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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바라보는 시각‘양심적 병역거부’, 핵심은 군 부조리
  • 주회정(철학·16)
  • 승인 2017.11.18 23:27
  • 호수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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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회정
(철학·16)

몸은 다치지 않을까, 연락도 없이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건 어떤 느낌일까, 내가 왜 2년 동안 가야 하는 걸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입영원서를 넣으면서 생각한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해볼 수밖에 없는 고민이다. 누구라도 면제판정을 받으면 선망의 대상이 되는 분위기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사안은 민감하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다룬 인터넷 기사에 으레 달리는 댓글이 있다. 예컨대 ‘누구는 양심 없나?’ 라던가 ‘내가 삽질할 동안 뭐했나?’ 같은 것들이다. 모두 상대적 박탈감의 표현이다. 여기에는 지난 10년간 병역거부로 형사처벌을 받은 5천723명 중 5천686명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병역을 거부한 것이 한몫을 한다.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들의 종교가 사회적으로 생소한 만큼, 그들의 생각에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기 힘든 것이다. 실제로 한 단체의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6%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국방부의 말처럼, 각자 나름의 사유가 있는데 어떻게 상대적인 ‘특혜’를 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가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2004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병역의무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국가의 안전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도 보장될 수 없음은 불을 보듯 명확한 일이다. (중략)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 그 결과, 위와 같은 헌법적 법익을 위하여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 할 것이다.”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해 양심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통상 1년 6개월의 실형을 살게 된다.

하지만 양심적 병역거부가 국가 안전이라는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지는 의문이다. 이미 연간 징집 인원의 10%가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0.2%에 불과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군 전력 상실에 영향을 끼친다고 보긴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제사회는 한국정부로 하여금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해왔으며, 한국사회에서도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가 지속적으로 논의돼왔다. 그 결과, 2008년 병무청에 의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현역복무자보다 1년 더 사회복지시설이나 소방서 등에서 일하는 방안이 제시되기에 이른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68%의 반대가 나오자 국방부는 돌연 대체복무를 백지화한다. 국민적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68%의 반대는 무슨 의미일까? 일선에서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면 양심을 빙자한 병역기피자가 생길 것이라 우려한다. 대체복무에 대한 시선도 남다르다. ‘킹익’, ‘갓익’이라는 말이 있다. 신(god)의 선택으로 징병검사에서 보충역 처분을 받은 사람들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하면서 현역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삶의 질을 왕(king)처럼 누린다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다. 이에 반해 ‘믿거육(믿고 거르는 육군)’이라는 말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는 여전히 특혜처럼 비춰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시선에 대해 잠시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대한민국 남성들이 왜 그토록 병역을 꺼리며, 심지어 병역기피를 하려 하며, 되도록 공익판정을 받으려 할까? 머릿속에 여러 단어가 스쳐 간다. 방산비리, 임 병장, 영 내 부조리, 구타, 윤 일병, 임 병장, 군무새(군대 얘기만 하는 앵무새), 똥군기(납득 불가능한 갑질)…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 문제의 핵심에는 대한민국 군부조리가 있다. ‘참으면 윤 일병 못 참으면 임 병장’이라는 말도 있고, 아직까지 6·25 때 수통을 쓰는 병사가 있다. 헌법에 명시된 대로 구속된 2년을 보내고 전역하더라도, 자부심보다는 씁쓸한 해방감뿐, 군 가산점, 사회보장 등 보상은커녕 따가운 시선이 그들을 기다린다. 68%의 반대에는 다만 안타깝기 그지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국민의 양심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양심적 병역거부, 그리고 대체복무는 반드시 시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는 기형적인 군제도 및 열악한 군인 처우를 앞서 해결해야 가능하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한 것에 충분한 보상이 따르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으면 된다. 대체복무의 강도를 높이기보다는 현역복무를 개선하자. 병역기피자를 엄벌하기보단 누구나 당당하게 갈 수 있는 군대가 되자.

주회정(철학·16)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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