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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농성은 내일도 이어진다대학가에 만연한 '간접 고용'으로 파생되는 문제, '임금 인상'보다 심각해
  • 정준기 기자, 이찬주 기자, 천건호 기자
  • 승인 2018.03.04 23:19
  • 호수 1805
  • 댓글 0

# 우리대학교 미화원 A씨(66)는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일을 시작한다. 아침 9시 30분 A씨는 업무를 일부 마무리한 뒤 농성을 위해 본관으로 향한다. 오늘 농성은 평소보다 30분 이른 낮 3시까지 이어진다. 농성은 내일도 이어질 예정이다.

# ㄷ대학교 경비원 B씨(62)는 용역 업체로부터 계약 변경 사항을 통보 받았다. 식대와 숙직 수당, 교통비 등을 기본급에 포함시키겠다는 내용이었다. 싫으면 계약을 해지하라는 으름장에 B씨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목구멍이 꽉 막힌 기분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 대학가 노동자들의 달라진 모습을 재구성한 사례다. 문재인 정부 방침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오는 2020년까지 1만 원으로 인상된다. 올해 인상폭은 역대 최고 수준이다. 대학가 갈등은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해결될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갈등의 표면적 원인은 최저임금이지만 대학 노동 전문가들은 대학이 노동자를 간접 고용하는 현 방식이 더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청소노동자가 시위에 참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니다.

 

최저임금에 가려진
대학 내 ‘간접 고용’ 문제

 

현재 대다수의 대학은 청소·경비 용역업체를 통해 학내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대학과 용역업체 간의 계약은 약 1~2년 기간의 단기계약이 대부분이다. 이때 법적 고용주는 용역업체이기 때문에 대학은 고용과 관련된 책임을 업체 측에 일임할 수 있다. 여의치 않을 경우엔 계약을 파기하면 된다. 대학이 간접 고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지난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대학 청소용역직 노사관계 실태와 쟁점」에 따르면 서울 관내 대학교 중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한 대학은 5곳에 불과했다. 반면, 용역업체를 통한 간접 고용은 33곳에 육박했다. 임희성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발생하는 갈등은 비용절감만을 바라보고 간접 고용을 택한 대학에게 일차적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정책부장은 “대학 스스로 원청임을 망각하고 있다”며 “대학 또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전했다.

간접 고용은 노동자에게 치명적이다. 대학 내 노동자 대다수는 중장년층으로 평균 연령은 50세를 훌쩍 뛰어넘는다. 미화·경비원 직업은 이들에게 마지막 직업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용역업체가 평균 1~2년마다 교체되는 현실에서 이들은 불안정한 고용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학내 노동자가 구조조정 반대에 필사적인 이유다. 임 연구원은 “학내 노동자들의 실질적 고용주는 대학교”라며“대학이 법적 고용주인 용역업체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과정에서 노동자만 고통 받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대학가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재정적 부담감이 증가했다며 정부의 대책 마련 필요성을 주장한다. 대학재정 관련 민간단체 C팀장은 “지난 몇 년간 등록금이 동결되고 입학금도 폐지되는 추세”라며 “대학들이 재정적 여건상 임금 인상을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매년 인상되는 최저임금
대학가 갈등도 매년 반복? 이젠 그만!

 

대학과 학내 노동자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다. 한편 대학 노동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안정적인 고용을 위한 해결책으로 직접 고용을 제시한다. 김 정책부장은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 대부분이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며 “비정규직 양산은 결국 노동시장의 질적 저하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직접 고용은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 점을 인식하고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한 대학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경희대 ▲서울시립대 ▲삼육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2017년 경희대는 자체 산학협력단이 지분 100%를 갖는 자회사 ‘케이에코텍’을 설립했다. 학내 노동자 135명 전원을 직접 고용하기 위해서다.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며 안정적인 근무가 가능해지자 서비스의 능률과 질이 향상됐다. 대학은 사회적 책임에 충실했다는 평판까지 얻었다. 대학가에서 “‘경희대 모델’이 바로 대안”이라는 말이 들리는 이유다. 서울시립대도 직접 고용 방식을 택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총무과 관계자는 “서울시 관할 대학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학내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서울시 정책에 동조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전했다. 직접 고용 방식으로 근무 중인 삼육대 김명식 경비원은 “정년퇴임이 보장되고 각종 복지수당이 지급되는 등 정규직과 똑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며 “정년퇴직까지 꾸준히 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이찬주 기자
zzanjoo@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정준기 기자, 이찬주 기자, 천건호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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