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부터 엇박자 블라인드 채용, 목표제로 방향 튼 지역인재 채용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방식에 많은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부는 학력, 신체조건 등에 차별받지 않고 실무능력을 통해 선택받을 수 있는 채용, 지역발전을 꾀할 수 있는 채용을 목표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목표채용제가 대표적인 정책이다. 그러나 이 정책들은 온전히 수용되지 못하고 논란에 휩싸여 있는 상황이다.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도입
그러나 순조롭지 못한 출발

 

▶▶ 고용노동부가 제공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입사지원서 예시

 

블라인드 채용은 신체조건이나 학력 등 채용과정에서 편견이 개입될 수 있는 정보를 배제하고, 직무수행에 필요한 실질적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는지 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채용 방식이다. 지난 7월 정부는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번 2017년 하반기부터 모든 공공부문은 정부지침에 따라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그러나 현재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됨과 동시에 정책 시행과 채용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정책에 따라 2017년 하반기부터 모든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해야 하지만, 많은 공공기관들이 블라인드 채용을 시행하지 않아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지난 7월에서 9월까지 채용공고를 낸 85개의 공공기관 중 35개 기관인 약 41%가 블라인드 채용을 지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 따르면 이 35개의 공공기관들은 채용 과정에서 사진 부착과 학력 증명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직업능력평가과 이창주 사무관은 “조사가 7월과 8월에 주로 이뤄졌는데 당시에는 많은 공공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을 준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최근에 채용을 시행한 대부분 공공기관은 블라인드 채용을 준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무관은 “공공기관이 블라인드 채용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추후 경영평가에 반영돼 불이익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기소개서 작성에 있어 확실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있지 않아 취업준비생들이 혼란을 겪는 중이다. 블라인드 채용 정책 하에서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학교나 전공이 드러나는 활동을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가늠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자칫 학교명과 전공 등을 간접적으로라도 많이 드러낼 경우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은 더욱 애가 타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허웅(정경경영·12)씨는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학교명이나 지역명이 간접적으로 드러나게 된다”며 “지원자 입장에서는 자기소개서에 대한 구체적인 안내가 없으니 어느 선까지 기술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 공공기관의 인사담당자는 “기관에서도 지원자 분들의 전공 등을 기술하지 못하게 할 경우 쓸 내용이 없어진다는 것을 고려하기 때문에 직무와 연관된 내용은 기술해도 괜찮다”며 “그럼에도 어디까지 쓰라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서 작성할 필요는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혼란 속에 고용노동부 이 사무관은 “공공기관마다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고용노동부가 자기소개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는 어렵다”며 “지원자 분들은 학교명이 드러나지 않는 쪽으로 쓰시면 채용과정에서 불이익은 없을 것 같다”고 전했다.    

 

 

▶▶ 원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대한석탄공사의 전경.

 

역차별 논란의 지역인재 채용할당제,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로 결정

 

지역인재 채용제는 지역발전을 위해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에서 신규인력의 30%는 공공기관이 위치한 시·도의 지역인재를 뽑는 정책이다. 현재 울산, 충북 등은 지역인재 채용비율이 10%가 되지 않는다. 반면 대구, 부산 등은 20% 넘게 채용이 이뤄지는 등 지역별, 기관별로 지역인재 채용 비율이 큰 편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정부는 상대적으로 지역인재 채용이 활발히 이뤄지지 않는 지역 및 기관들을 고려해 지역인재 의무 채용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아래 국토부)는 채용해야 하는 지역인재 비율 기준을 매년 3%씩 높여, 2018년에는 18%, 2022년에는 30% 채용 의무화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9월 지역인재 채용제를 주관하고 있는 국토부와 교육부는 지역인재 채용방식을 기존에 논의되던 채용할당제가 아닌, 채용목표제로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채용할당제는 시험성적과 관계없이 기존 채용정원 내에서 일정 비율의 지역인재를 무조건 채워야 하는 제도다. 반면, 채용목표제는 채용에서 선발된 인원 중 지역인재 비율이 목표치에 미달할 경우, 뽑기로 했던 정원 외에서 채용합격 하한점수를 통과한 지원자에 한해 지역인재를 추가로 합격시키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가령 공공기관이 20%의 지역인재를 채용해야하는데, 선발 결과 채용된 지역인재 비율이 18%라면 지역인재를 추가적으로 더 뽑아 2%를 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공공기관은 지역인재 비율을 채우기 위해 타지역 응시자를 떨어트릴 필요가 없어졌다. 

이러한 제도상 변화의 이유는 기존의 할당제가 수도권 학생들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역차별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토부 기획총괄과 김경태 씨는 “기존의 논의되던 채용할당제는 역차별 논란이 발생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채용목표제라는 방식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장 연구원은 “채용방식이 채용할당제에서 채용목표제로 변경됨에 따라 타지역 응시자에게 돌아갈 불이익을 완화했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라며 “그러나 제도가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는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지역인재 채용목표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태다. 지역인재 비율을 정원 외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수도권 학생들에 대한 불이익을 줄였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여전히 지역인재 조건이 지역소재 대학교로 국한돼 역차별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대학교 A씨는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는 정원 외에서 지역인재 비율을 충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타지역 응시생들이 불이익을 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동시에 저조했던 지역인재 채용 비율을 끌어올리는 좋은 정책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중앙대학교 B씨는 “채용목표제로 변경한다 해도 여전히 지역소재의 학교를 최종학력으로 졸업하지 않으면 지역인재가 되지 못하는 것은 동일한 것 아니냐”며 “비수도권 지역에서 열심히 공부해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한 학생들에게는 부당하다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러한 입장에 대해 교육부 지역대학육성과 권삼수 사무관은 “지역인재 조건을 최종학력으로 설정한 이유는 지역인재를 육성하는 지역대학의 발전을 위해서다”며 “지역대학이 발전하지 못하면 지역산업도 발전하기 힘들어 결국 지역이 발전하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권 사무관은 “결국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우수인재들이 모두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인재들을 지역대학으로 유인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지역인재 조건을 그 지역에서 최종학력을 마친 사람으로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목표제
양립에 대해선 여전히 논쟁 중

 

한편,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목표제 양립에 대한 논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두 정책은 서로 다른 정책이기 때문에 양립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존재하는 반면, 두 정책의 취지가 충돌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우리대학교 C씨는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는 내용이 다른 개별의 정책이라고 생각한다”며 “채용과정에서도 취업원서에 지역인재 해당 여부만 표기하면 되기 때문에 딱히 블라인드 채용과 충돌하지 않아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장 연구원은 “지역인재 채용목표제는 원서 접수 시 지역인재 해당 여부만 표기하고 학력이나 출신 학교명을 기재하지는 않기 때문에 충돌하는 정책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반면, 블라인드 채용과 지역인재 채용제 양립을 반대하는 B씨는 “원서 접수상의 충돌과는 별개로 두 정책의 가치가 상충한다”며 “대학으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해놓고 동시에 어느 지역의 대학을 나왔는지로 차별하는 것은 두 정책의 가치가 충돌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양립 논란에 정부는 두 정책이 양립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김 사무관은 “지역인재 채용은 학력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지역소재 학교에서 최종학력을 마친 것만 확인하는 것”이라며 “블라인드와 상충될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지속되는 취업난 속에서 블라인드·지역인재 채용과 같은 채용방식의 변화는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블라인드 채용 제도의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지역인재 채용에 있어서는 반대 의견을 적절히 고려해 합리적인 정책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자료사진 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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