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대문구 100가정 보듬기 사업

한때 SNS에서는 ‘좋아요’를 누르면 일정 금액을 기부한다는 글이 유행했었다. 좋아요 한 개에 10원씩 기부를 약속했던 이러한 글들은 여러 논란에 휩싸이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것만으로는 세상을 바꿀 수 없었지만, 그만큼 간단한 일로 지역사회를 바꿀 수 있다면 당신은 동참하겠는가?

신촌 ‘형제갈비’ 옆 골목의 가게들은 따뜻한 밥 한 그릇으로 지역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곳이다. 이들 가게에서는 3천~5천 원 내외의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 외에 다른 공통점도 갖고 있다. 바로 ‘서대문구 100가정 보듬기 사업’(아래 100가정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형제갈비 옆 ‘삼시세끼’ 골목의 ▲꼬숑 돈가스 ▲별당 비빔밥 ▲안방마님 불고기 ▲야쏘 라멘 등이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가게들이다.

100가정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서대문구민을 후원하는 복지 사업이다. 서대문구청은 ‘민간 참여를 통해 선진국형 기부문화 정착의 틀을 마련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11년 1월부터 100가정 사업을 운영해왔다. 개인, 단체, 기업 등의 후원자는 결연가정과 1:1로 결연돼 매달 10만 원 이상의 금액을 최소 1년 동안 후원하며, 결연가정이 자립할 때까지 도움을 준다. 이름이 알려진 개인이나 단체 외에도 우리 주변에서 조용히 100가정 사업에 참여해 기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100가정 사업을 주관하는 서대문구청 복지정책과 강윤진 주무관은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모든 사람을 보듬자는 의미에서 숫자 ‘100’을 복지사업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후원뿐 아니라 전문적인 사례관리*를 병행해서 결연가정이 실질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100가정 사업에 참여하는 신촌의 한 가게는 음식 값을 싸게 받는 이유에 관해 “싼값에 먹는 손님도, 기부받는 분들도, 이를 지켜보는 우리도 기분이 좋다”며 “가격은 우리가 기부할 수 있을 만큼 맞춰서 책정됐고 대신 카드 결제를 하지 않고 현금만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호의적인 편이다. 평소 100가정 사업에 참여한 가게에 자주 간다는 대학생 김승현씨는 “값이 싸고 맛있어서 부담 없이 식사할 수 있다”며 “가게에서 식사하는 것만으로 간접적으로 기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더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현재 100가정 사업을 통해 도움을 받은 가정은 480가정 정도다. 많은 사람이 이 사업에 계속해서 동참하고 있는 만큼 서대문구청은 올해 500가정을 채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추운 연말, 100가정 사업이 신촌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 사례관리: 사회적 기능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클라이언트가 사회적으로 기능하고 자립할 수 있게 건강관리, 간호, 사회복귀, 취직 등 서비스를 다방면으로 제공하는 데 목적을 둔 일련의 문제해결과정

 

글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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