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느껴지는 따스함을 찾아

목적지만을 위한 이동이 아니라, 목적지로 향하는 모든 순간이 의미가 있는 이동을 해 보자. 비록 속도는 조금 더디고 체력도 힘들겠지만, 그 이동이 일상 속 자신에 대해 되돌아보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 의미 있는 이동시간이 되지 않을까? 여기 핸드폰을 사용해 쉽게 대여할 수 있고, 싼 가격에 서울여행을 즐길 수 있는 이동수단이 있다. 바로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 기자가 직접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행을 떠나봤다. 직접 페달을 밟으며 지난 길이기에 더욱 소중한 나만의 여행을 『The Y』와 함께 떠나보자.

 

싸늘한 날씨 속 훈훈한 입김을 불며- : 망리단길

어느덧 한 해의 마무리까지 50여일 남짓 남았다. 따뜻한 니트를 입어도 털실 속으로 파고드는 싸늘함에 몸을 감싸게 되는 11월, 신촌 공영주차장 앞을 시작으로 아기자기한 카페가 가득한 상수역을 지나, 투박한 옛 정취가 가득한 시장이 기다리고 있는 망리단길로 향했다.

# 추워질수록 열기가 올라오는 골목

: 신촌 공영주차장부터 홍익대학교 정문까지

이번 여행은 색다르게 신촌 공영주차장 앞에서 출발했다. 연세로 7안길을 따라 다닥다닥 붙어있는 가게들을 빠르게 지나갔다. 북적거리는 밤과 달리 오후 3시의 연세로는 조용했다. 차를 타고 갔으면 몇 번이고 멈췄을 연세로 골목을 나선형으로 빠르게 내려갔다. 현대백화점 후문 쪽으로 나와 연희동 방면으로 쭉 직진했다. 밴드공연의 성지, ‘긱라이브하우스’를 지나 홍익대학교 방면으로 향했다.

‘홍대 미대’라는 말이 아직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미대의 최고봉으로 남아있어서일까, 홍대 정문으로 가는 길은 다양한 미대입시학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정시 실기시험이 멀지 않아서인지 밖에 나와서 돌아다니는 수험생은 거의 없었다. 골목은 북적거리는 홍대 앞 거리보다 훨씬 조용했지만, 그러한 조용함은 수험생들의 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오는 12월 중순부터 1월까지 계속되는 정시 실기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 먹는 시간만 빼놓고 미술에 열중하는 입시생들의 열기는 추울수록 뜨거워진다. 수험생들의 열기를 형상화하듯, 거리에 가득 세워진 그림들과 화방은 자전거를 멈추게 했다. 좁은 골목 안쪽으로 ‘그림 그리기 좋은 카페’가 보였다. 디자이너나 아티스트에게는 커피가 반값인 카페도 눈에 띄었다. 평소 상업적인 느낌으로 가득 찬 홍대와는 다르게, 미술가를 위한 사소한 배려가 돋보이는 소박한 홍대를 느낄 수 있었다. 페달을 밟다 보니 홍대 정문이 보였다. 익숙한 홍대였다.

# 아기자기함과 독특함의 공존

: 홍대부터 상수역까지

홍대 정문을 지나 상수역으로 향했다. 홍대의 상징과도 같은 삼거리포차와 솔로포차를 지났다. ‘홍대삼거리’를 지나자 힙합 클럽과 펍이 가득한 골목이 보였다. 포차나 펍에 가득한 가벼운 만남과 즐거운 술자리는 자연스레 우리가 흔히 아는 ’홍대‘를 떠올리게 한다. 조금 더 페달을 밟아 도착한 상수는 홍대보다 훨씬 한산했다. 큰 길에서 차 한 대가 겨우 지날 것 같은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면 숨겨진 가게들이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골목에 즐비한 의자와 작은 가게들이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다. SNS 상에서 한창 뜨고 있는 피맥집 앞 의자에 앉아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피자집을 지나쳐 골목 깊숙이 들어가자 한쪽에는 갤러리 카페가, 다른 한쪽에는 독특한 신발들이 가득한 신발가게가 있다. 줄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아담한 카페에 비해 조용한 신발가게가 대조적으로 느껴졌다. 가게를 찾는 사람들의 스타일도 단정한 롱코트와 오버핏 후드집업처럼 서로 대조되는 느낌이었다. 아기자기함과 독특함의 공존, 어울리지 않는 듯한 두 느낌의 공존은 거리를 독특하게 만든다다.

