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곁에서 언제나’, ‘당신의 일상을 채울’ 총학생회

김성민 (철학·16)

2017년 총학생회 투표도 어느새 마무리 되어 가고 있다. 올해의 투표는 총학생회가 없는, 연세대학교 초유의 사태 이후 처음 맞는 투표다. 다행히도 올해는 <팔레트>와 <STANDBY> 두 선거운동본부가 제54대 총학생회가 되기 위해 후보자 등록을 하였고, 작년 이맘때에는 들을 수 없었던 유세와 정책토론회도 정상적으로 들을 수 있었다. 경선이 자아내는 묘한 긴장감 속에서 그렇게 투표는 시작되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낮은 투표율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세칙에 따라 연장 투표를 진행해야만 했다. 그 결과는 다행히, 개표 가능 정족수의 충족이었다.

그러나 이는 결코 자랑스럽지는 못한 결과이다. 총학생회 투표가 높은 투표율을 기록하긴 어려울지 몰라도 개표 정족수를 확보하지 못하여 힘겨워하는 모습에 필자는 많은 의문이 들었다. 심지어 올해는 총학생회가 없어서 불편한 점이 많았던 한 해였는데도 말이다. 그 이유를 필자는 현재 유권자의 정치효능감이 낮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자 한다. 정치효능감이란 유권자가 정치에 참여함으로써 얻는 만족감을 의미한다. 유권자가 어떠한 정치적 행위를 했을 때, 자신이 의도한 바가 현실에 반영되면 정치효능감이 증가한다고 볼 수 있다. 만약 정치효능감이 낮다면, 유권자가 정치적 행위를 할 가능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그들에게 남는 것은 “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뭐하러 해”라는 냉소뿐이다.

어쩌면 이러한 정치효능감 하락의 원인은 그 자체로 총학생회의 부재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1년간 비상대책위원회가 부단히 노력했지만, 유권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기에 한계가 있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애초에 투표라는 정치적 행위를 행할 수도 없었던 2016년의 경험과, 학생회와 심적으로도 물리적으로도 멀어졌던 2017년의 경험은, 유권자들의 정치효능감 저하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총학이 없어도 학교 못 다니는 건 아니네”하는 반응도 포탈에서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이번 제54대 총학생회 투표 기간에 “선본 둘 다 마음에 안 드는데, 그냥 비대위하자. 어차피 크게 상관없던데” 등의 반응도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총학생회는 그렇게 가벼운 단체가 아니다. 16학번인 필자는 아직도 ‘콜라보’가 발표했던 시국선언문을 기억한다. 시국선언문에 적힌 한 글자, 한 글자는 연세학우들의 목소리였다. 또한 백양관 앞에 빈틈이 무수하던 보도 블럭을 기억한다. 여학우들이 하이힐을 신고 백양관 앞을 지날 때 뒷굽이 보도 블록의 빈틈으로 미끄러지면 넘어질 수도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총학생회의 적극적인 사업으로 인해 지금은 해결된 문제다. 이외에도 많은 일상에서 총학생회를 기억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총학생회가 없었던 지난 1년간을 살펴보자. 2017년에는 학생들의 편의를 봐주지 않는 일방적인 변화가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로 송도 기숙사 벌점규정 강화를 들 수 있다. 또한 생활협동조합 매장에서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생리대가 버젓이 팔렸고, 진행되고 있던 일체형 책상 교체는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려났다. 이렇듯 총학생회의 부재는 일상에서 다가왔다.

새로운 총학생회가 걸음마를 떼게 될 오늘, 필자가 바라는 총학생회는 학생들에게 언제나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는 총학생회이다. 등교를 하다가도, 수업을 듣다가도, 동아리 활동을 하다가도 총학생회로 인해 생긴 변화들을 만끽하며 그들을 떠올릴 수 있는 총학생회이다. 일상에서 총학생회의 부재를 느꼈던 학우들을, ‘당신 곁에서 언제나’, ‘당신의 일상을 채울’ 총학생회가 따뜻하게 덮어주었으면 한다. 그러한 총학생회로 인해 만족을 느낀 유권자들이 내년, 내후년 선거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선거운동본부도 그에 답하는 그런 학생사회가 되길 희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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