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배 교수 (우리대학교 작업치료학과)

지난 3월 9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강원도 평창과 강릉에서는 평창동계패럴림픽대회가 개최됐다. 10일간 신체기능의 제한을 무릅쓰고,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크로스컨트리, 바이애슬론, 아이스하키, 휠체어 컬링 등 6개 종목에서 장애인들의 뜨거운 열정이 하나 되는 경기가 펼쳐졌다. 나는 30년 전 1988년 서울올림픽 때 올림픽 전산화 팀의 일원으로 올림픽의 준비에 참여했다. 하지만 근무를 시작한 지 불과 몇 주 만에 불의의 사고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 사지 마비 중증장애를 갖게 됐고, 서울올림픽에 참여하는 것을 포기해야만 했다.

하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우리대학교 원주캠퍼스에서 다시 올림픽/패럴림픽을 맞이하게 됐다. 일생에 한 번 가질까 말까 하는 이런 세계적인 축제가 내 앞에 왔다가 사라진 후 다시 30년 만에 나타났다.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다시 한번 올림픽/패럴림픽에 참여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 것에 너무나 감사하여 이번에는 할 수 있는 무엇이든 최선을 다해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참여하기로 했다. 3년 전부터 원주캠퍼스 교수들이 평창올림픽/패럴림픽에 참여하기 위해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함께 세미나 개최를 포함해 다양한 참여방안을 모색하고 준비해왔다.

연세대학교 원주캠퍼스가 소재한 원주시는 패럴림픽 개최도시는 아니지만, 개최도시와 가까이 인접해 있고 패럴림픽을 개최하는 강원도에서 가장 큰 도시로, 개최도시나 다름이 없기에 원주캠퍼스에서는 학교 차원, 교수 개인 차원에서 일찍부터 평창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올림픽 기획에 참여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대표 지정병원인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의 의료원장이자 평창동계올림픽/패럴림픽 최고의료책임자이신 이영희 교수, 200여 명의 국내외 대학생으로 구성된 이번 대회 최대 규모의 단체자원봉사단을 이끌고 계시는 노전표 교수, 강릉과 평창의 선수촌에서 선수들의 건강을 관리하는 물리치료학과 교수들과 학생들, 1,800여 명의 올림픽 자원봉사자 숙소를 운영한 연세대학교 생활관장 정민예 교수, 올림픽개막식에서 메밀꽃밭과 장구춤 태극, 바닥에 수놓은 한글, 빛기둥 등의 작품을 준비한 미디어 아티스트 목요진 교수 등 많은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했다.

나는 이제 장애인 당사자로, 장애인을 위한 재활공학을 전공한 교수로, 올림픽 보다 패럴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열심히 노력했는데, 패럴림픽 경기장과 시설들의 접근성 점검, 장애인 관중을 위한 보조기기와 응급서비스, 국가대표 장애인 선수를 위한 맞춤형 욕창 예방 시트 제작 및 공급, 올림픽 자원봉사, RC 학생과 올림픽 성화봉송, 패럴럼픽 휠체어 성화봉송, 장애 아동·청소년 스키캠프 지원, 평창패럴림픽 장애인 콘퍼런스 지원, 장애 스포츠기술 국제학술대회 개최, 우리대학교 학생과 패럴림픽 경기 단체관람 등, 총 10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평창올림픽은 선진국으로 가는 한국의 “기술 강국”, “문화 강국”, “스포츠 강국”의 면모를 보여줌과 동시에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에 물꼬를 트는 위대한 유산을 만들고 있다. 평창패럴림픽은 여기에 더하여 또 하나의 위대한 유산을 남길 것이다. 바로 “평등”의 유산이다. 평창패럴림픽은 한국을 2015년 유엔 총회에서 결의한 지속 가능 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기본 정신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Leave no one behind)’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다.

평창패럴림픽을 통해 우리나라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 스포츠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게 하고, 나아가 교육, 취업, 여가, 인권, 등 모든 활동과 참여에서 장애인을 배제하지 않는 평등한 사회가 되는 큰 이정표가 될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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