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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의 기다림, ‘사과는 없었다’
  • 김유림 기자, 안효근 기자, 김민재 기자
  • 승인 2018.03.25 20:31
  • 호수 1808
  • 댓글 0
▶▶ 우리대학교 외솔관에 위치한 문과대 교수 연구실 복도의 모습.

지난 2017년 12월 학내 곳곳에 문과대 특정학과 A교수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이 게재됐다. 피해 학생들은 A교수의 수업·뒤풀이 중 성희롱을 고발하며 A교수와 학과에 사과를 요구했다. 피해 학생들은 ‘강단에 선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게 선택받는 방식으로 조가 꾸려졌다’며 ‘또한 A교수가 수업 뒤풀이에서 테이블마다 여학생을 한 명씩 앉게 했고 춤을 추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교수는 입장문 내용을 반박하고 사과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또한 학교 측은 미온적 태도를 보여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연이은 사과 요구에도 ‘묵묵부답’



A교수에 대한 피해 학생들의 사과 요구는 지난 2017년 3월부터 시작됐다. 피해 학생들은 ▲학과 간담회 ▲입장문 ▲윤리인권위원회를 통해 1년에 걸쳐 A교수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지금까지도 사과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 2017년 4월 두 차례 진행된 교수-학생간 학과 간담회는 당시 학과장이 피해 학생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열린 것이다. A교수도 참석한 해당 간담회 이후 피해 학생들은 ▲간담회에서 인정한 내용을 빠짐없이 나열할 것 ▲사과의 지연 이유를 명시할 것이 담긴 ‘요구사항’을 A교수에게 전달했다. 피해 학생들은 요구사항에서 ▲공개서면 형식 ▲자보 형식의 사과를 요구했으며, 학교 측에는 사과문 본문을 우리대학교 전체 학생에게 전송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요구사항이 지켜지지 않자 12월 13일 피해 학생들은 사과를 요구하는 입장문을 게재했다. 피해 학생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생들을 기만한 A교수와 학과는 사과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학과 성폭력대책위원회 대표 중 한 명인 B씨는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1·2차 간담회 당시 A교수는 가해사실에 대해 모두 자백했다”며 “그러나 A교수는 요건을 갖춘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B씨는 “A교수는 지난 2017년 1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제적인 방식으로 조를 구성한 것은 두 학기뿐이며, 해당 학기 역시 문제제기가 들어온 뒤 시정했다’고 말하는 등 일부 의혹을 부인했다”며 “그러나 해당 인터뷰는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입장문 게시 후에도 A교수는 묵묵부답이었다. 이에 학과장 C교수는 피해 학생들을 대신해 A교수를 윤리인권위원회에 신고했다. 논의 끝에 윤리인권위원회는 A교수에게 공개 사과를 여러 차례 요청했다. 그러나 A교수는 반박자료를 제출하며 사과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신문사의 인터뷰 요청에 A교수는 “학과장 개인의 무분별하고 경솔한 행위로 인해 본인과 본인의 가족들은 심각한 정신적인 충격과 고통을 겪고 있다”며 답변을 거절했다.

지난 2월 21일 윤리인권위원회는 ‘A교수에 대한 징계 발의’를 결정, 사안을 잠정 종결했다. 의결 내용은 ▲A교수에 대한 징계를 총장에게 건의할 것 ▲A교수는 2018년 말까지 성희롱 예방교육을 10시간 이수하고 증빙자료를 제출할 것이었다. 건의 사유는 ▲조 구성 방식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점 ▲사과를 약속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점 ▲사건 해결에 대한 학교의 노력에 진정성을 보이지 않는 점이었다.

“그러나 학과는 사태를 방치했다”

징계 발의로 사안은 잠정 종결됐지만, 피해 학생들은 학과 내에서 지속적인 피해를 입었다. ▲학과 내 성평등위원회의 사건 묵인 및 방치 ▲학과 차원의 추가적인 노력 부재가 그 이유다.

