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강사 처우 개선 위한 강사법, 논란 속 네 번째 유예

‘지식을 만드는 공간이 햄버거를 만드는 공간보다 사람을 위하지 못한다면, 참 슬픈 일이다.’ 지난 2015년 출간된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한 부분이다. 그러나 대학 시간강사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지난 2011년 개정된 강사법은 7년 뒤인 지금까지 시행되지 않고 있다.

 

7년째 유예 중
강사법

 

지난 2010년 조선대에서 45편의 논문 대필을 강요받은 시간강사가 자살했다. 그 전에도 4건의 시간강사 자살사건이 보도됐다. 이들의 자살은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시간강사의 임용 기간‧절차는 학교 재량으로 결정된다. 학기 단위로 계약하는 경우 4개월 일하고 2개월 동안 무직 상태가 되는 시간강사도 있다. 시간강사는 교원으로 인정받지 못해 4대 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아래 비정규교수노조)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6년 사립대 시간강사 평균 월급은 67만 6천400원이다. 지난 2015년 4인 가족 최저생계비의 약 40%, 전임교수 임금의 10~20% 수준에 불과한 액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고등교육법」 일부 개정안, 소위 ‘강사법’이 도입됐다. 강사법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교원과 동일하게 연금제도를 비롯해 상여수당, 초과근무수당 등 경제적 요건을 법적으로 보장받는다. 또 시간강사는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을 보장받으며 학칙 또는 학교법인의 정관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임용된다. 교육부 대학정책과 관계자 A씨는 “시간강사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강사법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엇갈린 의견
‘맞다 틀리다’할 수 없는 강사법

 

하지만 개정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사법은 시행되고 있지 않다. 지난 2012년, 2013년, 2016년에 이어 올해로 네 번째 유예 결정이다. 7년 동안 강사법이 유예된 이유는 결국 대학의 재정적 부담이다.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대학은 각 시간강사에게 주당 9시간의 책임시수를 맡겨야 한다. 더욱이 1년 이상의 임용 기간이 보장돼 시간강사에게 사용되는 재정도 증가하게 된다. 대학알리미 ‘2017 비전임교원 강의담당비율’ 자료에 따르면 상위 17개 대학의 평균 비전임교원 강의비율은 58.7%로 절반이 넘는다. 단국대(66.7%), 인하대(65.3%), 건국대(64.4%) 순으로 이 중 우리대학교(53.9%)는 13위에 남아있다. 단국대 예산관리팀 관계자는 “강사법이 도입될 시 대학의 재정 부담이 높아진다”며 “일반 직원들의 급여 등 학교 재정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대학알리미는 2017년에 강사법이 시행된다면 사립대 시간강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종전보다 1천200억 원 가량 증가한 예산이 필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렇다 보니 다수 시간강사들은 강사법 시행에 반대한다. 재정적 부담을 느낀 대학들이 시간강사 고용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는 우려다.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강사법이 되려 고용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정규교수노조 관계자 B씨는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시간강사들의 해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교육부는 전국 189개 4년제 일반대학 기준 시간강사 수가 지난 2012년 7만 5천291명에서 2016년 5만 3천316명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비정규교수노조는 공식 홈페이지에 ‘강사법이 실제로 시행될 시 최소 1만 명의 시간강사가 해고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모든 시간강사들이 강사법 시행에 회의적인 것은 아니다. 강사법 시행을 주장하는 측은 우선 법이 시행돼야 개선할 부분이 명확해진다는 입장이다. 신속한 조치 없이 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시간강사의 고충은 답보한다는 것이다. 대학강사 교원지위회복 투쟁본부(아래 투쟁본부) 본부장 김동애(72)씨는 지난 1999년부터 30년 가까이 강사법 시행 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김씨는 “대량해고와 같은 과장된 이야기는 위기감을 조성할 뿐”이라며 “해당 내용은 대학의 재정 상태에 대한 조사를 기반으로 발표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김씨는 “강사법을 일단 시행한 뒤 단계적으로 미흡한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며 강사법 시행을 주장했다.

 

유예 중 발견된
모순점

 

설령 대량해고 사태 없이 강사법이 시행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향후 전임교원 충원율이 감소할 수 있다는 있다는 것이다. 2018년 대학기본역량진단 항목 중 전임교원 강의 담당 비율은 삭제되고 전임교원 확보율 기준이 강화됐다. 교육의 질이 향상됐는지 판단하기 위해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베리타스 알파」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상위 17개 대학 중 6곳이 전임교원 확보율 약 90%를 넘겼다. 각 대학은 기본 역량진단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해 전임교원을 확보하고자 한다. 「고등교육법 시행령」 제7조에 따르면 전임교원이 아닌 겸임교원에는 시간강사, 초빙교수 등이 포함된다.

강사법이 시행될 경우 계약기간이 제한된 겸임교원들도 전임교원확보율에 포함된다. 대학 측에서는 재정적인 부분을 고려해 전임교원 대신 계약직인 겸임교원들을 충원할 공산이 크다. 시간강사의 일자리는 늘지만 전임교원들의 일자리는 줄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비정규교수노조 측에서는 지난 2015년 연구강의교수제 등 대안을 제시했다. 연구강의교수제는 모든 비정규교수제도를 통합해 비정규교수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고 2년마다 재임용 심사기회를 주는 제도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구강의교수제는 시행되지 않았다. 비정규직 교수를 양산하는 정책이라는 비판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 C씨는 “강사법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비정규교수노조 측과 협의를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 한 쪽의 입장만 반영해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강사법에 대한 서로 다른 입장들은 7년 동안 시행도 폐지도 아닌 ‘유예’ 상태만을 남겼다. 국회는 유예 기간 자문회를 열어 강사법에 대한 입장을 듣고 조율 과정을 거쳐왔다. 김씨는 “국회에서 자문회에 참가하라고 연락이 왔다”며 “자문회에서 비정규교수노조나 대학의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몇 번의 협의에도 의견이 조율되지 않아 강사법 시행은 여전히 답보 상태다. C씨는 “이해당사자가 많기 때문에 한 쪽의 입장만 갖고 시행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이렇다 할 대안 없이 강사법 시행이 미뤄진 게 벌써 네 번째다. 강사법이 어떻게 개정되든 대학의 재정부담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 재정 부담을 이유로 강사법 시행 유예를 고수한다면 문제는 끝이 없다. 정부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며 시행도 폐지도 아닌 유예만을 반복해왔다. 법안을 따라 시간강사들의 입지 또한 7년째 표류중이다.


*생활임금: 근로자의 여유 있는 생활을 위해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제도
 

 

글 강현정 기자
 hyunzzang99@yonsei.ac.kr
그림 민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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