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X Story, Our ===} Story]

꼈지만 끼지 아니한 듯하구나.
내가 콘돔인지, 콘돔이 나인지 알 수 없구나.
나는 ‘콘’아일체의 경지에 올랐도다.

The Y의 솔직한 이야기, The X 그 네 번째 이야기는 '콘돔'이다.
콘돔은 명목상 피임도구이지만, 자고로 우리가 생식을 목표로 하지 않는 섹스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쾌락 추구'에 있다. 그래서 콘돔은 피임이라는 본질적인 목적은 물론이거니와, 페니스를 감싸는 두꺼운 느낌이 전해지지 않도록 하는 의무를 동시에 진다. 어차피 껴야 할 콘돔이라면, 사랑하는 상대와의 소중한 순간을 위해 더 좋은 것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은가. 이에 우리 기자단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네 종류의 콘돔을 선정해, 생생한 체험기를 담았다. 콘돔의 튼튼함을 검증하는 실험을 위해 기자들이 열심히 편집실에서 콘돔을 만지고 당겼다는 후문이다.
@ The Y

 

Unidus Long-Love (사정지연) 355.7번*

남자는 삽입 후 평균 2~5분 만에 오르가슴을 느낀다. 반면 여자는 15~30분이 걸린다. 여자와 남자에게 오르가슴이 찾아오는 타이밍이 각각 다른 것이다. 서투른 첫 섹스, 이론상으로만 알고 있던 이 사실이 내게 경험적으로 다가왔다. 여자친구가 절정을 맞이하기도 전에 내 사정이 끝나버린 것이다. 여자친구는 애써 “좋았다”는 말로 나의 작아진 페니스를 위로했지만 그녀의 얼굴에서 못내 아쉬운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 일을 반면교사 삼아 우리의 섹스를 더욱 완성도 있게 꾸며보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나 몇 번의 경험이 더해진다고 해서 나의 욕심은 채워지지 않았다. 페니스는 ‘내 것이지만 내 것 같지’ 않았고, 사정 또한 ‘내가 하는 것이지만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이었다. 여자친구의 실망과 나의 자신감 하락으로 점철된 섹스가 계속되던 어느 날, 친구의 추천으로 유니더스 롱러브 콘돔을 알게 됐다. 반신반의하며 롱러브를 쓴 그 날, 처음으로 들었던 여자친구의 신음소리와 처음으로 봤던 만족스러운 표정을 기억한다. 다만, 부작용은 여자친구의 오르가슴이 먼저 찾아오는데 나는 아닐 때가 있다는 점. 이제는 쓰지 않는다. (강조)

 

Okamoto 0.03 Aloe (젤형) 60번

성적으로 흥분했다고 항상 질액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나는 질액 분비가 많은 편이 아니라 관계 도중 뻑뻑해져 아쉽게 관계를 중단한 적이 꽤 있었다. 남자친구는 괜찮다고 나를 안아줬지만 정작 나는 괜찮지 않았다. 관계의 끝을 보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웠기 때문이다. 괜히 울적했다. 윤활액이 풍부하다고 소문난 콘돔을 찾아 헤맸다. 수많은 시도 끝에 이 콘돔을 만났다. 삽입 시작부터 사정까지 아프지 않게 적절한 점도를 유지시켜주는 콘돔 덕에 통증이 최소화됐다. 쾌감이 커졌음은 설명하지 않아도 당연하다. 
나도 남자친구도, 서로 만족하는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정말 고마운 콘돔이다.

 

Durex Pleasure Me (돌기형) 248.7번

경제학의 기본 원리는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용을 얻는 것이다. 내게 경제학의 원리는 섹스에도 적용된다. 최소 움직임으로 최대 쾌락을 느낄 때 가장 효과적인 섹스를 했다고 할 수 있다. 체력은 한정돼 있기에 한정된 삽입 횟수로 최대한의 쾌락을 얻기 위해 우리는 돌기형 콘돔을 사용한다. 둘레에 빽빽이 돌기가 박힌 콘돔이 삽입되면, 매끈한 페니스보다 훨씬 감각적인 섹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돌기형 콘돔은 기대만큼의 쾌락을 내게 선사해 주지 못했다. 그런데 이 콘돔만큼은 달랐다.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왠지 더 큰 사이즈의 페니스가 삽입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내 오르가슴을 본인의 것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남자친구는 나의 절정을 보면서 만족스러운 섹스의 기준을 정한다. Pleasure You, Pleasure Me. 네가 좋으면 나도 좋아.

 

Sagami Original 0.02 (초박형) 151번

‘노콘노섹.’ 우리의 섹스 신조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콘돔 없는 섹스는 지양한다. 그러나 콘돔을 착용한 느낌이 강한 섹스 또한 지양한다. 콘돔을 꼈지만 마치 노콘인 것 같은 섹스를 위해 다양한 초박형 콘돔을 써봤다. Sagami Original 0.02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만족스러운 콘돔이었다. 콘돔의 얇기가 매우 얇아서 콘돔을 끼지 않았을 때처럼 페니스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진다. 아래의 온도가 높아지면 마찰이 늘어날수록 촉감 이상의 상상이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다른 콘돔에 비해서도 너무 얇아 씌울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다. 달아오른 분위기 속에서 조심스럽게 콘돔을 약 3분 동안 끼우고 있으면 순간적으로 허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무엇보다, 워낙 얇은 탓에 착용 과정에서 콘돔이 씹히면 2500원을 버려야 하니 주의하자! 

* 콘돔의 성능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어디까지나 ‘내구성’이다. 콘돔의 내구성을 실험하기 위해, 기자의 손에 콘돔을 끼우고 찢어질 때까지 신문지에 비볐다. 실제와 가장 유사한 조건에서 실험하기 위해 콘돔을 낀 손과 끼지 않은 손을 비볐으나, 그 횟수가 1500번이 넘어도 찢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실험 조건을 바꿔 신문지에 비볐다. 총 3번의 실험을 통해 도출된 값의 평균을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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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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