먼저 지난 2017년 3월 ‘남톡방 성희롱 및 성추행 사건’ 이후 발족한 해당 학과 성평등위원회가 이번 사안에서 유명무실했다는 점이 지적됐다. 피해 학생들은 입장문을 통해 ‘해당 학과 교수로 구성된 성평등위원회는 침묵으로 사태의 지속에 일조했다’며 ‘피해 학생들은 권력 위계 아래에 던져진 채 방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성평등위원 D교수는 “성평등위원회는 사후 조사 기관이 아니라 예방 및 교육에 초점을 두는 기관”이라며 “따라서 입장문이 붙었을 때에야 해당 사건에 대해 인지했고, 사건에 개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피해 학생들을 위한 학과 차원의 추가적인 노력이 없었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해당 학과는 지난 2017년 6월 열린 학과 인사위원회에서 A교수에 대한 무기한 학부강의 개설 금지 처분을 결정하고, 메일을 통해 ‘피해 학생들이 윤리인권위원회에 사안을 제소할 경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B씨는 “윤리인권위원회에 제소한 것은 학과 단위가 아닌 C교수 개인이었다”며 “조사과정에서 학과 차원의 도움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는 추후 ‘학생들이 끊임없이 피해 제보를 했음에도 적절한 중재 및 적극적 조치 없이 상황을 방치했다’는 이유로 윤리인권위원회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았다.

윤리인권위원회,
피해자 인권은 어디에?

사건을 넘겨받은 윤리인권위원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피해 학생들에게 진술을 반복하도록 한 점 ▲의결에 오랜 시간을 소요한 점 ▲논의 일정과 진행상황을 피해 학생들에게 전달하지 않은 점으로 인해 피해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피해 학생들은 윤리인권위원회에 사건을 제소할 당시 C교수에게 ‘진술 반복은 피해 학생들의 고통을 배가할 뿐’이라며 ‘피해 학생들이 윤리인권위원회에서 증언을 반복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을 건 바 있다. 실제로 윤리인권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피해자가 신고인이 아닐 경우 피해자는 출석 및 진술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월 15일과 31일, 피해 학생들은 두 차례에 걸쳐 윤리인권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해야 했다. B씨는 “피해 학생들의 진술서는 학과 인사위원회의 인사 조치 근거로서 효력을 발휘한 바 있다”며 “하지만 윤리인권위원회는 원칙상 해당 진술서가 재진술을 하지 않는 요건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리인권위원회가 결정을 내리는 데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려 학교 측의 공식적인 징계가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B씨는 “문제 해결까지 2주를 넘기지 않는 것이 윤리인권위원회 제소 조건이었다”며 “그러나 2개월이 지난 뒤에야 내려진 결론은 총장에게 A교수 징계를 건의한 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윤리인권위원장 전광석 교수(법학전문대학원·사회보장법)는 “윤리인권위원회는 징계 기관이 아니라 징계 건의를 할지의 여부를 결정할 뿐”이라며 “직접적인 징계 결정은 교원인사위원회와 재단 차원의 징계위원회의 소관이고, 교원인사위원회는 총장 건의가 수락될 경우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징계 건의를 결정하는 기관인 윤리인권위원회에서 약 2개월이 소요된 후에야 사안에 대한 잠정 종결 및 의결을 진행한 것은 상황을 장기화했을 뿐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피해 학생들은 윤리인권위원회로부터 논의 일정과 진행상황을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피해 학생 E씨는 지난 2월 19일 학과장 C교수에게 메일로 ‘1월에 진행된 1차 논의 이후 2차 논의가 예정돼 있었다고 들었지만 이에 대한 어떠한 결과나 일정도 전달받지 못했다’며 ‘윤리인권위원회가 사건에 대한 방조를 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B씨는 “윤리인권위원회의 잠정 종결 결정이 난 현재에도 사건이 총장에게 넘어갔다고 알고 있을 뿐, 진행에 대한 어떠한 사실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학과를 통해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사건에 대한 제대로 된 대응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문과대 성평등위원 박신영(국문·15)씨는 “타 단과대에서도 공론화되지 않은 사례가 많을 것”이라며 “공동체 전체의 반성과 효과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씨는 '우리가 과도한 것을 요구한 것인지 묻고 싶다'며 '긴 시간 동안 고통받아왔으나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오로지 사과뿐'이라고 말했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김유림 기자, 안효근 기자, 김민재 기자  bodo_n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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