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폐교 후 갈 곳 없는 구성원

 

지난 8월 서남대가 폐쇄수순을 밟는다는 소식에 언론은 들끓었다. 현재 서남대 이외에도 대구외대, 한중대가 폐쇄수순을 걷고 있다. 교육부는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 속에 각종 비리로 얼룩진 대학들을 청산하겠다는 입장 아래 폐쇄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청산의 뒤에는 아무런 죄 없이 일상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한 학생, 교수, 교직원들이 자리하고 있다. 교육부는 이들을 위한 확실한 구제방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비리 청산을 위한
교육부의 폐쇄조치

 

 

현재 교육부는 「고등교육법」 제62조에 따라 대학의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교육부 장관의 이름으로 시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시정명령은 총 3회 내려지며 시정을 위한 기간은 일반적으로 20일에서 30일 사이다. 3회 동안 시정되지 않을 시 교육부의 현장조사와 폐교 행정예고, 청문회를 거쳐 폐쇄조치로 이어진다.

최근 대구외대, 서남대, 한중대가 이러한 폐쇄 수순을 밟는 중이다. 서남대는 설립자의 교비 횡령 및 교직원 허위임용 등으로 인해 정상적인 학사 운영이 어렵다고 여겨져 폐쇄수순을 밟고 있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 A씨는 “서남대는 설립자의 비리 때문에 대학으로서 온전히 기능하지 못한다고 판단돼 2회 시정명령이 내려간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A씨는 “한중대는 설립자의 교비 횡령과 학교 재정 악화로 인해, 대구외대는 설립 당시 인가조건이었던 재정 30억을 확보하지 못하고 충원율도 부족해 폐쇄수순을 밟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한중대와 대구외대는 지난 4월부터 진행된 시정명령 3회 동안 대학 정상화 등의 시정이 이뤄지지 않아, 이미 행정예고가 이뤄졌으며 현재 청문회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학교는 폐교
그런데 구성원들은 어디로?

 

현재 교육부는 여러 대학들을 강제폐쇄 하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지만, 학교 구성원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 2016년 기준 폐교 수순을 밟고 있는 학교의 학생 수는 약 2000명에 달한다. 하지만 미흡한 사회적 안전망 탓에 학교 폐쇄 후 구성원들의 미래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학생
학생들의 경우 ▲교육부가 폐쇄 조치를 내린 학교의 학생들에게 특별편입제도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효성이 부족하며 ▲편입한 학교가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교과과정을 인정하지 않으면 추가적으로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더 다녀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폐쇄조치에 따라 폐교된 학교의 학생들을 상대로 인근 학교에 편입할 수 있는 특별편입제도를 시행 중이다. A씨는 “교육부에서는 폐쇄 학교의 학생들은 주변 학교로 편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편입을 위해 주변 학교의 유사학과를 파악하고 편입 협조를 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행 특별편입제도는 강제성이 없어 그 실효성은 부족한 상황이다. 주변 학교에서 편입에 협조해주지 않으면 교육부에서는 학생들을 편입시켜줄 수 있는 별다른 방안이 없는 것이다.

결국 폐교대학 학생들이 실제로 편입하는 경우는 적은 실정이다. 지난 2014년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발간한 국정감사 정책자료집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 동안 폐교한 명신대, 벽성대, 성화대 3곳의 재적 학생 2천116명 중 특별편입에 성공한 학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920명에 불과했다. 한중대 총학생회 관계자 B씨는 “강제성 없는 특별편입제도에 있어서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기 위해 총학생회는 교육부의 편입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편입에 성공한다 해도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교과과정과 실습시간이 인정되지 않으면, 학생들은 추가적인 등록금을 부담하면서 학교를 몇 학기 더 다녀야 한다. 유사학과로 편입을 한다 해도 학교 간에 요구하는 교과과정 및 실습시간이 다를 수 있어, 이전 학교에서 이수한 교과과정 및 실습시간을 편입한 학교에서 인정해줄지는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교수 및 직원
교수 및 직원의 경우 ▲재취업을 도와줄 구제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체불된 임금이 있어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사립학교 초·중등 교원의 경우에는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학교가 폐교되더라도 국공립학교의 교육공무원으로 특별채용 되고 있다. 그러나 대학교원은 이러한 구제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교육부 사립대학제도과 관계자 C씨는 “현재 교수들의 재취업을 위해 따로 법이 마련돼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전국폐교대학교 교권수호를 위한 교수연합회 대표 이덕재 교수는 “사립학교의 초·중등교원은 폐교 및 폐과 시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국공립학교로 교원으로 꾸준히 특별채용 되고 있지만 대학교원은 그러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폐교대학에서 재직했다는 전적도 교수들의 재취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 교수는 “지난 2012년 성화대가 폐교된 후 성화대 교수들이 교수모집 공고가 난 대학교에 대거 원서 지원했지만 단 한 명도 임용되지 못했다”며 “모집 당시 성화대 교수들은 학교를 말아먹은 장본인이라는 소문이 돌았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경우에도 재취업을 위한 제도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재취업을 위한 제도가 없다보니, 다른 학교가 직원들을 데려가는 고용승계만을 바라봐야 한다. 폐교수순을 걷고 있는 모 대학 교직원 D씨는 “대학 폐교에 있어서 직원들을 위한 제도는 하나도 없는 상태다”라며 “다른 학교에서 직원들을 데려가는 고용승계를 해주지 않는다면 직원들은 그냥 실직자가 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수 및 직원은 체불임금 수급마저도 불분명한 상태다. 폐교수순을 밟는 학교 중 대부분이 경영진의 비리로 재정문제를 겪고 있어 임금이 체불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남대와 한중대는 임금체불이 발생한 상황이다. 그러나 체불임금은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현행 「사립학교법」 제35조에는 ‘해산한 학교법인의 잔여재산은 합병 및 파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육부장관에 대한 청산종결의 신고가 있은 때에 정관으로 지정한 자에게 귀속된다’고 명시돼 있어, 만약 정관으로 규정된 자가 비리 당사자인 학교 재단 측일 경우 체불임금 수령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폐교대학 교수들은 청산인이 학교 재단 측이 아닐지라도 청산인은 매원 폐교대학의 잔여자산에서 급여를 받아가기 때문에 청산을 서두르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성화대 역시 폐교된 후 이사장이 청산인으로 선정됐다”며 “이에 교수들이 법원에 소를 제기해 학교 재단 측이 아닌 사람을 청산인으로 선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청산인은 청산이 늦어질수록 급여를 챙길 수 있어 신속히 청산하지 않는다”며 “성화대의 89명의 교수들은 2달의 급여를 폐교 후 6년이 다 돼가는 지금까지도 못 받았다”고 덧붙였다.

