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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 기승 뒤에는 피해자의 고통이 있다연달은 법 개정 노력, 하지만 피해자 구제는 산 넘어 산
  • 전하연 기자
  • 승인 2017.11.26 01:50
  • 호수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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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벤지 포르노(revenge porno)란 복수를 뜻하는 ‘revenge’와 사람의 성행위를 묘사한 사진·영상 등을 의미하는 ‘pornography’의 합성어로, 당사자의 동의나 인지 없이 배포되는 성적인 사진이나 영상물을 말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별한 연인에 의해 유포된 리벤지 포르노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감옥과도 같은 리벤지 포르노

 

리벤지 포르노 피해사례는 해마다 급증하는 추세다.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에서 발표한 「개인성행위 영상물 시정요구 건수」에 따르면, 지난 2016년에만 리벤지 포르노의 유통 차단과 관련한 시정요구가 7천235건 발생했다. 이는 지난 2012년 기록된 958건보다 8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해당 통계는 방통위에서 정식으로 요청받은 시정요구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대학생 A씨는 “과거 남자친구가 온라인 초소형 카메라 전문 업체에서 USB형 카메라를 구매한 것을 발견해 이별했다”며 “지금도 리벤지 포르노 관련 보도를 접할 때마다 당시 상황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리벤지 포르노가 고도의 전파력으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을 유발시킨다고 말한다. 불특정 다수가 리벤지 포르노를 소비하면서 가해를 기하급수적으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리아 활동가는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은 본인도 모르는 새 은밀한 사생활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며 “이에 그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적 고통에 시달린다”고 전했다. 이어 리아 활동가는 “영상 하나로 인해 사회권을 박탈당한 셈”이라고 강조했다.

 

한없이 열악한 
리벤지 포르노 관련 대책

 
증가하는 범죄율에도 불구하고 그간 리벤지 포르노에 대한 처벌 및 피해자 지원 대책은 부실했다. 구체적으로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까다롭고 처벌 수위도 낮다는 점 ▲피해자 보호와 구제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먼저 가해자는 그 죄질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처벌 규정이 까다롭게 적용될 뿐 아니라 실제 법 집행 수위도 낮은 상황이었다. 현행 법체계에 따르면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타인이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아래 성폭력처벌법)이 아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상 명예훼손죄가 적용된다. 본인의 의사에 반해서 촬영됐을 경우에만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규제를 받는다. 명예훼손죄는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보다 형량이 적고 가해자가 신상정보공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요건을 충족시켜도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남아있다. 법률사무소 ‘서담’ 김영주 변호사는 “리벤지 포르노는 공공장소 몰카 범죄보다 그 피해 규모가 더 큼에도 법적 처벌이 미진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월 한국여성변호사회 김현아 변호사가 발표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실태 및 판례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선고된 관련 1심 판결 1천540건 중 71.9%에 해당하는 1천119건이 벌금형이었다. 징역형은 5.32%인 82건에 불과했으며, 그 중에서도 6개월 형이 29.27%로 가장 많았다.

피해자에 대한 보호 역시 미흡했다. 성폭력처벌법에 의거해 처벌하기 위해선 피해자가 자신의 신체 중요 부위가 영상에 담겼다는 증거를 수집해 스스로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구조였다. 리아 활동가는 “이전보다 신체적 성폭력에 대한 경찰들의 감수성은 올라간 반면, 디지털 성범죄에 관한 이해는 아직 부족할 때가 많다”며 “어떠한 피해가 발생했는지 입증하는 과정에서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말했다. 이어 리아 활동가는 “피해자의 원활한 초기 대응을 돕는 정보제공 상담 및 심리치유 지원 등의 보호 방안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처벌이 이뤄진 후에도 이미 확산된 영상을 지우는 것은 피해자의 몫이다. 피해자 상당수는 매달 수백만 원가량이 소요되는 민간 디지털 장의사*에 의존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아래 방심위)에 신고하는 방법이 있지만, 개인이 영상의 확산범위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뿐더러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국내에 영업 중인 민간 디지털 장의사는 20곳 이상이다. 그중 한 곳인 산타크루즈컴퍼니 관계자는 “삭제 요청 건수는 매달 평균 50건, 1년이면 총 600건 이상이다”라며 “적잖은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수치는 전체 피해 중 극히 일부일 것”이라고 전했다.

