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교수는 여전히 의과대에서 강의 진행 중


강남 세브란스 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지난 10월 13일 동반 사직한 두 전공의와 관련해 ‘전공의 제안사항’ 진정서를 제출했다. 해당 진정서에는 ‘두 전공의가 반복된 성추행과 폭언에 의해 사직을 결정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에 현재 연세의료원(아래 의료원)은 윤리위원회를 개최해 해당사건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 특정학과 교수, 
전공의에게 성추행·보복성 폭언 가해 논란


우리신문사가 입수한 강남 세브란스 병원 전공의 진정서에서 전공의들은 ‘특정학과 전공의 A씨와 B씨가 동반 사직한 직접적인 원인이 각각 ▲C교수에 의한 반복된 성추행 ▲D교수의 지속된 폭언·보복폭언에 있다’고 밝혔다.

진정서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A씨는 C교수의 반복된 성추행으로 괴로움을 호소했다’고 설명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8월, C교수가 회식자리에서 A씨 옆 자리에 동석해 A씨의 손을 만지고, 손깍지를 낀 뒤 풀어주지 않았다’며 ‘이에 불쾌함을 느낀 A씨가 자리를 피하자, C교수는 A씨의 의자를 끌어당겨 가까이 앉힌 후 허벅지를 쓰다듬고 러브샷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들은 ‘A씨가 이를 거부하자, 동석한 D교수가 “뭐가 어떠냐. ‘러브샷’ 한번 해드려라”라며 ‘러브샷’을 부추겼다’고 전했다. 

진정서에서 전공의들은 ‘해당 성추행 사건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교수진과의 간담회 자리가 마련됐음에도 교수진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지난 9월, 1차 회식자리에서 만취한 C교수가 이후 2차로 이동한 노래방에서 A씨의 다리를 쓰다듬거나, 어깨를 안으려는 등 스킨십을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진정서에 따르면 전공의들은 ‘사건이 알려진 이후 전공의들에게 가해진 D교수의 보복폭언에 A씨와 B씨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느꼈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은 ‘D교수가 전공의들에게 “가만두지 않겠다”, “전공의들에게 논문을 주지 않겠다”며 보복폭언을 일삼았고, A씨와 B씨에게 “사직서로 교수 협박이나 해대는 버릇없는 것들”이라는 등의 폭언을 계속하며 전공의들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진정서에서 전공의들은 ‘반복되는 보복폭언으로 인한 불안감에 결국 A씨와 B씨는 더 이상 전공의 수련 과정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사직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대전협과 의료원 노조, 
성명서와 입장문 통해 비판

 

사건 발생 후, 대한전공의협의회(아래 대전협)와 연세의료원 노동조합(아래 의료원 노조)은 각기 성명서와 입장문을 발표해 해당 사건을 비판했다. 대전협은 지난 10월 23일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를 보호해야 할 일부 교수진이 오히려 대학 병원 내의 절대적 지위를 이용해 전공의에게 성추행·보복 폭언을 일삼아왔다’며 ‘병원이 사건의 엄중함을 인지하고 관련 교수들의 즉각적인 업무 중지와 피해 사례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원 노조는 ‘의료원의 일원으로서 수치스럽고 부끄럽다’며 입장문을 통해 ▲가해자 최고수위 징계 ▲2차 가해자·보복행위자 전원 중징계 ▲재발방지 마련을 촉구했다. 의료원 노조 한영수 수석부위원장은 “여성근로자가 많은 의료계의 특성을 반영해 올해 단체협약 갱신과정에서 성추행·폭언·폭행 2진 OUT 제도와 가중처벌 조항을 이미 도입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건이 발생해 충격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 수석부위원장은 “의사 사회와 교수 사회가 좁다보니 이러한 문제를 완벽히 해결해나가기 쉽지 않다”며 “하지만 발전을 위해서라면 명확히 문제를 짚고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의료원 노조는 ▲전공의가 노동조합의 소속이 아닌 점 ▲교원의 징계는 의료원 인사위원회의 권한이라는 점을 들어 노동조합의 행동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한 수석부위원장은 “노동조합은 사건에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조치를 취하는데 분명히 한계가 존재한다”며 “의료원은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D교수, 의과대에서 여전히 강의 진행 중
 

해당 사건으로 논란이 빚어지자 의료원에서는 진상위원회를 구성하고 의료감사팀을 통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 그러나 대전협과 의료원 노조의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의료원 측의 관련 교수에 대한 실질적인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의료원은 신중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강남 세브란스 병원 관계자 E씨는 “해당 사건은 진상 조사 후 현재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라며 “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E씨는 “현재 C교수와 D교수가 해당 사건에 대해 일부 인정하나, 다른 일부분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D교수는 아무런 조치 없이 여전히 우리대학교 의과대에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의과대 학생 F씨는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음에도 관련 교수들의 직무는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있다”며 “사건에 대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의과대 관계자는 “사건과 관련해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침묵했다. 이에 E씨는 “의과대에서는 해당 교수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불편해하면 강의에서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어 E씨는 “학생들의 문제제기가 없어 별도의 조치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의과대 학생 F씨는 “학생 입장에서 교수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기가 곤란하다”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음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반박했다.
 

현재 윤리위원회에서는 해당 사건의 조치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윤리위원회의 원칙 상 위원 구성과 논의 내용이 모두 비공개로 진행돼 사건의 진상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한 수석부위원장은 “최근 전북대, 부산대 등에서 발생한 전공의 폭행 사건 또한 화제가 되고 있다”며 “긴 역사를 가진 의료원인 만큼 썩은 부분이 있다면 도려내야한다”고 말했다.

 

안효근 기자 bodofessor@yonsei.ac.kr
이지은 기자 i_bodo_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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