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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청원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시민사회의 성숙도를 신뢰하자

최근 청와대 누리집에 개설된 국민청원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국민청원에 제출된 청원 중 개인적인 민원이나 황당한 수준에 불과한 것들이 제법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누리집에 따르면 지난 2일 기준 5만 5천960건의 국민청원이 제출되어, 국민청원에 쏟아지는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큼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많은 청원들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에 청원의 내용도 매우 다양하다. 민원성의 청원부터 진지한 입법에 관한 청원, 심지어 가요제의 심사방식에 관한 청원까지 그야말로 사회의 온갖 문제들이 청원으로 제출되고 있다.

국민청원은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직접민주주의를 강화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의 소산이다. 청와대 누리집에 따르면 “청와대의 직접 소통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한다. 제출된 청원에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면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그 사안에 대해 답하게 돼있다. 이러한 시도는 국민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싶어도 어디에 제기하면 좋을지 모르는 상황이 벌어지거나 관공서에 연락해도 문제가 접수되지 않거나 답변이 없는 경우의 대안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이는 그간 다른 이들에게 알려지지 않아 공감을 얻기 어려웠던  개인적 청원들이 정보통신기술에 힘입어 얼마나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지 확인할 기회도 제공한다. 정부의 입장에서도 언론을 거치지 않고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는 직접적인 통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더욱이 지난 정권이 국민과의 소통에서 큰 약점을 드러냈기 때문에 이전 정권과의 차별성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을 일으키지 못하는 사소한 민원성 청원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국민청원의 유효성에 관한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는 지나치게 나무에 집중하는 것으로 국민청원이라는 숲의 성장은 긴 호흡을 지니고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전체 제출된 청원 중 30일 동안 20만 명 이상이 동의하지 않아 기한이 만료된 청원은 18,302건에 달하고 이 중 답변이 된 청원은 2건에 불과한 상황이다. 청원 답변 1호는 청소년 보호법을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에 답한 것이었고 청원 답변 2호는 낙태죄 폐지와 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허락하라는 청원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는 제출된 청원에서 국민적 공감을 일으키는 내용이 매우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출된 청원이 제도적으로 잘 걸러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제출된 청원 자체는 개인적인 민원에 그칠 수도 있지만 이러한 청원에 답변하기 위하여 정부 및 청와대 관계자가 공연히 힘을 빼는 상황도 일어나고 있지 않다. 그러므로 국민청원의 내용을 문제 삼아 그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매우 섣부른 판단이다. 특히 청와대가 주도하고 있는 정부와 국민 간의 직접 소통에 불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몇몇 언론들의 국민청원에 관한 비판적 기사들은 객관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

제도가 뿌리를 내리고 그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제도 정착의 걸림돌이 된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는 시도를 참을성 있게 지켜보고 제도 시행 2주년이 되는 시점에 그 성과를 비판적으로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소한 가십성 기사와 흠집 내기에서 벗어나, 우리나라 국민의 시민의식이 주어진 제도 속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지켜보면서, 보다 생산적인 비판을 통해 직접민주주의가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하는 것이 성숙한 언론의 역할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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