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없이 낮은 공공도서관 사서 충원율

 

지난 8월 1일, 문화체육관광부(아래 문체부) 도서관정책기획단이 전국 도서관에 「공공도서관 사서배치 기준(아래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2건을 배포했다. 도서관정책기획단은 도서관정책정보위원회가 도서관 관련 제도를 관할하기 위해 문체부 산하에 둔 기구다. 도서관정책기획단은 지난 2006년 「도서관법」이 개정된 이후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수요 확대 등의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도서관 관련 법령 개선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제안은 이 사업의 일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최소 사서 인원 기준이 낮아진 이번 사서배치 기준은 도서관계로부터 많은 질타를 받았다. 해당 안대로 개선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공공도서관의 사서 수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사서 수 오히려 줄이는
개선 아닌 개악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1안과 2안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은 기존 「사서배치 기준」과 달리 건물 면적이나 장서 수에 따라 추가되는 ‘최소 사서 인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문체부는 현실에 맞는 법안을 목표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개선안은 기준을 낮춰 환경의 개선 없이 법안 충족률만 높이는 개선안이 될 위험성이 있다. 「도서관및독서진흥법시행령」(아래 도서관법시행령) 별표2에 명시된 기존 「사서배치 기준」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은 건물면적이 330㎡ 이하일 경우 3명의 사서를 둬야 한다. 공공도서관의 면적이 330㎡ 이상일 경우에는 330㎡가 추가로 초과할 때마다 최소 사서 인원이 1명씩 늘어난다. 또한 장서가 6천 권 이상일 때도 6천 권이 추가로 초과할 때마다 최소 사서 인원의 수는 1명씩 늘어난다. 예를 들어 8천 권의 장서를 가진 340㎡의 공공도서관은 최소로 배치해야 하는 사서의 수가 5명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문체부가 제안한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1안과 2안에는 건물면적이나 장서 수에 따라 추가되는 최소 사서 인원에 대한 언급이 없다.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1안과 2안에는 공통적으로 ‘공공도서관으로 등록 시 최소 3명 이상의 사서를 배치해야 한다’고만 적혀있을 뿐이다. 2건 모두 오히려 사서 수를 줄일 수 있는 제안이다. 심지어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1안은 건물면적이 660㎡ 미만이고 장서가 6천 권 미만인 도서관의 최소 사서 인원을 3명보다 줄인 1명으로 정해두고 있다.

봉사대상 인구 역시 기준으로 적용하겠다고 명시한 2안에는 해당 도서관의 봉사대상 인구 9천 명마다 1명의 사서를 배치해야 한다고 기재돼있다. 하지만 봉사대상 인구 적용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차후에 제시하겠다고만 적혀있어 2안은 사서 인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알려주지 않는다. 또한 두 안 모두 ‘등록 시’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도 논란을 야기했다. 이런 표현이 공공도서관의 등록 후 사서 인원에는 규제를 가하지 않는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였다.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과 관련해 도서관계는 문체부가 공개 토론회 등 도서관계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자리를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고 자료조사 역시 충분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경기도사서협의회(아래 경사협) 관계자는 “해당 개선안은 최소 사서 인원에 대한 구체적인 산출 근거나 도서관 현장의 충분한 의견 수렴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도서관협회와 경사협을 비롯한 많은 도서관계 단체는 문체부에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 철회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해당 공문과 성명서에는 ▲개정안이 시행됐을 때 사서 인원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점 ▲개정 논의 시 충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는 5천 명 이상의 서명 운동으로 번져나갔고 결국 지난 9월 8일 문체부는 해당 안을 원점 재검토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국으로 발송했다.

