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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계명] 정장부터 벗고 얘기합시다.
  • 서한샘 보도부장
  • 승인 2017.11.26 20:13
  • 호수 1803
  • 댓글 2
서한샘 보도부장(철학/언홍영·15)

학생사회. 대학언론.
이제 이 글을 제치고 넘어가는 이들이 태반일 것이다.
지난 주 우리 눈앞에 펼쳐진 진풍경을 보고 질린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학생사회의 위기. 대학언론의 위기.
이를 보면 더할 것이다. 또? 라는 반응이면 다행이다. 위기라는 말을 하기 조차 미안한 상황이 돼버렸다.

학생사회, 대학언론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기성’은 ‘이미 이뤄진 것’을 말한다. 기성의 흔적은 우리를 뒤덮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기성언론, 기성사회, 기성정치를 모두 일컫는다. 대학에서의 모습과 대비되는 것들을 가리키는 말들이라고도 읽힌다.
대학은 ‘대안’이라는 말로 치환돼왔다. 혹자는 고릿적 이야기라고 치부할 것이다. 그렇지만 3~40년 전 학생사회와 대학언론은 그야말로 대안이었다. 청바지를 입은 그들은 말해야 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는 기성에 대해 돌이든 말이든 뭐든 던졌다. 내가 글을 쓰고 있는 이 꼭지 역시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않는 기성을 향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30년 뒤, 내가 지켜본 대학언론과 학생사회는 기성과 다른 무언가를 보여주는 걸 일생의 목표인 양 여기는 듯 했다. 다른 것. 얼핏 보면 3~40년 전 그 대안처럼 보였다.

그런데, 학생사회는 기성복을 입고 있다.
지난 3주간 학생사회에는 선거의 바람이 불었다. 1년 동안 공백이었던 총학생회 자리를 메꾸기 위해 2개의 선거운동본부가 나왔다. 2번의 선거 무산을 지켜보며 선뜻 나서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학생사회와 발맞춰 나가는 대학언론의 입장에서 두 선본이 맞붙은 이번 선거는 더없이 반가웠다. 그리고 지난 공백을 의식하는 듯 두 선본은 선거 기간 동안 ‘학생사회’라는 말을 외쳤다. 다른 기조와 공약을 선보였지만, 입을 모아 학생사회를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되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그 공동체의 가치와 정체성은 좀체 느끼기 어려웠다. 기성과 다른 가치, 대안으로서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다른 건 몰라도 선거‘판’에서는 그 가치를 엿보기 힘들었다. 후보자들은 정장을 빼입고 있었고, 그들의 말씨와 행동은 여지없이 기성을 닮아있었다. 선거가 시작된 기분을 겨우 느끼고 있을 땐, 대학가의 선거에서 들을 거라곤 상상 못했던 단어마저 들려왔다. 그리고 결국 기성이 우리에게 항상 보여주던, 유권자에 대한 ‘배신’을 보여주고 말았다.

그를 바라보는 대학언론 역시 뭔가 다르지 않았다.
주말이 지나고 나온 연세춘추의 기사들도 기성복을 빼입고 있다. 어설픈 모양새를 벗기는 힘들지만, 질 좋은 기사를 뽑아내려 밤낮을 지새웠다. 이번 주도 역시 주말은 고사하고 주중에도 숨을 돌릴 틈이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뽑아낸 기사에서 우리가 박수를 치는 곳은 별 다른 게 없다. ‘기성언론과 ‘차별화’되면서도 가장 기성언론 같은 모양새’의 기사. 이런 기사를 마주할 때 우리는 자위하는 박수를 치지는 않았나. 기성의 모습과 차별화를 두려 하지만, 내놓는 결과는 학내외 사안을 막론하고 열심히 기성을 따라가고 있었다. 우리는 대학언론이라는 말에서 ‘대학’이라는 낱말에만 기대고 있었다.

학생사회와 대학언론에 ‘대안’은 없어졌다.
대안이 아닌 학생사회와 대학언론에 더 이상의 관심은 허용되지 않았다. 예정됐던 투표 기간을 넘어 하루 더 연장까지 됐다. 그러나 투표율은 재학생의 50%를 겨우 넘었다. 2개의 선본이 나왔음에도 선거는 선본 사이의 경쟁이 아니었다. 투표율 50% 넘기기 싸움이 돼버렸다. 그 중에서도 흩어져버린 표는 그 조금의 관심도 덮어버렸다.
대학언론도 다르지 않다. 어쩌다 강의실에서 연세춘추를 읽는 이를 발견하면 신기한 감정이 앞서기 마련이다. 어떻게든 읽히게끔 신문을 이리 바꾸고 저리 바꿔보지만, 틀은 그대로다.

대학은 이미 이뤄진 것이 아니다. 기성으로 가는 과정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밀쳐내는 이들은 ‘혁신’과 ‘진실됨’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그 모습이 지금 거울 앞에 보이지는 않는가. 이미 만들어진 정장과 이미 갖춰진 내용물 속에 갇혀있지는 않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면, 대안을 보여주자.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자. 새로운 것이 아닌 우리다움. 우리다움이 무엇인지 고민이 앞서야 할 때가 아닐까.

투표함은 닫혔고, 1년간 기다림이 끝이 날까 모르겠다. 반쪽짜리 투표함이 됐지만, 오늘(월)이 지나면 누군가는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이제는 학생사회도 대학언론도 기성복을 벗을 때가 됐다.

서한샘 보도부장  the_sae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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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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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ㄹㅇㄹ 2017-11-28 12:08:33

    기성복을 벗는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겠다. 뭘하라는 건지도 모르겠고   삭제

    • 구독자 2017-11-28 01:11:28

      서한샘 보도부장님 안녕하세요. 글자수 제안이 있는 관계로 짧게 생략해서 쓰겠습니다.

      대안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대학을 비판하고 계신데, 정확히 무엇에 대한 대안,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시는 대안인지 궁금합니다. 연세춘추는 무엇을 잘 못 하고 있기에 대안에 필요하며 후보자들은 어떻게 유권자들을 '배신'한 거죠?

      어쩌면 대학, 대학생, 대학언론이 해야 할 것은 '대안'에 대한 제시가 아닌, 기존의 것을 더 잘 하는 것일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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