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

김수현 (보건행정·16)

처음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인 만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가에 기여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자원봉사를 지원하게 됐다. 자원봉사자로 선정된 후 2차례에 걸친 기본교육과 담당업무 교육을 수료하며 올림픽이 머지않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개회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자원봉사업무가 시작됐다. 개회식은 ‘세계인의 축제’라는 말 그대로 국가, 연령, 인종 등과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었던 ‘올림픽’ 그 자체였다. 다양한 무대와 공연으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남한과 북한의 선수들이 함께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며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의 의미를 더욱 다질 수 있었다.

나의 직무는 의전 VPS(Venue Protocol Staff)로, 평창 메달플라자에서 주로 근무했다. 나의 직무는 올림픽패밀리 라운지를 관리하고 시상자(presenter)들을 ‘Green Room’이라는 시상식 무대 뒤 대기 공간으로 안내하며 그들의 편의를 돕는 역할이었다. 시상자는 IOC와 IF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자원봉사를 하며 많은 위원을 만날 수 있었다. 시상자들이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시상식 무대로 올라가는 순간까지 함께했기 때문에 그들과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도 있었다. ‘시상식에 앞서 진행되는 공연이 정말 신나고 재미있다’, ‘서울의 재미있는 놀거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추천해달라’, ‘자원봉사를 하는 소감은 어떤지’ 등 다양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대화를 나누며 이번이 무려 4번째 올림픽 참석이라는 위원과도 만날 수 있었다.

나는 위원들이 시상식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그들에게 시상 소감에 관해 물어봤다. 시상식을 할 때마다 즐겁고 의미 있는 것 같다는 위원, 첫 시상식이라 많이 긴장된다는 위원 등 각각 소감은 다양했다. 정말 많은 위원을 만났지만 나는 그 중 이보 페리아니(Ivo Ferriani)라는 시상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는 국제봅슬레이 및 스켈레톤 연맹(IBSF)의 회장으로 올림픽 라운지에 들어올 때마다 자원봉사자들에게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 공식 인사인 ‘아리아리’라는 인사를 남겼다. 친절했던 태도도 기억에 남는다. 이보 페리아니는 마지막 시상식을 한 후 떠나기 전에 자신의 국가인 이탈리아 국기와 오륜기가 그려진 핀을 선물해주기도 했다. 비록 자그마한 핀 하나지만 그동안 함께했던 경험과 많은 추억들이 핀 속에 들어있는 것 같아 나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값진 선물이었다.

선수들을 축하해주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들었고 그들은 선수들이 얻은 메달을 축하해주고 응원해줬다. 시상자들 또한 진심으로 선수들을 축하해주며 그들의 메달에 함께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메달을 받는 선수들의 표정은 올림픽이 끝난 지금까지 잊을 수 없을 만큼 생생했다. 메달을 움켜쥐는 선수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격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메달을 얻기 위해 선수가 들인 노력과 땀방울이 마치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메달을 딴 선수뿐만이 아니라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들 모두에게 그들의 노력과 열정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떤 일에 대해 자발적 의지로 대가없는 노력을 제공하는 사람이 자원봉사자이다. 나는 평창 동계올림픽의 자원봉사자로서 나 스스로가 대한민국을 대변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열정적이고 밝은 모습으로 봉사 활동을 했다. 다른 자원봉사자들 또한 솔선수범하며 올림픽 운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눈이 오는 추운 날씨에도 불평하지 않고 웃으며 자신의 역할을 해낸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올림픽을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 같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로서 겪었던 일들은 인생에 있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뜻깊고 값진 경험이었다. 세계적 축제인 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서 작은 힘이라도 보태며 함께할 수 있어 의미 있고 보람찬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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