 

리벤지 포르노를 둘러싼 
잇따른 법 개정 움직임

 

리벤지 포르노를 둘러싸고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국회는 법률 개정에 나섰다. 지난 2016년 9월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일명 ‘리벤지 포르노 근절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스스로 찍은 촬영물을 타인이 동의 없이 유포한 경우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 가능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의 경우 벌금 액수 대폭 상향을 골자로 한다. 진선미의원실 권기완 비서는 “영국과 일본의 입법례에선 촬영자가 본인인지 또는 타인인지 여부가 범죄성립과 관련이 없는 상황”이라며 “아직 개정안이 계류 중이나 조속한 통과를 위해 힘쓰겠다”라고 밝혔다.

정부도 대책을 발표하며 법 개정 움직임을 이어 나갔다. 지난 9월 26일 정부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아래 종합대책)을 공표했다. 그 내용에는 ▲리벤지 포르노를 촬영해 유포한 자는 벌금형 없이 5년 이하의 징역형으로만 처벌 ▲가해자에게 리벤지 포르노 삭제 비용 부과 ▲피해자가 경제적·의료적·법률적 지원을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원스톱 종합지원 서비스 시행 ▲피해자가 방심위에 영상물 삭제를 요청할 경우 선 차단 조치 후 3일 이내에 심의 진행 ▲정보통신사업자가 영상물의 유통 사실을 명백히 인지한 경우 삭제·접속차단 등의 조치 의무 신설이 있다.

이에 일부 단체에선 위 종합대책이 가해자 및 영상물의 소비자가 행하는 집단적 가해를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표했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연 활동가는 “해당 대책은 가해자에 의해 발생하는 유포형 가해 외에도, 그간 사각지대에 있었던 ‘소비형 가해’**를 제재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제 못 하는 구제책?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고 주장한다. 문제 사항에는 ▲피해자들이 신고 자체를 꺼린다는 점 ▲해외 정보통신사업자의 경우 사실상 규제가 어렵다는 점 등이 있다.

우선 전문가들은 여전히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당사자임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서 상당수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한다는 것을 지적한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관계자 B씨는 “적잖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면식범인 가해자의 보복성 폭행 및 사회적 인식에 관한 우려 등을 이유로 신고에 주저한다”며 “충분히 발생 가능한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B씨는 “‘디지털 성범죄 대처 교육 프로그램’ 등 피해자에 대한 다양한 보호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해외 정보통신사업자의 경우 국내법으로 규제하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일례로 미국의 소셜미디어서비스인 텀블러 측에선 방심위의 ‘자율심의협력시스템’*** 협조 요청을 거부했다. 그러나 방심위가 판정했던 유해 영상 중 약 74%가 텀블러에 게재돼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리벤지 포르노 근절 대책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아 활동가는 “해외의 법에 의해 규제되는 해외 정보통신사업자들이 협조를 거부하면 방심위에서는 별다른 도리가 없다”며 “상당수의 유출 동영상이 해외 사이트를 통해 공유되기에 정책의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연달은 법 개정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리벤지 포르노 문제에 관한 구제책은 충분치 못한 상황이다. 향후 입법 과정에서 다각적으로 고려된 보호 및 지원 방안이 요구되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리벤지 포르노의 소비도 곧 ‘범죄’임을 환기시키는 노력도 필요하다.

 

 

*디지털 장의사 : 개인이 원하지 않는 온라인 기록이나 죽은 사람의 온라인 흔적들을 정리해주는 민간업체
**소비형 가해 : 온라인에 유포된 디지털 성범죄 물을 소비해 수익구조를 발생시키는 모든 행위 
***자율심의협력시스템 : 온라인상 불법정보에 대해 자율적 규제를 요청하면 사업자가 이를 삭제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는 시스템

 

글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그림 김지연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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