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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으로 범죄를 예방한다고?대학가의 셉테드(CPTED) 진행 상황을 짚어보다
  • 이찬주 기자, 하수민 기자
  • 승인 2018.03.10 22:02
  • 호수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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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서 1인 여성 가구를 발견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최근 1인 여성 가구를 대상으로 발생하는 범죄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학가에서는 범죄 예방의 일환으로 ‘셉테드(CPTED: 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가 부각되고 있다.
 

대학가 안전,
셉테드가 지킨다


셉테드는 범죄 발생 이후를 위한 것이 아니다. 범죄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도입된 것이다. 셉테드는 범죄예방환경설계의 준말이다. 도시 환경을 바꿔 범죄를 예방하고 주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줄이는 기법을 뜻한다. 흔히 방범시설로 알려진 가로등·CCTV·비상벨 등은 범죄 예방시설로서의 역할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셉테드 관련 전문가 A씨는 “특히 어두운 골목 등지에 1인 가구가 몰려 있는 대학가에는 셉테드가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가 속한 서대문구는 현재 창천근린공원 주변 주택가 일대에 셉테드가 도입된 상태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데크 계단 설치 ▲태양광을 이용한 발광 위치 안내표 설치 ▲도로에 쏠라표지병 부착이 있다. 우선 서대문구청 측은 모텔이 밀집돼있는 곳의 계단을 나무합성목재 ‘데크’로 바꿨다. 심리적 안정감을 주기 위함이다. 서대문구청 도시관리과 김효정 주임은 “밤에 모텔촌 근처 계단을 다니기 무섭다는 민원이 많아 셉테드를 도입했다”며 “데크 계단은 돌계단에 비해 이용자에게 시각적으로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골목엔 위치 안내표가 설치되고, 도로엔 쏠라표지병도 부착됐다. 두 시설 모두 빛을 내며 어두운 골목을 밝히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작 자취방이 밀집돼있는 우리대학교 서문 쪽에는 이러한 셉테드 사업이 전무하다. 우리대학교 서문 인근은 자취촌으로 불릴 정도로 대학생 1인 주거 비율이 높은 곳임에도, 셉테드 대신 가로등과 CCTV로 방범을 갈음하는 상황이다. 이에 서문 자취생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서문 자취촌에 거주하는 장민우(사복·17)씨는 “이 지역에서 밤길을 걸을 때는 남성들도 두려움을 느낄 정도”라며 “여성들이 혼자 다니는 것은 훨씬 위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한편 경희대·서울시립대·한국외대 등의 대학생들이 다수 거주하는 회기동엔 셉테드가 적극적으로 활용돼있다. ▲벽화 ▲계단 도색작업 등으로 어두컴컴하던 거리가 한층 밝아진 것이다. 동대문구청 안전담당관 안전기획팀 관계자는 “위 사업은 동대문구청과 경찰·주민·대학들이 합심해 이뤄낸 결과물”이라며 “대학들은 자원봉사 형식으로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고 전했다.

 

▶▶우리대학교 삼성학술정보관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의 전면이 유리로 돼있다.


학내 상황,
대학가보다도 미흡해

 

학내의 셉테드 도입 현황은 어떨까? 우리대학교에는 셉테드의 일환으로 삼성학술정보관에 전면 유리 엘리베이터가 설치돼있다. 엘리베이터 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범죄의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이외에 우리대학교 내 도입된 셉테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우리대학교 시설처 건축팀 관계자는 “학내에 범죄 예방을 취지로 설계된 것이 있는지 모르고 관련 자료도 수집된 바 없다”며 “보통 건물을 설계할 때 기능적인 부분을 고려하긴 하지만 범죄 예방에 초점을 맞추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타 대학들의 상황도 이와 마찬가지다. 기자가 직접 서울 관내 대학 4곳을 취재해본 결과, 4곳 모두 학내에 범죄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은 도입되지 않았다. 서울대 기획과 이정윤 실무관시보는 “셉테드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고 전했다. 서울시립대와 한국외대 관계자 역시 “시설을 공사할 때 디자인에 범죄 예방을 반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고려대의 경우 범죄 예방이 건축 시 고려할 기본 요소라는 점에는 동감했다. 하지만 기존 보안 시스템을 이유로 셉테드의 필요성을 실감하지 못하는 점은 다를 바 없었다. 고려대 건축팀 권진택 과장은 “별도로 셉테드를 도입하지 않아도 비상호출시스템과 CCTV가 작동하고 있어 문제없다”며 “보안만으로도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셉테드 관련 전문가 A씨는 “보안과 범죄예방은 실질적 범죄 방지 정도에 있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단 도입만?
도입 후에도 남아있는 문제들


설치만으로 셉테드의 역할이 다하는 것은 아니다. 도입 후 ▲유지 및 보수 등의 관리 문제 ▲셉테드 관련 인식 부족으로 인한 실효성 문제 등이 남아있다. 일단 셉테드가 도입된 이후에는 유지 및 보수 등의 관리가 중요하다. 벽에 칠했던 특수형광물질이 벗겨지거나 고장 난 쏠라표지병이 제때 수리되지 않는다면 셉테드는 그 목적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대학교 심희기 교수(법학전문대학원·형사소송법)의 저서 「현대 한국의 범죄와 형벌」에 따르면, 셉테드 도입 이후 유지 관리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범죄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잠재적 범죄자에게 남길 수 있어 지속적으로 안전한 환경 유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하지만 셉테드 사업을 실시한 서대문구청 역시 유지 관리 면에서 미흡함을 보였다. 창천근린공원 인근의 셉테드 사업에 대해 김 주임은 “아직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실효성을 평가하지 못했다”며 “사후 관리도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셉테드에 대한 학생들의 무관심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셉테드라는 용어를 들어보지 않은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재원(경영·18)씨는 “용어도 처음 들어봤으며 학교에 그런 디자인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에 재학 중인 김수연(간호·17)씨는 “학생들은 셉테드가 무엇인지, 학내에서 어떤 효과를 내는지에 대해 전혀 모른다”며 “셉테드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대학 내외에서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시행될 셉테드의 개념과 효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누구나 안심할 수 있는 대학가가 되길 기대한다.

 

글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사진 하수민 기자
charming_soo@yonsei.ac.kr

이찬주 기자, 하수민 기자  zzanjo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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