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학교 측과 청소·경비노동자(아래 노동자) 간의 협상이 타결됐다. 이로써 겨울부터 이어졌던 57일간의 농성도 끝나게 됐으며, 양측은 도급업체 시간제 노동자 철수, 전일제 노동자 10명 신규 채용을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청와대·교육부의 압박이 이어지고 노동자 측이 농성 수위를 높여가자 학교 측에서 응할 수밖에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고는 해도, 양측이 서로 양보해 합의를 끌어낸 것은 반길만하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지난 2017년 12월 정년퇴직자를 더 충원하지 않겠다는 학교 측과 일부 청소·경비 용역업체의 결정이었다. 이에 노동자는 학교 측에 ‘구조조정을 철회하라’며 농성을 이어왔다. 하지만 학교 측은 이미 같은 해 여름, 시급을 830원 인상해 학교 운영비가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세우며 노동자 측의 주장에 난색을 표해왔다. 다행히 학교 측은 기존의 입장을 굽히고 운영비를 다른 곳에서 메우겠다며 합의안을 들고 나왔다. 노동자 측도 22명의 결원을 모두 충원하라는 기존의 입장을 버리고 10명 수준의 신규 채용에 합의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껐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문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노동자와 학교 사이의 갈등은 매해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로 고용 승계와 임금 갈등이었다. 현재의 구조에서 학교 측과 노동자 측의 갈등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정년퇴직자로 발생한 결원의 충원 규모가 지속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농후한 탓이다. 올해만 해도 오는 8월 예정된 정년퇴직자 규모는 전년보다 더 크다. 더구나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 1만 원을 목표로 내세운 상황에서 앞으로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정된 임금 협상이 주요한 관심을 끌고 있는 이유다.

노동자의 앞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번 합의보다도 중요한 것은 앞으로라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노동자 중심의 관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노동자의 위상이 주목받는 시기다. 주된 이유는 최근 사회 변화에 따른 노동 형태 변화에 있다. 자동화 기술 발달은 물론 최근 4차 산업혁명까지 쟁점이 되면서 노동 형태도 함께 변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쟁점이 사용자에게 경도되기 쉽다는 데 있다. 여태껏 노동자 중심의 관점은 가시화되지 않은 영역이었으며, 노동자는 ‘노동 형태 변화’라는 말 아래 상시 고용 불안에 내몰려왔다. 노동자의 고용 문제는 곧 기본적인 인권, 복지와 연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용자 중심에서 벗어난 노동자 중심의 관점을 견지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노동자 중심 관점의 핵심은 원청의 직접 고용이다. 우선 용역업체를 중간에 둔 계약 방식은 그 결정의 주체를 분명하게 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사태에서도 학교 측은 ‘결원 미충원 결정이 용역업체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의 합의사안’이라며 한 발 빼고 있었다. 원청이 분명한 이상 학교 측이 책임을 지는 직접 고용은 이상적인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3일 이룬 학교 측과 노동자의 협상 내용에도 ‘학교 측은 앞으로의 협상에서 성실한 태도로 합의에 임한다’고 내용이 포함돼 있다. 원청이 져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명시해 놓았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이상적인 고용 형태에 도달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학교의 재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의 재정 구조에서 곧바로 직접 고용을 이뤄내기는 어렵다. 대학이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이런 선행조건을 디딤돌 삼아 노동자와 학교가 원활히 소통할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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