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혁신 위해 설립된 원주혁신도시의 명과 암을 짚어보다

지난 2007년 정부는 지방의 균형발전과 지역의 혁신을 촉진한다는 목적 하에 「혁신도시특별법」을 제정함과 동시에 전국 10개 지역에 혁신도시 건설을 추진했다. 이에 원주시에서는 7여년간의 사업 착수 끝에 지난 2014년 원주혁신도시가 건립됐다. 현재 원주혁신도시는 각종 고층 건물들과 주거 단지가 밀집돼 있으며 공공기관 직원들로 붐비고 있다. 이렇듯 발전된 모습의 혁신도시이지만 그 이면에는 ▲부족한 지역인재 채용률 ▲정주여건 부족 등의 문제가 남아있기도 하다. 지역 특성화를 꾀하며 건립된 원주혁신도시의 명과 암을 조명해본다.

 

▶▶원주혁신도시에 위치한 공공기관의 전경.

 

원주혁신도시,

미개발지에 혁신을 가져오다

 

혁신도시는 ▲대학과의 연계성 강화 ▲지역 산업 발전 등을 꾀하며 공공기관 이전 등의 계획을 통해 지역의 변혁을 이끌어내는 데 그 목적을 둔다. 이에 원주혁신도시에는 한국관광공사·대한적십자사‧도로교통공단‧국립과학수사연구원(NFS) 등 총 13개의 공공기관이 이전해 있으며, 각각의 기관 특성에 맞는 국가업무 및 지역과의 연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관할 구역 내의 대학에서 실시하는 교육 및 사업과 혁신도시 내 공기업 간의 연계성을 높이고 있다. 원주혁신도시는 우리대학교 원주캠 보건과학대학의 경우 의료분야 공공기관 관계자가 수업 및 실습을 진행하는 등 대학과 공기업 간의 상호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관계자가 강의하는 ‘의료심사평가론’을 수강한 황소영(보건행정·16)씨는 “보건의료정책 개발 업무에 관한 생생한 경험담을 접하며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며 “신설과목임에도 많은 재학생들의 호응을 끌어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원주캠의 경우 전체 학과의 32.4%에 달하는 보건과학대·원주의과대에서 공기업과 연계한 특별 강의 형태로 세부 전공이 운영된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학생들이 만족감을 표하고 있다.

또한 혁신도시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특정 산업을 특화시키고 있다. 그 중 원주혁신도시의 주력 산업은 의료기기 및 신소재 분야다. 원주혁신도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통합서비스 홍보팀 정회권씨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의료기기 산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건강·생명을 핵으로 하는 지역 생태계에 기여하고 있다”며 “원주로 이전한 타 공공기관들과 지역기술혁신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서도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갈 길 먼

지역 인재 채용 의무화

 

이처럼 혁신도시 내에선 지역 변혁을 목적으로 한 각종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혁신도시의 지역 인재 채용률은 정해진 비율에 아직 이르지 못하는 실정이다. 「혁신도시특별법」 제29조에 따르면 공공기관은 정해진 비율만큼 지역 인재를 채용해야 한다. 지난 2018년 1월 인재 채용률은 18%로 정해졌으며, 이 수치는 매년 3%씩 확대된다. 「2016년 국토교통부 공공기관 채용률」에 의하면 인재 채용률은 부산(27%)‧대구(21.3%)‧경북(17.4%)‧충남(17.3%)‧제주(15.1%)‧전북(13.1%)‧강원(11.4%)‧경남(11.2%)‧울산(7.3%) 등이다. 규정된 인재 채용률을 달성한 곳은 부산·대구 두 지역뿐이다.

일각에서는 「혁신도시특별법」에서 규정하는 채용 제한 요건이 오히려 공공기관의 인재 채용 시 어려움을 유발한다고 지적한다. 「혁신도시특별법」 제29조에 따르면, ‘이전 지역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뒤 다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예정인 사람’은 이전 지역의 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원주혁신도시의 경우 강원도 소재의 대학을 졸업한 학생만이 해당 공공기관에 채용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원주혁신도시 내 공공기관들은 결국 한정된 수의 학생 내에서 정해진 비율의 인재 채용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 정씨는 “30% 수준으로 지역 인재 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은 특정 지역 출신이 편중될 수 있어 기관 입장에서도 부담스럽다”며 “인재 채용을 단순히 기관 책임으로만 맡기기 보다는 정부와 지자체 측면에서도 함께 노력해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주혁신도시, 

아직 제반 시설이 미흡해

 

영국의 경우 약 40년에 걸쳐 혁신도시 건설을 진행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혁신도시가 설립됐다. 단기간에 걸쳐 혁신도시를 수립하다 보니 공공기관의 이전에만 급급해 있었다. 이에 대해 강원연구원 류종현 선임연구원은 “원주혁신도시 계획 시 공공기관 이전이 우선순위였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주 인구의 현지 정착을 위한 제반 시설이 미흡한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교육 시설 ▲편의 시설 등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녀가 있는 가정에게 교육 시설은 이주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온나라 정책연구에서 제공한 「혁신도시 이전기관 종사자 정착방안 연구」에 의하면 혁신도시 종사자들은 ‘자녀의 교육문제’를 이유로 4명 중 1명이 가족동반 이주를 꺼려한다. 하지만 현재 원주혁신도시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각각 1개에 그친다. 교육 시설이 제대로 확충되지 못한 것이다. 이에 자녀를 둔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직원은 “본 거주지인 대치동보다 원주혁신도시 내 교육 시설이 현저히 부족해 홀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편의 시설 및 문화 시설도 거의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터공인중개사 김성하 원주지회장은 “현재 편의 시설을 위한 상가의 임대 및 매매율은 약 20% 정도에 불과하다”며 “공급에 비해 임대 및 매매의 수요가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6개월간 국민건강보험공단 인턴으로 근무했던 최우덕(26)씨는 “여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원주혁신도시의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느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제반 시설 등의 정주여건* 부족 문제는 이주 인구의 정착을 더욱 꺼리게끔 한다. 실제로 원주혁신도시에선 출퇴근 시간대에 셔틀버스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혁신도시에 정착하지 않고 서울-원주를 오가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정부 관계자 A씨는 “혁신도시는 서울에 비해 정주여건이 원활히 형성돼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출퇴근 비율이 높다”며 “특히 서울과의 거리가 2시간 이내인 원주혁신도시의 경우 타 혁신도시에 비해 더욱 높은 출퇴근 비율을 기록한다”고 말했다. 이어 A씨는 “이러한 출퇴근 비율은 혁신 도시의 정착 및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고 덧붙였다. 원주혁신도시에 머무르는 인구가 없자 주변 상권의 피해 또한 상당하다. 국민건강보험 인근 식당 종업원인 엄미령씨는 “평일에는 저녁 8시 30분에 영업을 종료하며 주말에는 아예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며 “수요가 거의 없어 운영 시간을 연장할 필요를 못 느낀다”라고 전했다.

 

지난 3월 1일 원주혁신도시에는 '혁신도시 시즌2' 프로젝트 계획이 발표됐다. 해당 계획과 관련해 류 선임연구원은 “산업의 재정비와 정주여건의 개선이 핵심적으로 요구된다”며 “그 과정에서 지역 인재와 협력하는 산학연 클러스터 등을 적절히 활용하는 등 다양한 자립적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 원주혁신도시가 건립된 지 4년이 채 되지 않은 만큼, 지방의 균형발전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주여건 : 일정한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사는 데 있어 요구되는 각종 조건과 환경들을 의미한다.

 

 

글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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