 

도서관, 
책만으로 채워지지 않는다

 

도서관계는 「사서배치 기준 개선(안)」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왜냐하면 도서관계에서 사서 인원 확보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무인 대출반납기와 검색대가 등장함에 따라 이용자와 사서가 대면할 기회는 분명 줄어들었다. 하지만 사서 A씨는 “이전의 공공도서관은 이용자에게 책을 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존재 의의를 가졌지만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함에 따라 시민들의 요구도 다양하게 변했다”며 “사서는 그런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도서관의 의미있는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구광역시 소재의 한 공공도서관에서 근무하는 25년차 사서 B씨는 “사서는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직업이 아니라 전문 지식을 가지고 이용자의 요구에 다양하게 응답하는 직업”이라고 답했다. 또한 명지대 문헌정보학과 권나현 교수는 “공공도서관은 시민사회의 성장과 함께 특권계급의 전유물이 아닌 시민 교육기관으로 태동해 현대사회에서는 핵심 문화기반시설로 발전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사서배치기준은 미래사회 시민의 문화복지, 정보복지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서들은 또한 근무지의 특성에 맞는 공공서비스를 파악해 제공할 의무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고령층이 많은 지역과 다문화 가정이 많은 지역은 그 요구가 확실히 다르다. 전자는 노년 대상 프로그램을, 후자는 다문화 가정을 위한 한국 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필요로 한다. 실제로 「공공도서관 다문화서비스의 주민 인식에 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08년부터 인천중앙도서관은 증가하는 인천광역시의 다문화인을 위한 다문화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역할을 주도하는 것 역시 도서관의 사서다. 이에 대해 사서 A씨는 “지역마다 특성이 달라 사서들은 공공도서관이 그 지역에서 담당할 역할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서 B씨는 “사서들은 적극적으로 지역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해 공공도서관이 지역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또한 공공도서관 사서 C씨는 “공공도서관이 제공하는 것은 어떤 가치 지불 없이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인데 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건 사서”라며 “사서가 바뀌면 도서관이 바뀌고 도서관은 그 지역을 변화시키는 힘을 가진다”고 덧붙였다.

 

이미 사서 수는 부족하다

 

「사서배치 기준」의 개선과 별개로 공공도서관의 사서 수는 이미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지난 6월 한국도서관협회와 권 교수의 「공공도서관 인력 배치기준 개선방안 연구」에 의하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의 사서 충원율은 현행법을 기준으로 약 18.2%에 불과했다.
그 결과 사서들은 업무에 치여 전문지식을 활용한 서비스 제공을 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재경(기계·17)씨는 “자주 다니던 대전광역시의 한 공공도서관은 적은 수의 사서들로 운영돼 사서들이 행정처리만으로 바빠 보였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서가 지닌 문헌정보학 전공 지식의 실효성을 존중하지 않고 사서를 행정업무에 파묻히게 하는 건 도서관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사서배치 기준」의 충족률이 낮은 이유로 배치 기준으로 설정된 단위의 실효성 부족을 꼽는다. 현재 「사서배치 기준」의 기본 단위는 도서관으로 설정돼 있다. 이는 문체부가 시행하는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가 도서관을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상 공공도서관은 지역을 단위로 운영되기 때문에 해당 시스템 속에서 「사서배치 기준」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문체부가 ‘전국 도서관 운영평가’와 「사서배치 기준」에서 도서관을 단위로 설정한 것은,  행정안전부가 지역을 상대로 실시하는 평가들이 지역을 단위로 하는 상황에서 평가 단위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우리대학교 김기영 교수(문과대·도서관경영)는 “보통 도서관들은 개관할 때는 「사서배치 기준」을 잘 지킨다”며 “그럼에도 충족률이 낮은 이유는 새로운 도서관이 개관할 때 지역 내 다른 도서관 사서를 배치해 기준을 충족시키는 식의 편법이 성행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한 지역의 도서관들이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여 관리되므로 그 지역에 일정 사서 수 이상을 항상 유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경사협 관계자는 “그간 방치해둔 기형적인 인력구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사서배치 기준」을 충족시키는 도서관이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우선적으로 공공도서관의 현행법 충족률이라도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 이와 관련해 권 교수는 “현재 「사서 배치기준」의 충족률은 창피한 수준”이라며 “문체부가 진정으로 도서관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위해 고민한다면 우선적으로 현 배치기준의 충족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답했다. 또한 경사협 관계자는 “정부가 공공도서관의 사서 충원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문제 해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사서배치 기준」과 관련된 고민에 더해 도서관계 내부의 자성 역시 함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 교수는 “공공도서관은 현재 도서관의 활동이 시민들의 요구와 거리를 두고 있지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제도도 도서관의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제도의 강제성에만 의존하기보다 도서관의 내부적 개선에도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글 연세춘추
chunchu@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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