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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쉴 곳생존자들은 쉼터에서 자립을 꿈꾼다
  • 구하경 기자
  • 승인 2017.12.02 22:27
  • 호수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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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은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일어나는 폭력이다. 가해자의 폭력으로 사적 공간을 잃은 가정폭력 생존자 여성(아래 생존자)들에겐 자신들을 보호해줄 집이 필요하다. 쉼터는 생존자들의 임시적 집이 돼주며 그들의 자활을 돕는다.

 

 

쉼터,
생존자들의 쉴 곳이 되다

 

생존자들은 어떤 절차를 거쳐 쉼터로 가게 될까? 가정폭력 생존자들은 ‘여성긴급전화 1366’(아래 여성긴급전화)이나 가정폭력상담소 등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중 여성긴급전화는 연중무휴 24시간 운영되는 전화 상담 서비스다. 생존자가 ‘지역번호-1366’에 전화를 걸면 상담원과 연결이 되는 방식이다. 여성긴급전화와 가정폭력상담소는 동시에 그들에게 쉼터의 위치도 안내하고 있다. 생존자들이 가정폭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그들의 긴급 피난처가 돼주는 곳이 바로 ‘쉼터’다.

우선 심리 상담은 신체적·정서적·성적·경제적 폭력에 지속적으로 노출됐던 생존자들에게 필수적인 프로그램이다. 한국여성의전화(아래 한여전) 쉼터 ‘오래뜰’의 시설장인 서재인 활동가는 “폭력에 대한 심리적 치료는 생존자들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이는 생존자들이 앞으로의 삶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한여전의 심리상담은 생존자들이 가정폭력을 사회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와 같은 상담 방식은 생존자들에게 가정폭력이 피해 당사자의 잘못으로 발생한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생존자와 동반 입소한 아동 역시 쉼터의 지원 대상이다. 가정폭력의 목격자 혹은 피해자인 아동에게도 놀이 치료 등의 심리 치료가 쉼터 내에서 진행된다. 가해자가 생존자와 아동의 위치를 알아내려고 아동의 학교까지 찾아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때 쉼터는 필요에 따라 아동의 비공개 전학을 돕는다. 이 경우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아래 가정폭력방지법)에 따라, 쉼터에서 ‘가정폭력 피해 상담사실 확인서’를 발급받은 아동은 주소지 외의 지역으로 전학할 수 있다.

쉼터는 생존자들이 가정폭력을 벗어날 방법이 자신의 집과 배우자를 떠나는 것 밖에 없다고 판단했을 때 찾는 곳이다. 생존자들은 이혼을 통한 완전한 관계 단절을 원한다. 그러나 그들은 법률 지식이 부족해 이러한 결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렇기에 쉼터는 이 생존자들을 위한 법률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서 활동가는 “이혼을 결심하고 쉼터에 오는 생존자들이 많다”며 “이들을 지원하고 돕는 것이 쉼터의 법률 서비스”라고 전했다.

서 활동가는 “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 생존자들이 가정폭력 관계를 단절하고 나아가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듯 쉼터는 생존자들이 쉼터 밖에서의 삶을 꾸려나갈 자립 기반을 다지는 곳이다. 경제적 자립은 생존자에게 삶의 주도권을 쥐여줄 수 있다. 쉼터에서 운영되는 직업 훈련 프로그램은 생존자들이 퇴소 후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5년도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시설 운영실적」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보호시설에 입소한 가정폭력 피해자 중 전업주부의 비율이 약 47.7%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정재훈 교수는 “피해자가 경제적 자립을 이루지 못하면 폭력의 굴레를 끊어내기 어렵다”며 “국가는 이런 상황을 방지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 교육 등을 실시해 생존자를 도와야 한다”고 첨언했다.

 

쉼터 운영,
그 속의 현실적 어려움

 

쉼터는 가정폭력 생존자들의 자립을 목적으로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 운영엔 여러 어려움이 뒤따른다.

