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한 언론을 통해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 성추행 사실을 폭로했다. 서 검사의 폭로는 이후 성범죄 피해 경험 공론화 운동인 #미투(me_too)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법조계 뿐 아니라 예술계·문학계·영화계 등 각계 피해 여성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일찍부터 우리대학교에서는 성폭력 피해에 대한 대자보가 붙는 등 공론화가 이뤄져 왔다. 여기에 미투 운동의 사회적 분위기가 더해지면서, SNS를 통한 성폭력 고발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학가로 확산된 미투 운동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법조계를 넘어 예술계와 종교계로까지 번졌다. 특히 미투 운동을 통해 배우 조민기씨가 청주대 연극과 교수 재직 당시 다수의 학생들을 성추행한 점이 드러났다. 이후 홍익대 미대, 건국대 미대 등 대학가에서도 미투 운동은 일파만파 퍼지고 있다.

이에 대해 청주대 부총학생회장 이현우(환경공학·13)씨는 미투 운동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현우씨는 “연극계, 연예계 등 예체능 계열 학과에서 지금까지 권력을 이용한 많은 부조리함이 있었다”며 “미투 운동을 통해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스스로 알리는 동시에 후배들이 더욱 나은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줬다”고 전했다. 또한 이현우씨는 “미투 운동은 이미 발생한 일의 진상을 밝힐 뿐만 아니라 앞으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의미가 있다”며 그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현재 진행되는 미투 운동은 그간 학생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된 학내 반성폭력 운동이 바탕이 된 것”이라며 “일상 속 성범죄에 대한 인식 지평을 넓히는 데 공론화한 사람들의 역할이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대학교도 me_too

 

미투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지난 2월, 우리대학교 역시 페이스북 페이지 ‘연세대학교 대나무숲’을 통해 성범죄 피해사실을 털어놓는 익명의 미투 게시물들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대나무숲 제보자들은 자신의 피해 사실을 제보하며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작성했다. 

최근 대나무숲을 통한 고발에 앞서 우리대학교에서는 기존에도 SNS와 대자보를 통한 학내 성범죄 공론화가 활발히 이뤄져왔다. 부총여학생회장 이수빈(신학·15)씨는 “기존에도 단발적인 고발들은 대나무숲이나 대자보를 통해 계속해서 진행돼왔다”며 “그러나 ‘미투 운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지며 고발들이 체계적인 운동으로 인식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수빈씨는 “기존 운동보다 현재 미투 운동이 조금 더 영향력을 가진 것은 몇 년 전에 비해 사회적인 인식이나 공동체의 경각심이 고조된 것에 대한 방증”이라고 말했다. 우리대학교 박순주(사회/경영·12)씨는 “기존에도 학내에서 반성폭력 운동이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전체 학우의 이목을 끄는 데까지 이르지는 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전 국민적인 동조와 지지를 기반으로 시작된 미투 운동은 학내 모든 구성원들로 하여금 성폭력의 현주소에 대해 실감하게 하는 교육의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메일 한 통
찬물을 끼얹다

 

지난 2일, 우리대학교 인권센터에서 학생들에게 메일로 보낸 내용의 전문

한편, 인권센터 측에서 학생들에게 발송한 메일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일 우리대학교 인권센터 센터장 방연상 교수(연합신학대학원·선교학)는 학생들에게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한 당부를 담은 메일을 발송했다. 메일에서 방 교수는 ‘강의 중 차별·혐오 발언으로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발생해선 안 된다’며 ‘그러나 이러한 문제제기와 공개사과요구는 가해자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해당 메일의 내용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했다. 김정연(정외·16)씨는 “가해자를 악마화하지 않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해당 메일이 피해자에게 2차 가해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수빈씨 또한 “가해자를 악마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지양해야 한다”며 “그러나 피해자가 성범죄 피해사실을 공론화하는 것에 대해 그 무분별성을 지적하는 것은 다소 맞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인권센터 홍주영 실무위원은 “때로는 가해자라고 지목된 사람들이 무고하게 신고당한 경우들이 존재한다”며 “그런 경우 때문에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도 인권이 있다는 점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방 교수와 홍 실무위원은 “인권센터는 본래 피해자 중심이며 미투 운동을 적극지지 하는 입장”이라며 “해당 메일에서 가해자라는 용어 대신 신고인과 피신고인이라고 하는 것이 더 적합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8일(목)은 여성의 날이다. 사회 각계의 여성 단체에서 여성의 날을 맞아 집회,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수빈씨는 “총여 차원에서 미투 운동 관련 성명서를 작성하는 것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또한 다음 주 계획된 여성의 날 행사를 위해 관련 굿즈를 제작하는 등 대응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성폭력이 얼마나 주변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인지, 피해자들이 어떠한 고통을 받았는지 지속해서 공론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달아오르는 미투 운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 김유림 기자
bodo_nyang@yonsei.ac.kr
서혜림 기자
rushncas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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