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퀘어 이전 놓고 반발 잇따라

이화여대 정문 앞에서 2호선 이대역까지 이어지는 이화여대길에는 노점들이 줄지어 있다. 서대문구청은 노점상들을 정리하고 박스퀘어*로 이전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노점상들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불법 노점상을 자영업자로

 

박스퀘어 건립은 지난 2015년부터 불법 노점 정비를 위해 진행된 ‘이대권역활성화사업’ 중 하나다. 서대문구청은 ▲이화여대길 정비 ▲신촌기차역 앞 상권 활성화 ▲불법 노점상들의 자영업자 전환을 기대하며 노점상들의 박스퀘어 입주를 추진하고 있다. 경의중앙선 신촌기차역 앞 쉼터에 박스퀘어가 완공되면 노점상 45명과 청년창업자 19명 등 총 64명이 박스퀘어에 입주하게 된다. 노점상들의 박스퀘어 입주에 그치지 않고, 서대문구청은 노점상들의 자영업자 전환을 위해 ‘유명 셰프의 개별 코칭’과 같은 사업도 제인하고 있다. 서대문구청 건설관리과 조홍길 팀장은 “박스퀘어는 다른 사업들과 같이 추진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스퀘어 건립의 시작점은 불법 노점상으로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 있다. 현재 이화여대 앞 지역에서는 노점상으로 인한 통학로 확보의 어려움과 교통의 혼잡, 도시 미관 저해, 위생 문제 등으로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이화여대 원소정씨는 “이화여대길에는 관광객과 학생들이 많아 길이 자주 붐비는데 노점상이 있어 통행이 힘들다”고 말했다. 조 팀장 역시 “좁은 골목에 비해 너무 많은 노점상이 위치해 있어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전은 죽으라는 소리”
박스퀘어에 대해 갈리는 의견 

 

그러나 현재 45명의 노점상 중 40명의 노점상이 박스퀘어로의 이전을 반대하고 있다. ▲일방적인 계획 통보 ▲사업의 불안정성 등이 그 이유다. 노점상들은 이전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었으며 서대문구청이 일방적인 이전 요구만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개의 노점상이 속해있는 단체인 이대특화거리기부 김종규 지부장은 “서대문구청은 박스퀘어 이전에 대해 노점상들과 사전 대화를 전혀 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전을 통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지부장은 “원래는 가판대 형식이라고 말했는데 다섯 차례 정도 사업계획이 바뀌었고, 결국 박스퀘어로 형식이 됐다”라며 사업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또한, 노점상인들은 박스퀘어로의 이전에 대한 부담감을 드러냈다. 역세권과 대학가의 영향을 받는 이화여대길은 노점상들이 포기할 수 없는 양질의 상권이다. 이화여대 앞의 한 상인은 “좋은 상권인 이화여대길을 떠나 유동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신촌기차역으로 가라는 것은 꺼려진다”고 말했다. 노점상들은 ‘박스퀘어’라는 컨테이너 상점 형태에 대해서도 불만을 드러냈다. 김 지부장은 “건대입구와 창동의 컨테이너 상점 중 건대입구만 조금 여유가 있는 정도라고 들었다”며 “서대문구청의 도로정비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줄여지지 않는 간극, 박스퀘어의 앞날은?

 

이러한 노점상들의 입장에 대해 서대문구는 한 발 물러나는 태도를 보였다. 서대문구는 박스퀘어에 대한 노점상들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서대문구청은 박스퀘어 건립에 대한 노점상들의 의견 반영을 목표로 사업설명회와 동시에 30여 차례의 간담회를 열었다. 조 팀장은 “박스퀘어로 이전한다면 다양한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박스퀘어를 활성화시킬 것”이라며 노점상들의 이전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점상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이다. 김 지부장은 ”장사를 하던 곳에서 그대로 장사를 하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박스퀘어 이전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지 주무관은 “노점상들이 원하는 것을 얼마든지 반영할 계획”이라면서도 ”하지만 노점상들이 기본적으로 서대문구청을 신뢰하지 않는 탓에 의견 수렴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청과 노점상 간 대화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박스퀘어는 오는 6월 건립이 예정돼있다.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박스퀘어가 이화여대 상권 활성화와 상인들의 생계유지 두 가지 과업을 모두 성사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박스퀘어: 지상 3층 규모의 건물로 컨테이너를 의미하는 박스(Box)와 광장을 의미하는 스퀘어(Square)를 따서 지은 이름으로 컨테이너 소재로 지어지는 건물이다.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자료사진 서대문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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