상당수 생존자는 쉼터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쉼터에 오지 못한다. 쉼터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서 활동가는 “많은 생존자들이 쉼터의 존재와 역할을 더 일찍 알지 못한 것을 아쉬워한다”며 “이는 쉼터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도 있지만 보호시설이 마치 수용시설과 같을 것이라는 왜곡된 인식 탓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극소수의 생존자들만 쉼터를 찾고 있다. 

쉼터는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생존자들을 쉽게 찾아올 수 없도록 비공개로 운영된다. 하지만 가해자가 생존자를 집요하게 추적해 쉼터로 찾아오는 경우는 빈번하다. 서 활동가는 “많은 가정폭력 가해자들이 휴대폰·카드 사용기록을 추적하거나 잠복을 하는 등의 방법으로 쉼터까지 찾아온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쉼터에 찾아오는 가해자들로부터 피해자를 숨기는 것이 녹록지만은 않다. 쉼터에 대한 경찰의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월 2일, 한 가정폭력 가해자가 한여전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찾아와 아이를 보여 달라며 소리를 지르고 출입을 시도했다. 이에 활동가들은 경찰에 신고하고 가해자에 대한 격리 조치를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아이 아빠가 아이를 보러왔다는데 만나게 해주면 되지 않느냐’였다. 이에 대해 서 활동가는 “경찰에게는 쉼터가 생존자를 보호하는 시설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었다”며 “오히려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며 수수방관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또한 서 활동가는 “이 경찰들이 여성 폭력에 대한 전문성을 가져야 할 여성·청소년계 경찰들이었다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퇴소 후 
생존자들에게 필요한 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올해 실시한 「가정폭력 피해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쉼터 퇴소 후 생존자들이 자활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꼽은 항목은 ▲임대주택 등 주거 지원 ▲경제적 지원 ▲취업 알선 순이었다.

여성가족부는 생존자들에게 여성폭력피해자 주거지원시설(아래 주거지원시설)로 임대주택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주거지원시설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며 지역별 편차도 큰 상황이다. 여성가족부 복지지원과 관계자 A씨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은 지역 간 편차가 있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서울 지역에 시설이 적은 편이라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전했다. 나아가 생존자 중 50~100만 원 가량의 보증금이 없거나 주거유지비가 부족해 입주를 포기한 사례도 많다. 이에 정 교수는 “현재 주거지원 서비스는 실효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쉼터 퇴소 후 경제적 지원이 끊기는 것 역시 주된 문제로 거론된다. 쉼터는 생존자의 자립을 돕기 위해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생존자들이 6~9개월간의 쉼터 생활기간 내에 자립 기반을 세우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서 활동가는 “쉼터에 찾아온 많은 생존자가 자립과 함께 이혼 소송을 준비한다”며 “생존자들이 이혼 소송에 얽매인 상황에서 제한된 쉼터 생활기간 내에 완벽하게 자립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자립 지원을 위한 움직임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발의한 가정폭력방지법 개정안은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지난 11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당 개정안은 생존자의 쉼터 퇴소 후 자립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한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있다. 서 활동가는 “정부 차원에서 자립지원금 관련 예산을 많이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 교수는 “취업 이전의 최소 생계비 지원은 생존자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전했다.

또한 가해자에게 신변이 노출되는 것을 우려하는 생존자들에겐 적절한 일자리를 구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장수정 교수는 “생존자에게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로부터의 신변 보장”이라며 “4대 보험 등이 적용되는 일자리의 경우 개인정보를 전산화해 기록한다는 이유로, 생존자들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나아가 장 교수는 “고용노동부에서도 생존자의 취업에 관여해야 한다”며 “여러 부처 간의 협의와 고민이 필요한 문제인 만큼 여성가족부가 아닌 다른 부처도 생존자가 겪는 어려움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정폭력은 생존자들에게서 ‘살 곳’을 앗아갔다. 쉼터는 생존자들이 진짜 ‘집’을 찾도록 돕는 곳이다. 생존자는 자신이 찾을 집에서 폭력의 위험 없이 자신의 삶을 지속해나가길 바라고 있다. 이는 보다 철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글 구하경 기자
 
9summer@yonsei.ac.kr
그림 김지연

구하경 기자  9summ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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