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만화와 색다른 이벤트, 그리고 ‘피토추천음악’이 있는 망가바에 가다

신촌 한구석 조용한 골목에, 만화를 좋아하고 술 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사로잡는 술집이 있다. 흔한 만화카페가 아니라 무려 ‘망가바’라는 이름으로 수많은 만화책을 보유하고 있는 이곳. 종종 열리는 이색 이벤트로 다양한 이들의 관심을 끄는 이곳은 바로 ‘피망과 토마토’다. 아늑하고 조용한 듯하면서도 독특하고 별난 이곳의 황순욱 사장님을 만났다.

Q: 간단한 자기소개와 가게 소개 부탁한다.

A: 피망과 토마토를 운영하고 있는 황순욱이다. 만화를 전공했고, 어렸을 때부터 만화에 관심이 많았다. 관심사를 계속 추구하다 보니 만화 카페를 차리게 됐다. 3년간 만화 카페를 운영했는데, 어느새 유행을 타고 만화 카페가 굉장히 많아졌다. 그래서 카페보다는 맥주를 마시면서 만화를 보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망가바’를 운영하게 됐다.

 

Q: 다양한 sns를 통해 손님들과 소통하는데, 다양한 소통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원래 개인적으로도 sns를 하고 가게 이름으로도 따로 했었는데, 요즘에는 번거로워서 가게 이름으로만 하고 있다. 다양한 추천곡을 업로드하고, 피망과 토마토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를 홍보하는 용도로 쓰고 있다.

 

Q: 가게 곳곳에 다양한 소품들이 있다. 소품들은 모두 어디서 왔는지?

A: 최근 sns에 업로드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슬리퍼는 지인에게 선물 받은 거다. 사실 만화 관련 굿즈가 많은 편은 아니고, 가게에 가득 전시되어 있는 것은 모두 ‘맥도날드 해피밀 토이’다. 예전부터 해피밀 토이를 정말 많이 수집했다. 가게 곳곳에 붙어있는 스티커들은 ‘돈패닉’ 잡지에서 나오는 스티커들과, 지인과 손님들께 받은 것들이다.

 

Q: ‘전국 택배맛집미식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진행된다고 들었다. 이러한 이벤트를 기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재미있는 장소가 되고 싶어서’가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 단지 일반적인 만화를 읽는 공간이 아니라 이벤트도 하고 홍보도 하고 사람들과 교류도 하는 장소가 되고 싶다. 이벤트 중 하나인 ‘지난날의 과오 고백회’는 가게를 자주 오는 손님 중에서 가게의 홍보팀이라 자칭하는 손님이 기획했다. 이처럼 다양한 손님이 아이디어를 제안하면 이를 행사로 개최한다. 매운 음식을 먹는 ‘쏘핫파티’ 등 먹는 행사는 주로 내가 기획한다. 이벤트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게 다 달라서 색다른 사람들이 모인다.

 

Q: 추천곡, 일명 ‘피토추천노래’가 자주 업로드된다. 어떤 장르를 좋아하는지?

A: 처음, 그러니까 10년 전 쯤에는 외국 힙합을 들었다. 힙합은 주로 다른 곡을 리믹스해서 만드는 음악인데, 힙합을 듣다가 원곡을 찾아 들으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었다. 최근은 가게에서 트는 음악을 주로 듣는데, 가게에서는 조용한 음악을 틀어야 하니까 재즈 음악이나 포크 음악을 많이 듣고 있다.

 

Q: 입구에 디제잉을 한다는 문구가 붙어 있다.

A: 디제잉을 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친구다. 힙합음악을 듣는 모임에서 만난 친구인데, 여기서 종종 열리는 이벤트나 파티에서 디제잉을 한다. 턴테이블*을 사용하지는 않고, 디지털 방식으로 하는 디제잉이다.

 

Q: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페미니스트 온리’이다.

A: 최근에 바꿨다. 나는 페미니스트다.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은 다들 똑같지 않나. 지금 페미니즘은 과도기 단계다. 어떻게 보면 남녀평등은 되게 당연한 건데 사실 그러지 못했다. 기운 채로 갖춰진 시스템을 다시 고르게 만드는 것은 힘들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만들기 위해서 페미니즘을 드러내 보이고 언급한다. 페미니즘은 중요한 관심사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 주고 싶다.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그러한 노력의 일종이다.

 

Q: sns에 다양한 맥주를 업로드한다. 맥주를 좋아하는지?

A: 맞다. 맥주를 많이 좋아한다. 망가바인 만큼 다양한 맥주를 들여놓으려고 하는데, 사실 맥주의 가격대가 많이 높다. 저렴한 가격대에서 고를 수 있는 맥주는 한정적이어서 조금 비싼 것도 몇몇 들여놓았다. 가격이 높아지면 맥주의 종류도 다양하고, 개성 있는 맥주도 많이 찾아볼 수 있으니까. 맥주를 하나 추천하자면 ‘인디카’를 추천한다. 싼 가격에 비해 맛있다.

 

Q: 가게 추천메뉴는?

A: 우리 가게에서 손님들이 가장 많이 찾는 것은 야끼소바고, 독특한 메뉴는 감자튀김이 있다. 야끼소바는 6천 원. 훌륭하지는 않지만 평범하고 가격 대비 맛있다. 그리고 ‘잭슨 폴록‘의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 감자튀김이 있다. 잭슨 폴락은 액션 페인팅**을 하는 화가인데, 그의 예술처럼 감자튀김에 다양한 소스를 휘갈겨서 만든다. 성공적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계속 연습하고 있다. 살사 소스와 사워크림, 그리고 직접 만든 유자마요네즈 같은 소스를 포함해 대여섯 가지의 소스가 들어간다. 소스마다 점도가 달라서 예쁘지는 않지만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소스 뿌리는 법을 연구하는 중이다.

 

Q: ‘피망과 토마토‘에게 신촌이란?

A: 신촌의 캐릭터가 점점 사라지고 있어서 아쉽다. 대학가 특유의 젊음이라는 캐릭터가 요즘은 희미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연세로 뿐만 아니라 곳곳에 프랜차이즈가 자리 잡고 있어서 골목에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많이 든다. 소소하고 대학가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가게가 살아났으면 좋겠다.

 

몇 겹 책장에 가득 찬 만화책들과, 벽면을 가득 채운 해피밀 토이, 알록달록한 스티커를 보다 보면 독특한 이곳에 몇 번이고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찬장에 있는 맥주와 ‘잭슨 폴록’ 감자튀김을 옆에 두고 만화책을 실컷 볼 수 있는 피망과 토마토가 시간이 지나도 신촌 한구석에 존재하는 ‘나만의 장소’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턴테이블: 레코드플레이어 따위에서 음반을 돌리는 동그란 받침대

**액션 페인팅: 행동 미술. 그리는 행위 자체를 중시하는 회화로서 추상 표현주의의 하나.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천건호 기자
ghoo111@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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