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학생과 반려동물의 올바른 공존을 위해

‘자취 in’과 같은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자취 학생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호소하는 글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가족을 떠나 자취하는 학생들이 느끼는 외로움을 고려하면 반려동물에 대한 수요는 당연하다. 하지만 자취 학생들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반려동물을 입양하기에 앞서 상당한 고민이 요구된다.

 

너와 나, 가족이 되기까지

 

#1 경기대에 재학 중인 윤여울(국문·17)씨는 학교 근처 연립아파트에서 푸들을 기르고 있다. 윤씨의 대학 소재지 내에서 연달아 범죄가 발생하면서, 가족들이 치안 공백을 우려해 반려동물 기르기를 권유했기 때문이다. 윤씨는 “자취방 현관 근처에 취객들이 서성일 때가 있다”며 “그때마다 짖는 강아지 소리를 듣고 취객들이 자리를 피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씨는 “강아지 덕분에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생활하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2 우리대학교 역사문화학과에 재학 중인 이모씨는 자취를 시작하면서 처음 고양이를 입양하게 됐다. 이모씨는 “평소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었으나, 본가의 반대 때문에 동물을 입양할 수 없었다”며 “고양이와의 동거를 통해 얻은 정서적 만족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자취 학생들이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치안 공백 감소 ▲개인적인 반려동물 양육 욕구 ▲자취 생활에서 비롯된 외로움 해소가 이에 해당한다.


홀로 견뎌야 할 외로움부터
각종 사고까지

 

하지만 반려동물과 가족이 된 기쁨도 잠시, 반려동물과의 올바른 공존을 위해선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야한다. 자취 학생들은 일과 중 상당 시간을 집 바깥에서 보낸다. 이때 반려동물은 홀로 남겨질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반려동물이 겪는 정신적 스트레스는 상당하다. 동물권단체 ‘케어’ 임영기 사무국장은 “반려동물도 쉽게 외로움을 느끼며, 보호자와 오랜 시간 함께 있기를 원한다”며 “보호자와 상당 시간 분리된 반려동물들에게는 분리불안을 비롯해 강박증‧잦은 짖음 등의 행동 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윤씨와 이모씨의 반려동물 모두 행동 장애의 하나인 심한 짖음 및 울음 증세를 어느 정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수의사 A씨는 “보호자와의 분리로 인한 행동 장애가 장기화 될 시, 이는 사회성 부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이 생활하기에 비좁은 자취 공간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내놓은 「청년층의 주거 실태는 어떠한가」에 의하면, 1인 가구 10명 중 4명은 최저 주거기준인 14㎡에 미달되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실정이다. 좁은 공간은 반려동물에게도 정신적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임 사무국장은 “반려동물도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며 “이러한 권리가 충족되지 못한다면 인간과 반려동물의 복지 수준이 함께 떨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좁은 공간은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것을 넘어 각종 자취방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은 반려동물이 정형행동*을 보이는 과정에서 전자제품 등을 실수로 건드리게 될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 2017년 2월 수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고양이가 전자제품의 전원을 작동시켜 화재가 발생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대해 수원소방서 화재조사분석과 최재성 소방교는 “터치 방식으로 작동하는 전자제품이 많아짐에 따라, 반려동물이 기기와 접촉해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반려동물의 습성을 고려해 기기를 배치하는 등 별도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보호자에게도 높기만 한 현실의 벽
 

보호자 입장에서도 반려동물 보호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반려동물 양육에 대한 집주인의 거부감 ▲소음으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이 걸림돌로 거론된다.

반려동물 양육에 대해 대부분의 집주인이 부정적인 입장인 탓에 동물을 기르는 자취 학생들은 방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다방’ 관계자는 “대다수 임대인들은 반려동물로 인한 소리나 냄새를 이유로 세입자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을 꺼려한다”며 “최근 반려견 관련 사고가 부각되면서 반려동물로 인해 건물의 이미지가 실추될까 염려하는 임대인들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윤씨는 “강아지를 키운다고 말하면 집을 아예 보여주지 않는 부동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실정 탓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자취 학생 중 상당수가 집주인에게 동물 양육을 숨기고 있었다. 실제로 취재에 응했던 윤씨와 이모씨 모두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집주인에게 말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자취방을 구해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다 해도 문제가 남아있다. 소음으로 인한 이웃과의 갈등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여러 소음은 이웃에게도 상당한 피해가 된다. 서울시 주택건축국 공동주택과 관계자는 “반려동물 짖음으로 인한 소음 피해가 세 번째 순위를 기록하고 있다”며 “지난 2016년의 경우, 총 409번의 민원 중 32번의 민원이 모두 반려동물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임 사무국장은 “반려동물을 새 가족에게 입양 보낼 때 1인 가구를 지양하고 있다”며 “1인 가구의 특성상 동물에 대한 보살핌이 부족해지기 쉽고 그로 인한 문제가 비교적 쉽게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 사무국장은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했던 자취 학생이라면,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여건이 갖춰져 있는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형행동 :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며 틀에 박힌 것 같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체의 행동.

 

 

글 손지향 기자
chun_hy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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