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관, 오늘은 상영할 수 있나요?

독립영화관의 ‘독립’은 상업자본과 대기업 중심의 배급망으로부터의 독립을 의미한다. 독립영화관에서는 국내외의 독립영화를 비롯해 다양성·단편·예술영화 등을 상영한다. 상업자본과 대기업 중심의 배급망으로 이루어진 오늘날의 영화시장에서 독립영화관은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다. 
 

‘빈약한 관객층’과 ‘낮은 시장점유율’
악순환에 빠진 독립영화관

 

그러나 독립영화관의 상당수는 ‘재정구조의 악화’라는 악순환에 신음하고 있다. 악순환은 독립영화관의 시장점유율 하락에서부터 시작한다. 영화진흥위원회(아래 영진위)의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독립영화관의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2.9%에 불과했다.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로 대표되는 ‘대기업 3대 멀티플렉스’가 시장점유율 97.1%를 기록한 것과 대비된다. 영진위 관계자는 “한국의 영화상영시장은 소수의 기업에 집중된 시장”이라며 “2013년 3.9%였던 독립영화관의 영화 시장점유율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독립영화관의 시장점유율 하락으로 인해 독립영화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관객 규모도 감소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 독립영화를 관람한 관객은 약 810만 명이다. 전체 영화 관람객 약 2억 1천만 명의 3.8%에 불과하다. 관객 100명 중 3~4명만 독립영화를 찾은 셈이다. ‘(해당연도에) 독립·예술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적 있다’고 답한 관객도 2010년 40.8%에서 2015년 24.7%로 곤두박질쳤다. 기존 관객의 유지는 물론, 신규 관객의 유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독립영화관을 찾는 관객이 감소하자 독립영화관은 재정구조에 치명타를 맞았다. 현재 독립영화관을 찾은 관객은 7~8천 원을 입장료로 지급한다. 하지만 입장료 할인과 상영영화 부율 정산* 등을 거치고 나면 독립영화관이 가져가는 금액은 3천 원 남짓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독립영화관은 아무래도 멀티플렉스에 비해 매점 매출액과 광고수익 등이 적기 때문에 사실상 관객 입장료가 주 수입원”이라고 설명했다. 창원 '씨네아트리좀' 하효선 대표는 “직원 4명의 인건비와 임대료, 상영관 운영비 등을 합쳐 매달 1천만 원 이상의 돈이 고정적으로 지출된다”며 “하지만 관객 입장료 수입이 3백만 원 정도에 불과해 직원들 월급 주기도 부족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독립영화관이 재정난을 못 견뎌 문을 닫거나 휴관하면, 독립영화관의 영화 시장점유율은 더더욱 낮아지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악순환은 반복된다.
 

▶▶ 독립영화관 오오극장 전경


‘영진위 입맛’에 맞춰야 지원받는다?
돈 앞에 ‘독립 없는’ 독립영화관의 설움

 

독립영화관이 '재정구조 악화' 악순환에 허덕이자 정부 차원의 예산지원 필요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형성됐다. 영진위가 독립영화관 재정난 구제를 목적으로 지난 2002년부터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 진행해온 예산지원 사업이 대표적이다.지원 대상에 선정된 독립영화관은 영진위가 인증한 ‘독립·예술영화’ 400여 편을 연간 219일 이상 동안 자율적으로 상영하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영진위는 기존의 지원 사업을 「예술영화전용관 상영(유통·배급)지원 사업(아래 상영지원 사업)」으로 갑작스럽게 변경했다. 변경 내용은 ▲예산지원 받기 위한 독립영화관의 자격조건 ▲영진위의 예산지원 방식변경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먼저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는 독립영화관의 자격조건이 바뀌었다. 해당 상영지원 사업에 따르면 독립영화관이 예산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영진위의 위탁단체가 선정한 영화 24편을 2편씩 매달 의무상영해야 한다. 매주 2회에 걸쳐 상영해야 하며, 매달 서로 다른 2편의 영화로 바꿔야 한다. 영진위의 예산지원 방식도 변경됐다. 기존의 지원 사업은 예산지원 대상 독립영화관을 상영한 영화의 시간대나 좌석점유율에 상관없이 오로지 영화상영 여부에 따라 결정됐다. 하지만 상영지원 사업은 영화상영 여부는 물론 상영한 영화의 시간대별 좌석점유율을 반영해 15%의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영화 A를 상영한 독립영화관은 해당 영화가 상영된 시간대의 좌석점유율 15%만큼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영진위는 기존의 지원 사업방식 변화를 두고 ‘독립영화관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라며 해명했다.

