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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 브리핑] 신촌에 처음 생긴 극장신촌극장, 극장과 살롱의 만남
  • 이혜인 기자, 하은진 기자
  • 승인 2017.11.03 23:02
  • 호수 37
  • 댓글 0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굴다리를 통과해 오른쪽으로 꺾으면 초록색 대문이 보인다. 그리고 그 대문 옥상에는 최대 40석의 이동식 의자와 20평 미만의 블랙박스 극장, 그리고 테라스가 있다. 바로 신촌에서 유일무이하게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소극장인 ‘신촌극장’이다. 지난 6월 3일 연세로 13길에 신촌극장이 새롭게 문을 열었다.

그간 신촌에는 메가박스, CGV 등 대형 영화관만이 있었을 뿐 사실 이대 아트레온 외에는 신촌 주변에 마땅한 소극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데 신촌에 소극장이 생길 줄이야. 세상에, 그것도 이렇게 학교랑 가까운 곳에 생기다니. 기자는 들뜬 마음에 바로 신촌극장의 연극을 예매했다.

 

신촌에는 극장이 없었다

 

연극 ‘아무도 아닌’을 볼 마지막 기회라 헐레벌떡 예매를 하고, 연극을 보러 찾아갔다. 연세대 정문 왼쪽 골목길에 있는 초록 대문의 빌라에 들어서서 계단을 올랐다. 계단의 끝인 옥상에 다다르자 사람들이 앉아있는 극장 의자가 보였다. 조그만 극장 안에는 25석의 자리가 마련돼 있었다. 늦게 도착한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극장의 불은 꺼졌고, 연극이 시작됐다. 극장은 관객과 배우의 경계가 없었다. 단 두 명의 배우와 두 개의 의자. 약 한 시간 정도의 연극에서 더 필요한 것은 물 컵, 의자 몇 개, 분필. 딱 그만큼이었다. 한 시간의 공백은 배우들의 목소리. 그거면 충분했다.

 

연극이 끝났다. 곧이어 칵테일을 하나씩 나눠줬다. 칵테일은 공연의 성격에 맞게 직접 제조한 것이라고 했다. 이윽고 극장 벽의 문이 열리자 테라스가 나왔다. 몇몇 관객은 담배를 피러 갔고. 몇몇은 칵테일을 마시며 이야기를 하러 나갔다. 연극이 끝났지만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자는 지난 9월 30일 신촌극장에서 열린 연극 “아무도 아닌”을 관람했다. 연극은 이연주 연출가의 소설 낭독 공연으로, 황정은 작가의 소설 ‘아무도 아닌’을 원작으로 진행됐다. 연극은 작가의 단편집 중 ‘누구도 가본 적 없는’과 ‘양의 미래’를 무대화한 것으로 인간의 상실, 가난, 삶과 죽음에 대한 소재를 다뤘다. 연극이 끝나고 관람객과 배우, 제작자간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됐다. 이에 관람객 김성우씨는 “이 연극을 보기 위해 일부러 책을 안 읽고 왔다”며 “책을 읽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이어서 김씨는 연극을 보면서 무대연출에 대해 궁금한 질문 몇 가지를 물어봤다. 김씨의 질문에 직접 연출가 이연주씨가 설명을 해주면서 연극의 내막에 대해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연극에 대한 소감을 물어보자 주연 배우는 “연극에서 특별한 감정연기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글에 나와 있는 문장을 그대로 다 살리면서 담담하게 연기했다”고 전했다.

신촌극장은 연극연출가, 원부술집 사장님, 광고프로듀서 등 4명의 연세대 동문들이 모여 만들었다. 연극연출가인 전진모씨와 술집 사장님인 원부연씨, 광고프로듀서 및 스타트업을 하는 김선민씨와 영화제작자 김성우씨가 공동대표다.

이곳은 작년 12월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해 약 두 달여의 기간 동안 159명의 후원자로부터 4천만 원 이상의 금액을 지원받아 목표한 최종 금액을 달성했다. 그 결과 약 200여명의 후원으로 만들어진 신촌극장에는 50만 원 이상의 금액을 후원한 후원자들의 이름이 극장 의자에 새겨져있다. 대표적인 후원자로는 나영석 피디, 장강명 작가, 손석희 앵커 등이 있다.

 

신촌의 신촌다움을 위해

 

이처럼 많은 이들의 후원을 받으며 신촌에 극장이 탄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신촌의 ‘신촌다움’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지난 9월 28일 신촌에서 열린 ‘신촌청년창업포럼’에서 전진모 대표는 “신촌 극장의 목표는 신촌 주민들에게 ‘할 거리’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 대표가 바라보는 현재 신촌은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및 증가하는 1인 가구 비율 등의 추세로 인해 지역만의 개성 및 예술문화가 사라진 곳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대표가 말하는 ‘신촌다움’이란 신촌만의 옛 낭만을 살려 사람들 간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신촌을 다시 과거의 낭만 거리로 만들기 위해 신촌극장은 ‘극장과 살롱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를 도입했다. 전 대표는 “단순히 예술 작품과 관객을 이어주는 기존의 ‘극장’ 개념에서 나아가, 창작자와 관객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살롱’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신촌극장의 목표”라고 전했다. 그래서 이곳은 장르에 얽매이지 않고, 현실담론과 공론을 지향하는 ▲영화 ▲무용 ▲연극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중이다.

 

노겸주(사환시·17)씨는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신촌극장이 있는지 몰랐다”며 “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보러 갈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 8월부터 오는 2018년 2월까지 신촌극장은 연극 3편, 무용 3편, 전시 등약 8개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공연이 없는 날에는 하루에 독립영화 여러 편이 연이어 상영된다. 정확한 공연 일정은 신촌극장 공식 사이트인 ‘신촌극장’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대부분의 극장 프로그램은 1~2만 원대로 관람 가능하며, 예술인패스나 출연작품의 증빙자료를 제시할 수 있는 경우 50%의 금액이 할인된다.

 

글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하은진 기자
so_havely@yonsei.ac.kr

자료사진 '신촌극장' 페이스북 페이지

 


  

이혜인 기자, 하은진 기자  hyeine@yonsei.ac.kr, so_havely@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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