 

폐교 후폭풍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갖춰져야

 

폐교 후 부족한 사회적 안전망에 있어서 ▲학생들은 교육부의 특별편입 보장과 초과학기를 막기 위한 학교 차원의 교과편성이 필요하며 ▲교수들은 대학 복직 규정 및 생활안전자금 지원과 「사립학교법」 개정이 필요하며 ▲직원들은 재취업을 도와줄 법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학생들은 강제력이 부족한 특별편입제도에 있어서 교육부가 학생들의 편입을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중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 B씨는 “최근 총학생회 대표자가 교육부를 방문해 학생들의 특별편입을 보장 받았다”며 “교육부가 특별편입에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모두 편입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 관계자 A씨는 “교육부에서는 폐교대학 학생들의 학습권 보호를 위해 특별편입을 최대한 지원해줄 것이다”라고 전했다. 나아가 학생들은 이전 학교와 편입할 학교 간의 교과과정 불일치에 있어서는 편입할 학교에서 초과학기를 막기 위한 교과편성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B씨는 “교과편성의 경우 학교의 자율적인 교과과정과 연결되기 때문에 교육부가 관여하기 곤란하다고 했다”며 “따라서 편입할 학교에서는 학교 간 교과과정 불일치를 학기 중에 해결할 수 있도록 교과편성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에서는 교수들을 위한 정책방안인 대학구조개혁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교수들은 이 법안이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폐교대학 교수들의 재취업을 도와줄 재교육 및 연수를 위한 재원 마련의 내용을 담은 대학구조개혁법의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교수들은 재교육 및 연수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대안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교수는 “교수들은 자기 전공에 있어서는 이미 충분히 공부한 사람들이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취업을 위해 교육을 시켜주겠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라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에서는 교수들의 대학강단 복직을 위한 규정과 실질적으로 생활에 도움이 될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폐교대학의 교수들은 교수와 직원들이 체불된 임금을 받기 위해선 「사립학교법」 제35조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사립학교법」 제35조는 폐교한 학교의 잔여재산을 비리재단 쪽에 귀속시키도록 하고 있다”며 “이런 법은 개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지난 13일 국민의당 유성엽 의원은 「사립학교법」 제35조 개정을 골자로 한 사립학교법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교육부 관계자 C씨 또한 “교육부에서도 비리재단이 재산을 가져가는 것에 있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직원들의 경우에는 무엇보다 재취업을 도와줄 방안을 마련해주길 원하고 있다. 폐교수순을 밟고 있는 모 대학 교직원 D씨는 “가장 필요한 것은 재취업이다”라며 “정부에서 폐교대학 직원들의 재취업을 도와줄 방안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중대학교 총학생회 관계자 B씨는 “교육부에서도 직원과 교수 모두의 재취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도와주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라고 전했다.

 

정상적인 학사운영이 어려울 정도로 각종 비리로 얼룩진 학교에 교육부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을 보호할 사회적 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지 않고 폐쇄조치만 취하는 것은 결코 긍정적으로 볼 수 없다. 학교에 오랜 기간 몸담아온 교직원 또한 일말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다. 끝내 비리 사학의 꼬리표를 뗀 상지대학교 역시 교직원들이 나서 부패에 저항해 온 결과다.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교직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 또한 필요해 보인다.

 

글 이영준 기자
zero6@yonsei.ac.kr

그림 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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