하지만 영진위의 해명과 달리 영진위로부터 지원받는 독립영화관의 수는 대폭 줄어들었다. 정부에 비판적인 내용의 영화를 상영하는 독립영화관은 예산지원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대구 ‘오오극장’은 『다이빙벨』을 상영한 후, 영진위의 예산지원 심사에서 탈락했다. 대구 ‘동성아트홀’과 대전 ‘아트시네마’도 『천안함 프로젝트』에 스크린을 배정했다는 이유로 영진위의 예산지원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2014년에 영진위가 지원한 독립영화관은 25곳이었지만, 사업이 시작된 2015년에는 단 3곳만 지원받았다. 2015년 상영지원 사업으로 지원금을 받은 독립영화관 3곳**의 공통점은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진위는 ‘입맛’에 맞는 독립영화관에만 예산을 지원했다.

영진위의 지원 사업 축소는 재정 상황이 열악한 독립영화관에 치명적이었다. 영진위의 지원금으로 버티던 독립영화관은 문을 닫거나 휴관할 수밖에 없게 됐다. 실제로 2015년 11월 북촌에 위치한 ‘씨네코드 선재’가 재정난으로 폐관했다. 2016년 2월에는 강릉의 ‘신영극장’이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고, 곧이어 광화문의 ‘스폰지하우스’도 재정난을 못 견뎌 문을 닫았다. 이외에도 포항 ‘인디플러스’, 종로 ‘씨네코아’, 명동 ‘시네콰논·중앙시네마’, 거제 ‘아트시네마’ 등 약 30여 곳의 독립영화관이 비슷한 사정이다. 4년 전 56곳에 달했던 독립영화관은 현재 지속적인 적자와 운영난으로 30곳만 남아있다.

신영극장 관계자는 “영진위의 지원사업 중단 이후 건물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 상황이 열악해졌다”며 “대자본 위주의 독점적 영화시장 안에서 민간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극장의 설립과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난 4년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하 대표는 “(씨네아트리좀은) 다행히 매년 영진위로부터 독립영화관 운영지원 명목으로 지원금을 받지만 지원금이 한 달 기준 325만 원에 불과하다”며 “극장의 한 달 임대료도 안 되는 지원금으로 뭘 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오오극장 서성희 대표는 “상영지원 사업에 공모했지만 떨어진 이후로, 영진위와 문체부로부터의 예산지원이 전무했다”며 “지금까지 극장 운영을 자체적인 프로모션과 수익창출로 버텨왔다”고 소식을 전했다. 또 하 대표는 독립영화계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점으로 ‘영진위의 독단’을 꼽으며 “한국독립영화계는 영진위 중심의 피라미드 구조라 보면 된다”고 일갈했다. 예산지원을 받기 위해 ‘독립 없는’ 독립영화관이 돼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독립영화관 내부 모습

 

‘독립영화계 살리기’ 나선 정치권
“충분한 대안 될까?”라는 숙제 남아

 

영진위의 예산지원에 독립영화관이 휘둘리는 형국이 지속되자 정부는 ‘간섭 없는 지원’ 기조를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구조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정부 지원금에 대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아 독립영화관에 대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이다. ‘영진위의 예산지원’ 사례는 독립영화계를 향한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영진위의 입맛에 맞는 독립영화관은 예산지원을 받게 되고, 그렇지 않은 독립영화관은 예산지원에서 탈락한다. 독립영화계가 정부의 직·간접적인 간섭을 우려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독립영화협회 관계자는 “독립영화 죽이기에 몰두한 문화계 블랙리스트의 책임자들이 아직도 영진위의 고위직을 차지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정부의 기조에 의문을 갖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고 전했다.

이에 독립영화계는 독립영화관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기형적 재정구조의 원인인 독과점 영화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러한 독립영화계의 주장에 힘입어 정치권은 ‘독립영화계 살리기’에 착수했다. 지난 15일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아래 영비법)」 개정안이 대표적인 예다. 해당 개정안은 ▲특정 영화의 상영 기간 동안 스크린 40% 이상 점유금지 ▲대기업 상영관 중 한 개 이상을 독립예술 전용 상영관으로 지정·운영 ▲영화산업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영진위의 조사 권한 강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지금까지 발의된 법안 중 가장 강력하다는 평이며, 만일 법안이 통과될 경우 독립영화계의 숨통도 어느 정도 트일 전망이다. 

 

오늘날 독립영화관은 영화의 다양성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남아있다. 하지만 빈약한 관객층과 낮은 시장 점유율, 예산지원 핑계로 가해지는 영진위의 직·간접적인 간섭 등은 독립영화관으로 하여금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어렵게 만든다. 독립영화관이 해야 할 일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부율 정산: 영화의 상영이 종료되면, 배급사와 극장이 박스오피스 총액을 계약에 따라 일정 비율(부율)로 분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흥행, 상영 기간 등을 고려해 결정하며 독립영화관은 5:5의 비율로 부율 정산한다.
**영진위 직영 인디플러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서병수 부산시장이 이사장인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 등이다.



 


글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자료사진 오오극장>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