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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서점은 정말 끝났나
  • 정준기 기자, 천건호 기자
  • 승인 2018.03.18 23:29
  • 호수 1807
  • 댓글 1

미국 영화 『유브 갓 메일』에서는 동네 서점을 운영하는 여성과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을 운영하는 남성의 사랑 이야기가 그려진다. 낭만은 스크린에서 끝났고 현실은 달랐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 오늘날 동네 서점이 맞닥뜨린 현실이다. 두 자릿수였던 연간 독서량은 8권 남짓으로 떨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형 온라인 서점은 시장을 장악했다. 프랜차이즈 서점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등의 변화를 꾀했다. 동네 서점이 설 곳은 좁아졌고 상권은 더욱 위축됐다. “동네 서점의 시대는 끝났다”라는 비관적인 목소리마저 들린다. 지난 20년간 동네 서점이 겪어온 고난의 길이다.

온라인·프랜차이즈 서점 강세 속
이중고(苦) 겪는 동네 서점

‘동네 서점 위기론’은 수년째 대두되고 있다. 동네 서점이 위기에 직면하게 된 주된 원인으로는 ▲온라인 서점 ▲프랜차이즈 서점의 약진 등이 꼽힌다.

온라인 서점은 접근용이성과 간편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17 국민독서실태조사」에 의하면 사람들이 책을 구입하는 장소 중 대형 온라인 서점이 차지하는 비율은 62.2%에 달했다. 10.6%에 그친 동네 서점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높은 이용률을 기반으로 대형 온라인 서점의 매출액은 급성장했다. 한국출판물저작권연구소의 「출판산업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온라인 서점이 서적류 판매로 벌어들인 수입은 총 1조 9천932억 원이다. 지난 2016년에 비해 약 10% 증가한 수치다.

복합문화공간으로 발돋움한 프랜차이즈 서점 또한 동네 서점의 생존을 위협한다. 더 이상 프랜차이즈 서점은 단순히 책만 판매하는 곳에 그치지 않는다. 전자기기 등의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고 각종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는 책만 파는 동네 서점에게는 치명적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복합문화공간 형식의 6대 프랜차이즈 서점 매출액은 1조 6천460억 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오프라인 서점이 기록한 총 매출액의 60% 이상에 해당한다. 오프라인 서점 수입의 절반 이상이 6대 프랜차이즈 서점 몫인 셈이다.

두 거인 사이에서 동네 서점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1994년 5천700여 곳에 육박했던 동네 서점은 2013년 불과 1천700곳으로 줄었다. 10년 사이에 70% 가량 폐업했다. 출판업계에서 동네 서점은 끝이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청계천 헌책방거리에서 헌책방을 운영 중인 ‘상현서림’ 이응민 사장은 “대형 프랜차이즈 서점 한 곳에서만 하루에 책 몇 만 권이 오고가는 상황에서 동네 서점은 책 한두 권밖에 못 팔 때가 부지기수다”라고 전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의 모습이다.


동네 서점, 다시 시작

이런 상황에서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노력은 공적 영역과 민간 차원에서 이어지고 있다. 활동의 초점은 동네 서점의 ▲안정적인 수익 보장 ▲차별화된 콘텐츠 창출 등에 맞춰져있다.

#자자체 예산으로 동네 서점에서 책 구매를?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공적 영역의 노력으로는 ‘희망도서 바로대출 서비스(아래 바로대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전라남도·세종시에서 진행 중이다. 바로대출 서비스는 읽고 싶은 책을 동네 서점에서 대출하면 지차체에서 해당 책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후 시민이 대출한 서점으로 책을 반납하면 해당 책은 근처 도서관으로 배치된다.

민간 서점을 공공도서관처럼 활용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바로대출 서비스의 효과는 상당히 긍정적이다. 우선 지역 시민은 원하는 책을 도서관뿐만 아니라 서점에서도 빌릴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독서율도 상승했다. 바로대출 서비스를 시행 중인 수원시의 도서관사업소에 따르면 도서관 이용자 수는 지난 2010년 499만 명이었지만, 해당 서비스를 시행한 2017년에는 770만 명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책 대출이 곧 구매로 이어지는 시스템 상 동네 서점의 매출액 또한 큰 폭으로 늘어났다. 실제로 바로대출 서비스를 가장 초기에 도입한 지자체 중 하나인 부천시는 매년 도서구입비 예산 중 절반 이상을 동네 서점의 책 구매비용으로 쓰고 있다. 부천서점업협의회 관계자는 “부천시에 위치한 동네 서점 13곳 모두 바로대출 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라며 “지자체에서 대형 서점이 아닌 동네 서점의 책을 구매하는 방식이 동네 서점에게는 재정적으로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책 고수’가 골라주는 헌책, 설레어함 프로젝트

동네 서점을 살리기 위한 민간의 노력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선 ‘설레어함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는 한때 헌책방이 200여 곳 이상 입주했을 만큼 번성한 거리였다. 그러나 지난 2000년대 초반 ‘알라딘’과 같은 대형 중고서점이 성장하면서 점포 수는 거듭 감소했다. 현재 20여 곳의 헌책방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 다시 활기를 불어 넣은 프로젝트가 바로 설레어함이다. 설레어함이란 헌책 3권과 헌책방 사장님들의 편지가 담긴 상자를 말한다. 6가지 카테고리 중 소비자가 희망하는 테마를 고르면 헌책방 사장이 테마에 맞는 헌책을 설레어함에 담아 배송하는 구조다.

청계천 헌책방 거리 사장들은 자타공인 ‘책 고수’다. 이들에게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알맞은 책을 추천하는 일은 무엇보다 쉽다. 설레어함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다. 이 사장은 “40년 이상 헌책방을 운영하다 보니, 대형 서점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보다 훨씬 전문적이다”라며 “설레어함에 대한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이유도 책 선정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연륜 때문”이라고 밝혔다.

설레어함 프로젝트가 낳는 경제적 효과 또한 상당하다. 설레어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우리대학교 경영대학 소속 ‘인엑터스 연세’의 팀장 현지윤(영문·14)씨는 “프로젝트가 시작된 후 1년 동안 헌책 3천여 권을 판매해 1천300만 원의 수익을 달성했다”며 “계절별로 편차가 있지만 월 최소 100권에서 800권까지 주문이 들어온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이어 현 팀장은 “헌책방 판매보다 설레어함 수입액이 더 많은 곳도 있다”며 “최근 들어 정기구독을 하는 충성고객도 많이 생겼다”고 덧붙였다.

각계에서 이어진 '동네 서점 살리기' 프로젝트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했다. 프로젝트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도출했다. 동네 서점을 향한 정부와 지자체, 민간 영역의 지속저긴 과님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정준기 기자, 천건호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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