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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가 다닐 학교가 없어요”… 특수학교의 현주소를 짚어보다장애를 이유로 아무도 무릎 꿇지 않는 세상을 위해
  • 정준기 기자
  • 승인 2017.10.0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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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2차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주민공청회’가 열렸다. 어렵게 열린 공청회인 만큼 찬반의 입장차를 좁힐 수 있는 기회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특수학교의 설립을 요구하는 장애학생부모 측과 이에 반대하는 지역주민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했고, 공청회는 1차 때와 마찬가지로 파행됐다.

 

장애학생 10명 중 3명은 특수학교가 필요해
‘부족한’ 특수학교, ‘너무 먼’ 특수학교

 

현행 초·중등교육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의해 일반학교와 특수학교로 구분된다. 특수학교는 ‘장애인의 교육을 목적으로 일반학교와 분리된 교육시설’을 뜻하며,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장애학생의 교육만을 담당한다. 그러나 현재 특수학교는 ▲양적 부족 ▲지역적 불균형이라는 문제에 직면해 있다.

현재 특수학교는 학생 과밀상태다. 현행법에 명시된 특수학교 학급의 법정정원 기준은 1학급 당 중등교육과정의 경우 6명 이하, 고등교육 및 전공과의 경우 7인 이하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지난 9월 18일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법정정원이 준수되는 특수학교는 84.1%에 불과하며, 전체적으로 과밀 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교육청이 지난 4월 1일 발표한 「2017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전체 장애학생의 약 30%(2만 5천798명)는 갖고 있는 장애의 정도가 심해 교육적 배려가 포함된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17년 기준 전국의 특수학교 수는 국·공립 특수학교와 사립 특수학교가 각각 81개교, 92개교로 총 173개교에 불과하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학생은 2만 5천798명이지만, 약 2만 명이 넘는 장애학생의 교육을 단 173개교가 떠맡는 현실에서 법정인원을 준수하기는 쉽지 않다.

이러한 양적 부족은 장애학생의 통학에도 불편함을 초래한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장애학생 4천496명 중 특수학교가 없는 8개 구에 거주하는 장애학생은 2천873명이다. 때문에 이들은 인근 지역구의 특수학교로 매일 장거리 통학을 해야만 한다. 경우에 따라서 매일 2개 구를 거쳐 통학해야하는 고충을 겪기도 하는데, 비좁은 통학차량에서 1시간 이상을 버티는 것은 장애학생에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강서장애인부모회 엄명희씨는 “(강서구에서) 구로구까지 장애학생들은 한 시간 이상 통학해야 한다”며 “일반인도 힘든 시간을 장애학생이 견뎌야 하는 것이다”고 하소연했다.

특수학교의 양적 부족과 맞물려 특수학교의 지역 불균형 또한 특수학교를 둘러싼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특수학교 신설 움직임은 좀처럼 진전이 없는 모양새다. 장애학생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시의 사정 또한 다르지 않다. 실제로 서울시는 지난 2002년 이후로 단 한 개의 특수학교도 설립되지 않았고, 총 25개 구 중 8개 구에 특수학교가 없는 실정이다. 2002년 이후로 특수학교 설립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동안, 특수학교가 필요한 장애학생은 같은 기간 약 1천522명 증가했다. 서울시의 특수학교 29곳의 정원이 4천400명임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수치다.

이에 서울특별시교육청은 특수학교 부족 문제와 장애학생 교육기회 확대를 위해 ‘공립특수학교 신설 지속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서울시 전역에 특수학교 설립 ▲기존 특수학교의 특수학급 증설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 26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현재 특수학교가 없는 8개 구에 특수학교를 신설해 모든 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하겠다’며 ‘특수학급을 증설해 장애학생 교육권도 개선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특수학교 vs 지역주민, 소모적 갈등
‘솔로몬의 해결’은 없을까?

 

장애학생을 위한 특수학교 설립은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논쟁의 핵심은 주로 특수학교 설립 장소의 타당성 여부에 맞춰져 있다. 이는 주로 지역 주민의 지역이기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모든 특수학교가 지역주민의 반대에 부딪힌 것은 아니다. 특수학교 설립과 지역주민이 공존한 경우도 있다.

인천시의 청선학교와 청인학교 설립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청선학교와 청인학교 설립 당시, 인천시교육청은 지역주민의 반발을 의식해 기존 중학교 터를 설립부지로 선정했지만 지역주민의 반발을 막을 수는 없었다. 특수학교 설립부지 인근에 거주하는 지역주민은 집값 하락과 안전 문제를 꼽으며 설립을 반대했다. 그러자 청선학교 주변 아파트 주민들은 반대 주민들을 설득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특수학교 설립 반대 안건’ 상정을 막았다. 지역이기주의보다 장애학생과의 ‘공존’을 택한 것이다. 창선학교 주변에 위치한 이삭베스파트 아파트 주민자치회 관계자 A씨는 “집값 하락을 명분으로 반대한 주민들이 있었다”며 “장애학생도 이웃이기 때문에 같이 살아야한다고 설득해서 입주자대표회장 등의 노력으로 안건 상정을 막았다”고 전했다. 청인학교 주변에 위치한 정현부동산 B씨는 “(청인학교라는) 특수학교가 설립됐지만 집값 하락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며 “장애학생도 다 같은 이웃인데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해서 설득했다”고 밝혔다. 청선학교 관계자도 “지역주민의 반대도 있었지만, 찬성 또한 많았다”며 지역주민들의 도움이 학교설립에 결정적이었다고 전했다. 최근에 일어난 특수학교 설립 반대 논란을 두고 인권위는 “특수학교 설립 반대는 헌법 11조와 「교육기본법」 제4조의 평등정신을 위배한다”면서 “장애학생에게 마땅히 적절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라고 명시했다.

한편 특수학교 설립에 관한 법제도의 부족함을 지적하는 여론도 존재한다. 현재 「교육기본법」 제18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단체는 특별한 교육적 배려가 필요한 자를 위한 학교를 설립·경영’하도록 돼 있으나, 이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따라서 특수학교 의무설립을 법제화한다면, 이와 같은 소모적인 논쟁을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2일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30명의 국회의원은 「특수학교 설립 의무화법」을 공동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특수교육 대상자가 지역 내 일정 수 이상일 경우 시·군·구에 특수학교를 1개 이상 의무적으로 설치·운영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면, 특수학교의 지역적 불균형 문제는 물론 학급과밀 또한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얼마 전 열린 특수학교 설립 공청회에서 장애학생의 부모가 무릎을 꿇었다. 특수학교를 빼앗지 말아 달라며 무릎 꿇은 장애학생 어머니의 뒷모습은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한 사회가 장애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단 한 명의 장애학생도 소외받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진정한 품격이 아닐까.

 

 

 

*교육적 배려: 배려가 필요한 학생에게 교육적 혜택을 주는 것. 시각장애학생에게 큰 글자판 교과서를 배부하거나 지체장애학생에게 특수교육을 제공하는 것 등.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정준기 기자  joo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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