 카페나 프랜차이즈 카페와 차별화된 점은?

A. 아뜰리에안의 차는 과일과 같다. 인공적으로 무언가를 첨가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니까. 우리 카페는 인공 첨가물을 일절 사용하지 않고 디저트를 포함한 모든 것을 수제로 만든다. 다른 카페에서도 흔히 마실 수 있는 차에는 보통 인공 향이 첨가돼 있다. 그러나 우리 차는 향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건강하고 질리지 않는 매력이 있다. 이 차이 때문에 단골손님들은 다른 카페에서 음료를 못 사 드신다고 한다.

사실, 파우더나 큐라소*를 쓰면 원가도 낮아지고 만들기도 편하다. 하지만 우리는 본연의 재료가 가진 맛을 지키기 위해 계속 불편할 예정이다.

 

Q. 아뜰리에안은 순환 비즈니스를 추구하고 있다고 들었다. 순환 비즈니스란 무엇이고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순환 비즈니스는 농사를 짓는 분들과 이익을 순환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는 농사, 마케팅, 판매가 모두 농가에서 이뤄지고 있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다. 때문에 차 산업이 많이 성장할 수 없었다.

아뜰리에안에서 사용되는 차의 규모를 생각한다면, 우리가 직접 농사를 짓는 게 더 이득이다. 하지만 이익을 얻기 위해 다른 사람의 역할을 뺏고 싶지 않다. 농가의 농작물을 사용하면 그 농가는 농사에만 집중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우리는 안정성 있는 차 원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Q. 가게 인기 메뉴는?

A. 차는 ‘진생 앤 진저’가 남녀노소 구분 없이 인기 있다. 특히 요즘 같은 환절기에 면역력을 위해서 드시는 분들이 많다.

다른 음료로는 ‘초코 퐁당’과 ‘벚꽃 에이드’가 인기 있다. 초코 퐁당은 그냥 아이스 초코가 아니다. 음료 바닥에 생 초콜릿이 듬뿍 깔려 있어 우유와 섞어 먹을 수 있다. 벚꽃 에이드에는 실제로 벚꽃이 들어간다. 봄을 남들보다 더 일찍 만나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녹차· 애플 시나몬 팬케이크도 인기다.

 

Q. 차 입문자에게 추천하고 싶은 차는?

A. 상황에 따라 다르게 추천하고 싶다. 전자기기를 자주 보는 사람들에게는 안압을 낮춰주는 국화와 감립이 들어간 맑은 차를 추천한다. 비타민으로 눈이 시원해질 것이다. 공부나 업무로 머리가 복잡하고 잠이 안 올 때는 ‘고요차’나 비타민이 많이 들어가 피부를 맑게 해주는 ‘깨끗차’도 차 입문자에겐 제격이다.

 

Q. 아뜰리에안에게 연희동이란?

A. 연희동은 아뜰리에안과 닮은 장소다. 아뜰리에안의 ‘안’을 한자로 하면 ‘편안할 안(安)’이다. 비록 이곳에는 제주점에서 볼 수 있는 바다 뷰는 없지만, 연희동은 봄에는 벚꽃을, 여름에는 능소화를 볼 수 있다. 여기서 연희동만의 편안한 감성이 나온다. 연희동은 연희동만의 감성이 있다. 잔잔하고 아늑한. 이런 이미지를 봤을 때 아뜰리에안과 연희동은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Q. 아뜰리에안이 어떤 공간이었으면 좋겠는가?

A. 다양한 차를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차를 마시는 일이 하루아침에 자연스러워질 수 없으니까. 커피처럼 차도 손쉽고 아무렇지 않게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바람은 그거다. 차가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레 녹아들었으면 하는.

 

모든 메뉴를 직접 만드는 것, 이익을 포기하고 농가와 상생하는 것은 욕심을 채우기 급급한 오늘날엔 고집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안시은 대표는 고집 있는 대표가 되기로 한다. 우리는 바쁘게 살지 않으면,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불안에 젖는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쉬어가자. 편안한 이곳. 아뜰리에안에서.

 

*큐라소 : 시럽의 일종으로 에이드나 칵테일 등 각종 음료를 만드는 데 쓰인다.

 

글 신은비 기자
god_is_rain@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n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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