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부작용 사례 늘어… 겸직 절차 강화하고 사적 영리행위 제한해야

#지난 2010년 1월 우리대학교는 ‘겸직 및 영리활동 금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우리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였던 황상민 교수를 해임했다. 황 교수가 소속 단체장 허가 없이 2004년부터 모 민간연구소의 등기이사직을 겸임했다는 이유였다. 연구비 사용과 자녀 유학비용 대납 등을 법인 카드로 했다는 경제적 이익까지 취했다. 

당시 우리대학교 교무처장 이호근 교수(경영대·정보시스템)은 ‘민간연구소의 임원직을 겸임하면서 황교수는 특정 요일에만 강의하거나 교수회의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는 등 교육공무원으로서의 성실의무를 위반했다’며 ‘학교 입장에서는 교수직 해임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황 교수는 ‘겸직 사실을 단체장에게 승인받아야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항변했다.

 

 

‘공적 기여’를 이유로
허락된 교육공무원의 겸직


겸직이란 ‘본래 직무 이외의 다른 직무를 겸하는 경우’를 말한다. 신분·업무상 겸직이 금지된직종으로 행정공무원이 대표적이다. 행정공무원은 현행 「국가공무원법」 및 「지방공무원법」에 따라 공무 이외의 영리성을 가지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다. 공무원이 공복(公僕)으로서의 책무에만 전념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반면 교육공무원은 행정공무원과 달리 특례가 인정돼 겸직이 가능하다. 이때 교육공무원은 국·공립대학교 등에서 근무 중인 교수·교원 등을 말한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교육공무원은 학생에 대한 교육·지도와 학문 연구에 지장이 없는 선에서 ‘소속 단체장의 허가’를 통해 겸직이 가능하다. 또한 사립대학 교수의 경우 「사립대학법」에 따라 「국가공무원법」의 겸직 조항을 준용한다. 일례로 우리대학교의 경우 겸직 가능 대상을 '본교에 재직 중인 교원'이라 정의한다. 우리대학교에 재직 중인 모든 교수는 학교 규정상 겸직이 가능한 셈이다.

한편 교수는 겸직 분야에 대한 제한이 없다. 학술단체 및 연구소 임원직은 물론 상업·공업·금융업 등까지도 종사할 수 있다. 교슈거 특정 사기업의 사외이사직을 겸해도 합법적인 셈이다. 지난 2014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국·공립대학 교수 99명이 교수직 이외의 직무 117건을 겸직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겸직 직종에는 대기업과 금융권은 물론 예금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 등의 공기업까지 다양하게 포함돼 있었다. 교수에게 겸직 특례를 인정한 이유에 대해 전국국공립대학교수협의회 관계자 A씨는 “지식인 계층에 속하는 교수에게 전문 분야 겸직을 허용해 공적 역할을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본 목적에서 퇴색된 현 겸직 제도
‘사적 영리행위’ 규제가 핵심

 

대학가 관계자들은 ▲교수의 겸직 허가가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교수 본연의 역할에 소흘해지는 점 ▲교수 겸직 특례 조항 자체의 맹점을 비판하고 있다.

교육부의 「2014~2017년 전국 37개 국·공립대 겸직현황」에 따르면 영리행위가 가능한 직무에 대한 교수의 관심은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지난 3년간 국·공립대에서 허가된 총 9천696건의 겸직 허가 중 939건이 사외이사·대표 등 영리성을 지닌 겸직이다. 서울대에선 같은 기간 승인된 1천73건 겸직 중 299건(27.8%)이 사외이사·대표 등이 영리성을 띄었다. 304건에 불과한 학술단체 겸직 허가 건수와 대동소이하다.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 임종일 담당관은 “실제로 각 대학별로 신고한 겸직 현황에 따르면 대학가에서 교수의 연구소 임원 및 사외이사직 겸임은 일반적인 현상이다”라고 전했다. 민간기업에 대한 교수의 겸직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속한 바른미래당 장정숙 의원은 ‘특례의 목적에 맞지 않게 겸직이 무분별하게 허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한 뒤 ‘이런 추세가 지속된다면 교수가 본연의 업무보다 사적 영리행위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고 일갈했다.

교수의 겸직 특례 조항 자체의 맹점도 있다. 겸직을 통해 얻은 수입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해 실제 수입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내 S대학교 교수 270명이 사기업 389곳에서 사외이사직을 겸임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겸직 과정에서 발생한 수입으로 총 62억 7천100만 원을 소속 학교에 신고했다. 교수 1인당 약 2천300만 원씩 벌어들인 셈이다. 이를 두고 대학가 관계자들은 “현 제도에서 겸직을 통해 얻은 수입을 자발적으로 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실제 수입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겸직과 관련한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자 지난 2017년 국회는 「교육공무원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사외이사 등을 겸직하는 교육공무원이 다음 해 1월 말까지 소속 단체에 수입 일체를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조사분석팀 관계자는 “소속 단체장이 교육공무원의 사외이사 겸직 현황 및 보수 등을 일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대학가 관계자들은 더 나아가 사적 영리행위 추구에 대한 규제 강화도 요구하고 있다. 교수의 겸직에서 발생하는 악영향이 대부분 사적 이익 추구 과정에서 기인하는 만큼, 교수 개인의 영리행위를 근절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뜻이다. A씨는 “겸직 과정에서 얻는 보수 일체를 공개하거나 겸직 연봉상한제 등의 도입도 긍정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현행보다 더 세분화된 사적 영리행위 규제 법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수의 겸직 규제 강화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청한 사립대학 교수 B씨는 “영리행위에 대한 규제 필요성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교수의 공적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겸직 규제가 교수가 지니는 공적 역할을 원활히 수행하도록 돕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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