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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일의 농성, 그 끝에 함성
  • 김유림 기자, 하은진 기자
  • 승인 2018.03.17 23:31
  • 호수 1807
  • 댓글 0
▶▶ 지난 13일, 학교 측에게 협상 제의를 받은 후 정문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모습.

57일간 이어진 농성 끝 합의
앞으로 전개될 상황에 귀추 주목

지난 13일 학교 측과 노동자 측이 합의에 성공하며 청소·경비노동자(아래 노동자) 구조조정 반대 농성이 끝을 맺었다. 1월 16일 본관점거와 농성을 시작한 지 57일 만이다. 이번 합의를 통해 ▲도급업체 철수 ▲정년퇴직자로 인한 결원 일부 충원이 결정됐다.

학교 측과 노동자 측,
도급업체 철수·신규채용 등에 합의해

지난 2017년 12월 31일 학교 측과 용역업체 측은 31명의 청소·경비노동자 정년퇴직자로 인한 공석을 충원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학교 측의 결정에 노동자 측은 ▲도급업체 철수 ▲신규채용을 요구하며 본관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왔다. 뿐만 아니라 학위수여식·졸업예배 등 각종 학내 행사에서 선전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학교 측은 ▲재정 위기 ▲적정 노동인력 규모 등의 근거를 들어 신규채용을 할 수 없음을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삼보일배 선전전을 예정했던 노동자들에게 학교 측이 협상을 제안하며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최다혜 조직부장은 “학교 측에서 먼저 교섭 제의가 들어왔다”며 “이에 따라 예정돼 있던 선전전을 취소하고, 학교와의 대화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를 이룸에 따라 학교 측은 도급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해당 업체에 고용된 시간제 노동자 전원을 철수시켰다. 이에 따라 정년퇴직으로 인한 노동자 결원은 신규채용된 10명의 전일제 노동자가 메울 예정이다. 총무처 김우성 총무부처장은 “10명의 신규채용노동자 중 8명은 기존 용역업체에서, 2명은 신규 용역업체에서 채용할 계획”이라며 “현재 새로운 용역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입찰 공고를 낸 상태”라고 말했다. 기존에 학교 측이 내세웠던 재정 문제에 대해 김 부처장은 “신규채용으로 인한 비용은 학교 운영비에서 지출하게 되므로, 다른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과 노동자 측은 이번 합의를 위해 서로 양보했다는 입장이다. 김 부처장은 “노동자 측에서 요구해왔던 15명 이상의 인원을 신규채용할 경우 적정 노동인력 규모를 넘어설 것이라 판단했다”며 “이번 신규채용으로 인해 연간 약 3억 원의 비용이 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최 조직부장은 “노동자 측은 교섭과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접점을 찾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며 “때문에 기존에 요구하던 15명 이상 충원에서 10명 충원으로 양보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최 조직부장은 “정년퇴직자 전원에 대한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학교 측은 앞으로도 노동자 측과 성실히 합의에 임할 것을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번 합의에 대해 김정이(생디·15.5)씨는 “노동자 측에서 오랜 시간 노력을 통해 얻은 결과물이라 생각한다”며 “결과를 하나씩 얻어가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고 말했다.

올해는 넘겼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은 어디에?

일각에서는 학교가 먼저 합의를 제안한 데에는 사회적 분위기가 한몫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 조직부장은 “청와대·교육부 관계자들이 직접 학교를 방문한 것을 보면 이번 사안이 학내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며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학교 측에서 해결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한 비슷한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이번 농성은 지난 2017년 8월 임금인상 협상이 진행된 지 5개월 만에 발생했다. <관련기사 1796호 3면 ‘학내 비정규직 노동자 시급 830원 인상’> 최 조직부장은 “이번 합의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또다시 투쟁할 의사가 있다”며 “학교 측의 인식 변화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처장은 “앞으로 발생할 정년퇴직자에 대해서는 이번처럼 일부만 신규채용을 하는 식으로 노동인력을 조금씩 줄일 계획”이라며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승환(사회·16)씨는 “노동자 측에서 농성을 진행한 이유는 높은 노동 강도와 열악한 노동 환경에 있다”며 “이것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다가올 양측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오제하(사회·13)씨 역시 “올해 정년퇴직예정자 수는 지난해 정년퇴직자인 31명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들었다”며 “당장 올해부터 비슷한 논쟁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한, 노동자 측의 기존 요구 중 ▲직고용 ▲인사배치 자율권 등은 이번 합의에서 수용되지 않았다. 김 부처장은 “인사배치를 노동자 측에서 자율적으로 하게 해달라는 요구는 일종의 경영권 침해이므로 들어줄 수 없다”라며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이 아닌 학교 측의 직고용 역시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부처장은 “일정 수준으로 노동인력 규모를 줄일 경우 직고용의 형태를 고려해볼 수도 있다”며 “그러나 현재 인원을 직고용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고 덧붙였다. 최 조직부장은 “궁극적으로는 이와 같은 상황이 재발하지 않고, 직고용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학교 측과 노동자 측이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찾아오는 봄과 함께 노동자 측과 학교 측의 관계 역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앞으로 양측은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갈등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존재한다. 장기적으로 학교 측과 노동자 측이 우려를 딛고 함께 설 수 있을지,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김유림 기자, 하은진 기자  bodo_n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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