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연 (문화인류·16)

연세대학교를 구성하는 한 명의 학생의 입장에서 바라봤을 때, 연세춘추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그것을 더 크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접근성의 측면에서, 학생사회의 중요한 의제조차도 학생들이 그것에 대해 접근할 마땅한 기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논의되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이러한 의제들을 소개하고,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연세춘추의 역할은 필수적이다. 

<1792호 1면 ‘장애 학생 이동권 보장하는 ‘리프트 셔틀버스’는 언제쯤?’>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신촌캠퍼스와 국제캠퍼스를 오가는 셔틀버스에 리프트를 설치하는 문제는 장애 학생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데 있어 매우 시급한 문제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간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관련 정보가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세춘추를 통해 ‘리프트 셔틀버스를 시급히 설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학우들에게 알려질 수 있었다. 이렇듯 우리대학교 학생들에게 문제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학생사회에서 연세춘추가 가지는 의미는 특별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연세춘추는 학생과 학교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수행해왔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학교와 학생의 관계에서, 학생은 거의 대부분의 상황에서 약자의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연세춘추는 이런 불균등한 구조에서 학생과 학교 사이의 수평적 소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왔다. 

지난 겨울 총학생회는 비상대책위원회로 체제로 전환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으며, 학교 측은 학생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송도학사의 운영 규정을 강화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연세춘추는 학생들이 내는 비판의 목소리를 훌륭하게 대변했다. 이뿐만 아니라 학교 담당자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면 개선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담은 내용을 함께 담아내는 등 문제 상황에 대해 학생들이 가진 비판점을 그 개개인들이 가질 수 있는 힘보다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담아내고, 이에 대한 학교 측의 반응과 개선사항까지 잘 설명해 낸 적이 있다. 이와 같이 연세춘추는 학보로서 학생들의 의견을 담아내는 것을 넘어서, 불균형한 권력 관계의 수평을 맞추고 학교와 학생을 소통시키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학생사회의 대표자로서 보면, 연세춘추가 앞으로 학생회와 일반 학생들을 연결하는 교두보 역할을 더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하게 된다. 연세대학교 학생사회에는 확대운영위원회부터 중앙운영위원회, 단과대운영위원회, 과/반 운영위원회 등 수많은 의결기구가 존재하고, 거의 매주 각 학생사회의 안건들을 논의하고 의결하는 회의가 진행되며, 여기서의 의결사항대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진다. 각 의결기구에서는 이러한 논의내용과 그 결과를 학우들에게 공유하고 전달하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 학우들이 이 사안들에 관심을 갖게 하는 데에는 부족한 면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연세춘추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이번 2학기 정기 확대운영위원회를 주제로 다룬 기사는, 각 안건의 논의과정과 결과 그리고 회의 과정에서 제기된 비판점들을 잘 짚어낸 바 있다. 이 사례처럼 의결기구의 의사결정과정과 결과에 대한 정보가 학우들에게 조금 더 상세히 전달된다면, 학우들도 그것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참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연세춘추가 학생사회의 의결기구 및 진행 과정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더 나아가 대화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올해로 창간 80주년, 1800호를 맞은 연세춘추는 그간 기성 언론에 못지않은 완성도 있는 기사, 그리고 대학생의 시선에서 풀어낼 수 있는 특색 있는 이야기를 써내면서 연세 사회를 대표하는 명실상부한 학보로 자리 잡아 왔다. 앞으로도 공정하고 깊이 있는, 학생들의 의견을 잘 대변하는, 그리고 지금과 같이 연세춘추만의 색깔을 칠해가며 더욱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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