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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포항 지진 사태수습 속에 깃든 세월호 참사의 교훈

지난 15일 진도 5.4 규모의 지진이 진원지인 포항 지역은 물론 한국 전역을 흔들며 크고 작은 상흔을 남겼다. 여진으로 인한 피해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전체적인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엔 이르나 대략 100억 원대의 재산피해와 80여 명에 이르는 중·경상자가 발생했다고 한다. 작년의 경주 지진 때는 물론 세월호 참사 이후 지속적으로 지적됐던 ‘뒷북’ 재난경보시스템이 이번만큼은 달랐다. 실제 진동보다 앞서 전파된 신속한 지진 경보에 국민들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원전 추가 건설 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포항 인근의 경주와 울진지역 원전들의 정상 작동 여부에 대한 안전 점검 보고도 발 빠르게 이어졌다. 지진 피해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커짐에 따라 포항은 곧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예정이기도 하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진 발생 직후 포항시청 재난상황실을 방문해 가용한 자원을 신속하게 집행해 인적·물적 피해를 복구하고 정부의 위기대응체계를 일원화해 조직적인 사태수습을 지시했다. 특히 행정 및 관리체계를 현장 우선을 원칙으로 하고 ‘다른 향후의 조치도 포항시가 우선이 되고 포항시의 의견을 가장 존중할 것’을 강조했다. 이에 화답하듯, 정부는 지난 16일에 예정돼 있던 수능시험을 1주간 전격 연장함으로써 시험연장에 따른 부작용보다는 2천여 명의 포항 지역 이재민은 물론 이 지역 수험생들의 당혹감과 고통을 더 중히 헤아리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작년 9월 경주 지진 이후 지진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던 상황 속에서 발생한 이번 포항 지진은 여러모로 국정 운영을 위한 이전 정권과 현 정권 간의 체제적 및 철학적 차이를 새삼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미숙한 초기대응, 팽목항을 방문했던 대통령의 조문 태도, 그 이후 진상규명과 사태수습에 있어 이해할 수 없는 정부의 미온적이고 미심쩍은 태도는 결국 올해 정권을 뒤바꾼 촛불 혁명에 직간접적인 동인이 되기도 했다. 이번 포항 지진의 경우, 비록 수능시험연기로 지진 여파에 비켜나 있는 많은 수험생과 가족들의 불만을 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을 주고 있지 않다. 대통령을 비롯해 국정 운영의 수장들이 직접 나서 지진 피해 국민들을 향해 신속한 인적 및 물적 지원을 약속함은 물론 수능연기 결정의 불가피성을 설득시키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 국무총리는 “중앙정부도, 국민들도 지진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구나 하는 것을 이번에 절감했을 것”이라며 “포항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고 있지만 결코 포항 시민을 외롭게 외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위기에 처한 국민들 앞에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지난 18일, 세월호 참사 이후 끝내 가족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 5인에 대한 합동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세월호 희생자 마지막 장례식을 치르며 미수습자 가족들은 시신 없는 관을 붙들며 오열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화환이 미귀환자의 빈소를 지키는 가운데, 그들이 없는 곳에서 그들을 보내야 하는 가족들의 구멍 난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관련 부처의 전·현직 장관은 물론 많은 정치권 인사들이 추모식에 참석해 헌화했다.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표결이 임박한 ‘사회적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을 통해 제도적 차원에서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 및 책임규명을 희생자 가족과 국민들 앞에서 약속했다. 물론 이런 약속은 국가적 재난에 임해 으레 이어진 정부나 정치권의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세월호 참사의 수습 및 진상규명 과정은 확실히 이전 정권에서의 그것과는 달랐다.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을 외면하고 사고 수습보단 책임 회피에 급급하던 과거와 달리, 이번 포항 지진에서의 경우에서 보이듯,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사고수습 과정의 모든 정보의 공개는 물론 그들의 멍울진 마음을 달래는 데 주력했다.

“우리들이 진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이성뿐만 아니라 감정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수학 못지않게 철학과 신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블레즈 파스칼의 명언이다. 팩트의 진위 가름에 앞서 소통에 기반을 둔 공감대 형성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진실은 그 자체로 온전히 진실이 될 수 없음을 얘기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월호 참사를 비롯한 포항 지진과 같은 국가적 재난 속에서 진실규명과 사고수습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사실의 전달이나 구호금 및 지원금의 제공에 앞서 국가와 정부를 향한 국민의 믿음과 신뢰이다. 이번 합동 추모식에 앞서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뼛조각 하나라도 찾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다는 간절한 희망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과거 정권의 미온적 대처, 일관된 변명, 그리고 정부에 대한 불신 속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이 온전히 진실이 될 수 없었던 그 오랜 시간을 뒤로하고 미수습자 가족들은 마침내 “비통하고 힘들지만 이제 가족을 가슴”에 묻을 결단을 내릴 수 있게 됐다. 이 어려운 결심은 과거의 적폐청산을 외치며 현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국정 운영 정상화와 무관치 않다. 한없이 미뤄지던 선체의 신속한 인양, 희생된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 진흙으로 가득했던 세월호 내부의 세심한 수작업 탐색 등을 통해 유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희생자에 대한 국가적 예우를 다하려 했던 국가의 노력이 없었던들, 유가족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이 이 분열적인 국가적 재난을 비로소 마음에 묻을 용기와 인내가 가능했겠는가.

국가는 권위와 권력을 내려두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소통과 공감의 몸짓과 마음으로, 정부는 그 소통의 정서적 교류를 위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적 안전시스템 구축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사고 헤아려야 한다. 이것이 곧 민주적 법치 국가의 의무이자 존재 이유가 아니겠는가. 이번 포항 지진은 앞으로도 언제든 발생할지 모를 국가적 위기를 통해 국민에게 국가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들 통감의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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