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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거리 먼 ‘운전’면허시험부족한 교육에 면허는 장롱으로
  • 손지향 기자
  • 승인 2018.03.10 22:05
  • 호수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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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어카 끄는 것보다 쉽다’는 비판을 듣던 운전면허 시험은 지난 2016년 난이도가 상향조정됐다. 이후 운전면허를 취득한 송하영(21)씨는 “(운전면허)장내 기능시험에 한차례 낙방한 후 재도전해 합격했다”며 “‘불면허 시험’임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도로교통공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장내 기능시험 난이도에 대해 ‘어렵다’는 응답은 47.4%에 달했다. 그러나 난이도와 별개로 여전히 운전면허시험이 실질적인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자격증을 위한 운전?
안전을 위한 운전!


우리나라의 운전면허시험은 크게 학과‧기능‧도로주행 시험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학과‧기능시험은 단순한 암기만으로도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송씨는 “비교적 어렵다는 ‘직각 주차’항목도 핸들을 몇 번 돌려야 하고, 주차선을 어깨선에 맞추라는 등의 공식을 운전학원에서 알려줘 암기해서 쉽게 통과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험이 단기간에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수단일 뿐 운전능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차량에 대한 이해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차량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다. 타이어나 브레이크 파열 등의 차량결함은 교통사고 발생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도로교통공단 사고분석개선처 관계자 A씨는 “타이어 등을 정기적으로 검사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도 적지 않다”며 “운전 전에 차량에 대해 이해하고 차량 상태만 확인해도 많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의 경우 운전면허시험 때 보닛을 열어 주요 부품들을 시험관에게 설명해야 하는 항목이 있다. 1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한 유재경(보건행정‧17)씨는 “학과시험을 공부하면서도 차 구조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며 “표지판이나 도로교통법규에 대한 문항이 다수였다”고 전했다.

실제와 유사한 상황에서의 대처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해진 시간과 정형화된 운전 연습환경으로 인해 유연한 실전 대처 능력을 익히기 힘든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주부 B씨는 “주간에만 운전을 연습해도 됐기 때문에 야간에 운전하는 것이 두려웠다”며 “마찬가지로 비 오는 날의 운전도 꺼려졌다”고 전했다. 

이에 비해 외국에서는 다양한 상황을 상정하고 운전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의 「외국 운전면허 비교분석 연구Ⅱ」에 따르면 독일의 ‘특별교육운전’은 외곽운전‧고속도운전‧야간운전으로 구성돼 있다. 핀란드에는 물을 뿌린 미끄러운 도로에서 중심을 잡는 시험 항목도 마련돼 있다. 도로교통공단 정책연구처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돌발 상황 등 여러 운전 환경을 분류해놓고 있지만 해외에 비해 교육 시간 부족 등의 사유로 모든 상황에서의 운전을 가르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독일은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총 60시간의 운전교육을 받아야 하지만 우리나라의 운전의무교육시간은 13시간에 그친다.


면허를 따긴 했는데...
장롱에 갇힌 면허


「도로교통법」 제2조 27항에 따르면 초보운전자는 ‘운전면허를 받은 날부터 2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면허 취득 후 2년이 지나도 초보운전자나 다름없는 사람들이 있다. ‘장롱면허 운전자’들이다. 면허 취득 연차와 실제 운전 연차의 차이가 큰 장롱면허 운전자들은 ‘도로 위의 시한폭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러나 운전면허 제도엔 허점이 있다. 부족한 운전 실력과 경험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면허를 갱신할 수 있는 것이다.

「도로교통법」 제87조 제1항에 따르면 운전면허증 소지자가 최초 운전면허 취득자와 같은 사람인지 확인을 위해 10년 주기로 면허를 갱신해야 한다. 그러나 면허를 변경‧갱신하는 과정은 지나치게 간소하다. 소위 ‘적성검사’라 불리는 간단한 신체검사만 통과하면 된다. 심지어 2종 보통수동 면허증의 경우 7년간 무사고 증명서와 간단한 시력검사만 거치면 1종 통합 면허증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무사고’라는 것만으로도 운전할 수 있는 차종이 바뀌는 것이다. 변화한 도로 환경이나 교통 법규에 대한 교육이 부족할 뿐 아니라 아예 운전능력에 대한 검증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누구보다도 장롱 면허 운전자 본인이 운전을 꺼린다. 23년 차 장롱 면허 운전자인 배혜숙(49)씨는 “까다롭기로 유명했던 T자‧S자 코스 주행시험을 통과했음에도 아직 운전하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운전 전문 학원 관계자는 “면허갱신 시 운전능력을 점검해야 한다”며 “그런 능력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다시 연수를 받게 해야 한다”고 전했다.

도로교통공단에 의하면 지난 2015년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중 4번째로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했다. 운전 교육 개선을 미룰 수 없는 이유다. A씨는 “운전은 일상에서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위”라며 “실제 도로 위의 여러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험 항목을 개선하고 검증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글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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