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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브리핑] 잠 못 드는 신촌
  • 이지훈 기자, 이혜인 기자, 김가영 기자, 윤현지 기자
  • 승인 2017.12.02 01:30
  • 호수 38
  • 댓글 0

빨간잠수경 앞, 열정 넘치는 노랫소리와 화려하게 연주하는 기타소리가 들려온다. 기타소리와 노랫소리는 바닥의 작은 앰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서서 구경하는 사람들, 지하철을 타러 가다 멈춘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지금 시각은 밤 10시가 넘었다.

누군가에게는 감미로운 노래가 아닐 수 있다

신촌 빨간잠수경 앞과 연세로 명물거리 공터는 거리공연, 일명 버스킹의 성지다. 이는 유동인구가 많고 별다른 대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라는 인식 덕택이다. 이러한 버스킹을 청년 문화의 선두라고 이야기하며 긍정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불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도 많다. 늦은 시간의 버스킹이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소음 공해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명물거리 주변에 거주하는 연세대 전유환(21)씨는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 때문에 밤마다 너무 시끄러워서 자기 힘들다”며 “일찍 잠든 날은 이따금 깨기도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무분별하게 공연하는 버스커에 대한 시선 또한 곱지만은 않다. 연세대 홍기범(26)씨는 “많은 버스커들이 한꺼번에 공연을 하는 경우 서로의 소리가 겹쳐 소음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지난 11월 1일부터 3주간 확인해 본 결과, 밤 10시 이후 버스킹을 한 횟수는 12번이었다.

기대를 모으며 등장한 ‘버스킹존’
실상은 아무도 몰라

버스킹에 대한 불만과 관련해 서대문구청은 ‘버스킹존’ 신청을 통해 버스킹을 관리하고 있다. 버스킹존은 신청을 통해 버스킹을 할 수 있는 장소다. 이러한 버스킹존은 소음문제와 무분별한 미인증 버스커의 공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현재 신촌에 있는 버스킹존은 빨간잠수경 앞 ‘스타광장’, 명물거리의 ‘명물쉼터’와 ‘아리수 스트로 공연장’의 세 곳이다. 
그러나 버스킹존의 존재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네이버 카페 ‘거리공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에는 ‘신촌에서 버스킹할 때 허가를 받아야 되는지’에 대한 문의 글들이 빈번하게 올라온다. 이에 허가를 받지 않아도 괜찮다는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버스킹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 역시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인식 자체가 미비한 상황이다.
또한, 이화여대 재학생 A씨는 “버스킹을 할 때 신청 절차가 있는지 잘 몰랐다”며 “별다른 허가 없이 앰프와 악기를 가져와서 버스킹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한 연세대 이현민(22)씨는 버스킹존 대해 “버스킹 신청 절차가 있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며 “신청 절차를 통해 버스킹을 한다는 것을 알리게 되면 많은 버스커도 신청할 것이고, 관객들도 더 좋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라 밝혔다.
그러나 버스킹존 신청 제도를 통해 버스킹을 관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소음을 유발하는 버스킹을 실질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올해 초 서대문구청에서는 ‘버스킹존’ 신청, 밤 9시 제한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버스킹 관련 내부지침을 만들었다. 그러나 강제성이 없는 내부지침은 효과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서대문경찰서에서도 순찰을 돌고 있지만, 실질적인 제재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서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신고가 접수될 경우에만 버스킹을 제지하고 있다”며 “밤에 순찰을 돌며 많은 버스커를 보지만 너무 시끄럽지 않는 이상 따로 제지를 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절차가 필수적인 이유

구청이 버스킹존과 버스킹 신청 제도를 만든 이유는 다른 축제들과 버스킹이 겹치지 않게 일정을 조율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버스커들이 실제적으로 구청에 버스킹을 신청하는 주요 이유는 장비를 작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기를 구하기 위함이다. 버스커 김지인(22)씨는 “장소사용보다는 전기사용 때문에 구청에 버스킹 허가를 받는 경우가 더 많다”며 “구청에 신청하지 못한 경우에는 근처 가게 사장님께 부탁해서 전기를 끌어 쓴다”고 밝혔다. 버스킹 신청 절차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잘 모르고 활용하지 못하는 버스커들이 버스킹존 주변의 가게에 전기 구걸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버스킹 신청을 필수적인 절차로 바꾸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버스커들이 서대문구청에 거리공연을 할 것이라고 미리 신청한다면 굳이 가게에서 전기구걸을 하지 않고, 서대문구에서 제공하는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버스킹 관련 문제의 해결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이에 A씨는 “위와 같은 절차가 필수가 되면 크고 작은 충돌을 미리 방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거리공연 문화는 이미 젊음의 상징이자 일종의 로망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거리공연 문화가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서로 배려하고 양보해야할 것이 아직 많아 보인다. 자유롭게 하는 거리공연이 다른 이들의 자유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진다면, 성숙한 거리공연 문화로 누구나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글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김가영 기자
jane1889@yonsei.ac.kr

글·사진 윤현지
hyunporter@yonsei.ac.kr

이지훈 기자, 이혜인 기자, 김가영 기자, 윤현지 기자  chu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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