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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人/다] 누군가에게 꼭 필요한 것, 시작하니 그만둘 수 없는 것‘로뎀스’ 배리어프리 공연을 성공으로 이끈 왕경업씨를 만나다
  • 서혜림 기자, 하은진 기자
  • 승인 2018.03.17 21:37
  • 호수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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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뎀스 배리어프리 공연 기획자 왕경업(정보산업·12)씨

지난 9월, 우리대학교 뮤지컬동아리 ‘로뎀스’의 공연장에서는 평소에 볼 수 없었던 관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로뎀스’에서 배리어프리(Barrier Free) 공연을 기획하면서 70여 명의 시청각장애인 관객이 정기 공연 『피맛골 연가』를 관람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장애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던 배리어프리 공연 기획자 왕경업(정보산업·12)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로뎀스’와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한다.
A. ‘로뎀스’는 우리대학교 뮤지컬동아리다. 40명 정도의 부원이 매년 2번씩 정기 공연을 진행한다. ‘로뎀스’는 연출, 안무, 무대 제작 등 모든 것을 학생들이 직접 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이번 학기에는 지난 6일부터 3일간 정기 공연 『고스트』를 무대에 올렸다.

‘로뎀스’에서 배우로는 두 번 무대에 섰고, 군대에 다녀온 이후 안무 감독을 제안 받았다. 안무에는 소질이 없어 공연 기획을 맡게 됐고, 멋진 공연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 나에게 멋있는 공연이란 다름 아닌 장애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연이었다.

Q. 지난 9월 정기공연 『피맛골 연가』를 배리어프리로 기획했다. 배리어프리 공연이란 무엇인가?
A. 배리어프리 공연은 시청각장애인들도 함께 뮤지컬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장벽을 없애는 공연을 말한다. 동아리차원에서 시청각장애인에게 자막 내레이션을 제공하며 공연한 것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스마트폰으로 성우 음성을 전송해 이어폰으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청각장애인들에게는 자막과 공연 장면이 담긴 설명을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기획했다. 예를 들어, 잔 내려놓는 소리, 따스한 느낌을 주는 멜로디 등 뮤지컬 장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제공한 것이다.

Q. ‘로뎀스’ 배리어프리 공연을 기획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또한 공연을 통해 이루고자 한 목표는 무엇이었나?
A. 마침 예전에 배우로 무대에 섰던 공연에서 휠체어를 타고 공연을 보러 와주신 관객이 기억났다. 알아보니 2014년 기준 장애인 공연 관람률이 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이를 보며 장애인들이 함께 즐기는 공연이 멋진 공연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이후부터 장애인들이 뮤지컬을 관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 고민의 끝은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공연이 사람들에게 멋있어 보이면 좋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내가 기획한 공연을 보러오는 장애인들을 보면서 느꼈던 감동을 기억한다. 이제는 진심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공연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우리 동아리를 시작으로 장애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Q. 배리어프리 공연을 기획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A. 배리어프리를 시도했던 『피맛골 연가』의 첫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해당 공연에서 배리어프리 서비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고가 난 것이다. 결국 첫 공연에서부터 배리어프리 공연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 이날 공연을 보러왔던 20명의 시각장애인들이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돌아갔다. 공연이 끝나고 무대 인사를 하러 나가서 사과를 드리려고 마이크를 잡았는데 결국 관객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오셨던 한 분이 다음 날 배리어프리 공연을 보시고 너무 좋았다며 배리어프리 공연을 시도하는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말해주셨다. 준비한 것을 제대로 못 보여드려 속상했는데 그 분의 한 마디 때문에 첫 배리어프리 공연은 더더욱 기억에 남는다.

Q. 배리어프리 공연을 기획하는 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A. 배리어프리 공연은 시작부터 끝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던 것 같다. 아는 것이 없던 상태라 시작은 더욱 어려웠다. 공연 기획은 물론 배리어프리 기획이 처음이다 보니 공연 기획의 초기 단계에서는 어떻게 시작해야 될지도 모르는 백지 상태였다. 많은 장애인 단체를 찾아가고 배리어프리 공연 경험이 있었던 곳에 도움을 받으며 배운 시간만 2달이었다. 이후 막상 공연 준비에 돌입했는데 안 그래도 바쁜 기획팀이 배리어프리 공연 준비까지 하다 보니 업무량이 너무 많아졌다.
이러한 현실적 이유 때문에 이번 공연에서는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해 아쉽다.

Q. ‘로뎀스’ 배리어프리 공연 이후 시작한 또 다른 배리어프리 관련 단체 ‘링키’를 만들었다고 들었다. 이에 대해 설명 부탁한다.

A. ‘링키’는 시청각장애인들이 평창 문화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학외에서 만든 단체다. 이때 ‘링키’는 장애인과 문화를 연결하는 열쇠가 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링키’에서는 시청각장애인들을 직접 고용해 함께 배리어프리 서비스를 개발했다. 이들의 서비스는 문화·엔터테인먼트·축제 등의 체험활동이 이뤄졌던 평창 문화 올림픽에서 시청각장애인들에게 제공됐다. 시청각장애인 카페에도 가입하고 정기모임에 참여하며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지며 다함께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했다. ‘링키’가 성공한다면 앞으로는 뮤지컬 공연장에 휠체어를 탄 사람, 선글라스를 낀 사람, 지팡이를 짚는 사람 등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Q.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A. 처음부터 공연 기획이나 장애인 관련 활동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고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어느덧 1년 반이라는 시간을 쏟게 됐다. 한 번 시작하고 나니 이 일을 놓을 수가 없다. 내가 안 하면 누가 언제 다시 할지에 대한 의문도 들고 ‘그 분들에게 이게 꼭 필요한 일이구나’라고 생각하니 ‘링키’를 꼭 성공시키고 싶어졌다. 그래서 현재 평창 문화 올림픽에서 실제 배리어프리 서비스 제공을 위해 개인 사업자 등록을 한 상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 개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어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결국 내 도착지는 좋은 일을 하는 것인 것 같다.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서혜림 기자, 하은진 기자  rushnca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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