상수동에는 독특한 카페가 많았다. 앤티크한 갤러리 카페부터 우주를 테마로 한 카페까지 다양한 테마의 카페들을 골목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넓은 거리가 아닌 좁은 골목의 아기자기함은 사람들을 이끌었고, 자전거를 타고 좁은 골목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달리며 가게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상수동의 골목에는 좁은 것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움이 가득하다.

# 투박하고 훈훈한 옛날 냄새

: 합정부터 망원시장까지

골목을 나와 합정으로 향했다. 상수역에서 직진을 한참 해야 메세나폴리스에 도착할 수 있다. 상수역에서 합정역이 생각보다 멀어 꽤나 힘들었다. 보도블록의 울퉁불퉁한 질감을 느끼며 달렸다. 메세나폴리스 뒤로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가자 낯선 풍경이 나왔다. 높은 아파트 단지와 대조되는 낮은 가게들이 마치 시골에 온 듯 했다. 내리막길이 평지로 바뀔 무렵 망원역에 도착했다. 망원역 앞에 세워진 리어카가 엄마 손을 잡고 같이 시장에 갔던 어렴풋한 과거의 기억 불러일으켰다.

자전거를 타고 시장 골목 안쪽으로 들어갔다. 시장에 들어가기 전 가판대에 널려있는 과일과 목청 높여 소리치는 상인 분들의 목소리가 정겨웠다. 골목 안에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아서 놀랐다. 요새 망리단길이 한창 인기라 그런지 시장으로 가는 인파 속에는 20대도 많이 섞여 있었다. 망리단길에는 투박하기보다는 모던한 느낌의 카페가 많았다. 요새 화제인 자판기 카페, 밀크티가 유명한 카페까지, 시장과는 대조되는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밀크티를 하나 사들고 골목 곳곳을 누볐다. 달콤한 밀크티 만으로는 뭔가 부족했다. 부족한 속을 채워줄 뭔가를 찾아 이끌리듯 시장으로 향했다.

5분 정도 자전거를 타니 시장 입구가 보였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시장에는 옛날 냄새가 난다. 단호박을 끓이는 솥에서 김이 피어올라 마음까지 따듯해지는 것만 같았다. 뽀얀 국밥을 끓이는 가마솥과 푸짐한 시장 칼국수가 눈에 띄었고, 얼음 위에서 비늘이 반짝이는 고등어와 갈치, 주황색 불빛 아래 반짝이는 닭강정도 눈에 띄었다. 부지런히 닭강정을 뒤집는 아주머니의 손길에는 세월이 묻어있었다. 한 컵의 닭강정에는 적절한 달착지근함과 매콤함이 묻어있었다. 세월이 담겨 더 달콤한 전형적인 시장의 맛이었다. 옆에 담겨있는 어묵에서는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달큰한 국물이 속에 스미며 몸을 따듯하게 데웠다. 춥기에 느낄 수 있는, 그리고 투박하기에 더욱 마음에 와 닿는 따듯함이다.

 

좁은 골목은 다니기 불편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남들이 볼 수 없는 독특한 뭔가를 찾을 수 있다. 좁고 투박하기에 느껴지는 따듯함과 정겨움은 다가오는 겨울, 당신의 마음을 덥혀 줄 것이다. 추워지는 11월, 따릉이를 타고 골목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따릉이 꿀팁!

1. 따릉이를 탈 때는 자전거 우선도로로 달리는 것을 추천한다. 만약 자전거 우선도로가 없다면, 일반 찻길의 가장 오른쪽 갓길을 이용하면 된다.

2.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 너무 힘이 든다면, 안장을 조금 높여 보자. 안장만 조금 높여도 확실히 힘이 덜 든다.

 

글 이가을 기자
this_autumn@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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