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촌캠, 출마 선본 부재로 2년 연속 비대위
회생 여부 불투명한 학생사회에 우려 잇따라

▶▶ 우리대학교 신촌캠 하얀샘 앞에 54대 총학생회 보궐선거 공고가 붙어있는 모습

54대 신촌캠 총학생회(아래 총학) 보궐선거가 또 다시 무산됐다. 11일(일)까지 출마 의사를 밝힌 선본이 없는 것이 그 원인이다. 이에 지난 2017년에 이어 올해까지 총학의 비상대책위원회(아래 비대위) 체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비상대책위원장 유상빈(간호·12)씨는 “원래대로라면 55대가 돼야 할 총학에 작년부터 공백이 생겨났다”며 “비대위 체제가 2년간 지속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된 총학의 부재, 무엇이 문제인가

 

계속된 선거 무산의 원인으로는 ▲학생사회의 무관심 ▲지난 2017년 11월 54대 총학 선거(아래 11월 선거) 잡음이 지적됐다.
 
지난 2016년 총학 선거가 무산될 때부터 제기된 학생사회의 무관심은 올해 보궐선거 무산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1월 우리신문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은 대체로 총학의 공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25.9%만이 총학의 공백을 느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관련기사 1801호 4면 ‘비상대책위원회 1년, 총학생회 없던 학생사회를 돌아보다’> 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신영록(스포츠레저·14)씨는 지난 11월, 우리신문사와의 인터뷰에서 “학생들이 취업 문제 등 여러 어려움을 겪다 보니 학생사회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는 것 같다”며 총학의 공백을 느끼지 못한 의견이 다수인 데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11월 선거에서 발생한 잡음으로 인해 등록한 선본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11월 선거에서는 선본이었던 <STANDBY>가 주의·경고 누적으로 선본 탈락 결정을 받은 바 있다. 이후 진행된 개표에서는 선본 간 득표차가 오차표보다 적은 15표에 그쳐 재투표가 결정됐다. 결국 재투표에서 투표수가 유권자의 1/3을 넘지 못하면서, 11월 선거는 무산됐다. 선거 관련 잡음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선본이었던 <팔레트> 선본원들의 팀장급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중앙선거관리위원에 대한 모욕·조롱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권예은(QRM·16)씨는 “지난 선거에 발생한 사건들로 인해 총학 선본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이 심해져 출마에 대한 위험부담이 커진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유씨는 “교내 정치사회에서 가장 큰 결사체인 총학에 대한 잡음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며 “특히 11월 선거 잡음에 대한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선거 무산과 함께 수포로 돌아간 전자투표 

 

지난 1일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회의에서는 선거시행세칙 제69조(투표 절차)를 개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전자투표를 진행하되 시각장애인에 한해 점자투표용지를 제공할 계획이었다. 유씨는 “전자투표 시행은 총학과 단과대 선거를 진행할 때 투표구를 공유하고 투표율 상승을 위함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궐 선거가 무산되면서 첫 전자투표 계획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유씨는 “단과대 독자적으로 전자투표를 진행하기에는 비용 문제가 심하다”며 “단과대 보궐선거는 원래대로 투표용지에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총학 없는 학생사회, 회생 가능한가

 

2년 연속 총학이 부재하게 되면서 피해는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유씨는 “총학의 부재로 인해 발생하는 불합리함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며 “학생들이 누렸던 권리나 복지가 축소돼 생기는 불편함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11월 우리신문사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2017년 비대위 활동에 대해 대체적으로 미흡했다는 평가를 남겼다. 특히 성실성과 소통 측면에서 비대위는 낮은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결과는 비대위 체제로 지속되는 학생사회의 맹점을 드러낸다는 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병준(Econ·16)씨는 “총학은 다양한 행사 및 질서 유지 등에 힘이 된다”며 “총학이 아닌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2년 째 지속되는 비대위 체제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주소현(Econ·16)씨는 “2년간 연속되는 비대위 체제는 앞으로 학생사회에 영향을 미칠 것 같다”며 “하지만 비대위 체제로 학생사회에 대한 경각심이 생길 가능성도 있기에 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하기엔 시기상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씨는 “총학이 구성되려면 많은 학생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현재 지속되는 비대위 체제를 발판삼아 학생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년간의 비대위 체제 지속은 학생사회의 위기가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출마 선본이 없어 선거가 무산된 것은 학생 사회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에 직면하기도 했다. 직면한 상황을 타개하는 데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글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사진 박건 기자
petit_gunn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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