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천경로당 이전 놓고 서대문구청-경로당 이용자 갈등

창천문화공원 내 청년문화전진기지* 도입이 결정되면서 기존의 창천경로당이 창천초등학교 뒤편 주택가로 이전하게 됐다. 그러나 경로당 이용자들은 ▲서대문구청측의 독단적 이전 강행 ▲경로당 여건 악화를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서대문구청 측에서는 사후 대책을 제시했지만, 경로당 이용자들은 이마저도 거부해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다. 

▲창천문화공원 내 경로당

이전 앞두고 쏟아지는 반발
“나는 창천공원을 떠나기 싫다”

경로당 이용자들은 ▲서대문구청이 보인 행보 ▲이전 예정 경로당의 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경로당 측은 서대문구청이 미리 경로당 이전 사실, 이전 위치, 이전 건물에 대한 공지 및 합의 없이 독단으로 경로당 이전을 강행하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창천경로당 서정남 총무는 “서대문구청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새 경로당 건물을 매입하고 통보했다”며 서대문구청의 일방적인 계획 실행에 불만을 토로했다.

경로당 이용자들은 경로당 이전 시 내부 면적이 좁아진다는 이유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새 경로당은 연면적 193평으로 기존 경로당이 지하 포함 388평인 데 비해 턱없이 작다. 또한, 면적 중 약 1/4이 복도로 이뤄져 이용자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는 더 좁다는 게 경로당 이용자 측의 주장이다. 창천경로당 정치복 부회장은 “새 건물은 이전 경로당보다 좁은 ‘ㄱ’자 형태의 건물이고, 그 일부마저 복도로 이뤄져 있다”며 “50명 이상이 모이는 총회를 하기엔 새 경로당의 공간이 너무 좁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대문구청 측은 불가피한 상황으로 인해 미리 합의를 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청 어르신복지과 김영선 팀장은 “구청이 건물을 구한다는 소문이 퍼지면 건물 값이 2~3억 오른다”며 “비용 측면을 고려했을 때 미리 알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한 서대문구청 측은 새로운 경로당의 면적이 이전 경로당보다 좁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 팀장은 “기존 경로당의 연면적에는 사용하지 않는 지하창고 면적이 포함돼있다”며 “지하창고를 빼면 기존 건물의 1층과 2층을 합친 것 보다 새 건물의 면적이 더 넓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서대문구청은 큰 규모가 필요할 시에 공간 대관을 해주는 등의 후속조치를 약속했다.

▲창천초등학교 뒤편의 새 경로당 내부

길어지는 갈등, 타협점은 있나

그러나 서대문구청의 후속조치에도 경로당 이용자들은 여전히 경로당 이전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대문구청은 설 전후로 사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서 총무는 “좋은 조건을 내보이지 않는 이상 경로당에서 버틸 것”이라며 청년문화전진기지 부지에 경로당 자리를 내달라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서대문구청은 경로당 측의 주장이 무리한 요구라는 입장이다. 서대문구청 어르신복지와 김희호 주무관은 “‘서울시 공원시설 세분화 계획’으로 인해 경로당은 창천문화공원 내에 있을 수 없다”며 경로당 이전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서대문구청은 대안을 내놨는데도 계속되는 경로당 측의 반발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김 주무관은 “구청장이 두 차례 방문했고, 합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 사과했지만 경로당 측은 의견을 고집하고 있다”며 “이미 건설업체와의 계약이 완료된 상황에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청에서 목표했던 합의 완료 시점인 설이 지나가면서, 서대문구청은 계속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입장이다. 경로당 측의 반발이 지속돼 계획 완료 예정 시기인 9월까지 계획이 완료되지 않는다면, 경로당 이전에 배정받은 30억 원이 불용(不用) 처분되기 때문이다. 해당 예산이 불용 처분될 경우 서대문구청은 청년문화전진기지 건설계획 하의 모든 계획들을 시행할 수 없게 된다. 김 주무관은 “목표했던 시기보다는 늦춰졌지만 합의를 위해 여러 차례 대화를 더 나눌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년문화전진기지: 신촌동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신촌동의 공공기반 시설 재생을 위해 계획됐다. 청년문화의 활성화를 목표로 청년 문화 카페와 소규모의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건물이다.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