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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 정준기 기자
  • 승인 2018.03.04 23:55
  • 호수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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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엇이 그들을 왕으로 만들었나

‘미투(#me_too)’ 해시태그가 대한민국을 관통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의 고발이 사회 각계에서 빗발쳤다. 시작은 법조계였다. 한 검사가 법무부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법을 수호해야 할 국가기관이 저지른 행태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미투는 이어졌다. ‘거장’으로 꼽히는 연극 연출가와 국제문학상 후보자로 거론되는 유명 시인이 가해자로 지목됐다. 거장은 ‘황토방’이라는 굴을 만들고 매일 밤 여배우들에게 안마를 요구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배우는 거장이 자신을 성폭행한 뒤 낙태를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거장은 자신의 성폭행을 부인하며 “관습적으로 일어난 행태”라고 변명했다. 문단 내 관계자들은 유명 시인이 후배 문인들의 신체를 더듬고 자신의 성기를 보여줬다고 전언했다. 후배 문인들 또한 유명 시인의 성폭력을 “일상적”이라고 표현했다. 이들에게 성폭력은 관습적이고 일상적인 행동에 불과했다.

지금까지 가해자로 고발된 인물들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불가침의 영역, ‘왕’이었다. 부조리한 관습, 그들이 왕으로 군림 할 수 있었던 이유다.

'부조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 행동을 뜻한다. '관습'은 우리가 오랜 시간 쌓은 결과물이다. 이치에 맞지 않는 부조리가, 오랜 시간 쌓여 '부조리한 관습'이 된다. 시간이 갈 수록 관습은 관습은 대물림되고 부조리는 더욱 굳건해진다. 그 앞에서 개인은 무력하다.

부조리한 관습은 가해자의 이성과 양심을 마비시키고 여성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해왔다. 미투 운동이 들춰낸 우리 사회의 추악한 민낯이다. ‘나도 당했다’라는 여성들의 외침에 부끄러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2. ‘흐르는 北’, 어디로?

최근 북한과의 관계가 완연한 대화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계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이었다. 남북 관계를 전환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시작은 정치권이었다. 남북 공동으로 팀을 결성하자는 논의가 흘러나왔다. 이내 남북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결성됐다. 지난 1991년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이후 꼭 27년만이다. 개막식에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입장했고, 북한 응원단의 공연도 이어졌다.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올림픽 경기를 관람하는 문 대통령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모습은 달라진 남북관계를 상징하는 백미였다. 정치권에서는 11년 만에 대북 특사를 파견하려는 계획을 논의 중이다. 대화와 행동으로 북한의 겉옷을 벗기겠다는 문 정부의 햇볕 정책이 성공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반대 여론도 있었다. 올림픽 폐막 직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남한을 방문했다. 반대 목소리가 들끓었고 천안함 유족들의 반대집회가 이어졌다. 김 부위원장이 총정찰국장으로 재직한 지난 2010년부터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남한은 김 부위원장을 국빈예우로 대했다. 대한민국국가원로회, 대한민국애국시민연합 등 내로라하는 보수단체들의 규탄성명이 이어졌다. 한 야당 대표는 문 대통령을 ‘국군뒤통수권자’라고 부르며 정부와 여당에 체제전쟁을 선포했다. 이 모든 게 지난 한 달 동안 발생했다.

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건설적인 비판과 토론이 있어야할 자리는 ‘수구꼴통’과 ‘빨갱이’ 소리가 대신했다. 우리네 모습이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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