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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야(前夜)연고전, 신촌 사람들의 생각을 듣다
  • 유채연 기자, 이지훈 기자, 이혜인 기자, 이수빈 기자
  • 승인 2017.09.29 23:40
  • 호수 36
  • 댓글 0

대학교는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매해 9월마다 개최되는 정기연고전(아래 연고전)에서는 수많은 대학생들이 연세로로 쏟아져 나와 축제 분위기를 만끽한다. 연세대와 고려대는 매년 번갈아서 연고전을 주최하고 있기에, 연고전 뒤풀이 역시 신촌과 안암을 오가며 진행된다.

연고전은 연세대와 고려대의 축제지만 그 장(場)은 지역사회라는 점에서 양교의 학생을 넘어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친다. 지난 9월 중순, 신촌에서 열리는 2017 연고전을 앞두고 우리는 이를 맞이하는 신촌의 구성원들을 만나보기로 했다.

 

기차는 '앞으로만' 달린다

 

"신촌 문화의 중심에는 대학생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연고전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해야지, 싫거나 좋다고 말하는 건 무리 같아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상인들을 끌어들이는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상인들이 동참할 수 있는 기회는 부족하다고 느껴져요. 고려대의 경우에는 교우회가 특정 가게들을 지원해 상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식으로 운영한다는데, 우리도 그런 문화가 있으면 상인들도 진정으로 축제에 동참할 수 있지 않을까요?"

-맥주바다 사장님

 

'맥주바다'는 8년째 신촌에서 연고전 뒤풀이를 경험하고 있는 가게다. 사장님의 말처럼 신촌에서 열리는 연고전 뒤풀이는 상인들이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연고전 둘째 날, 토요일 밤이 되면 안 그래도 왁자지껄한 신촌의 골목 사이사이가 푸르고 붉은 색으로 가득 차고, 우렁찬 소리가 상점 앞을 잡아맨다. 기차놀이는 학생들이 가게 앞에서 술과 음식을 달라고 구호를 외치면 상인들이 음식을 공짜로 내어주는 것을 가리키는데, 연고전 뒤풀이 날이 되면 학생들의 시끄러운 구호 소리가 신촌과 안암을 가득 채운다.

이러한 문화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탓에 상인들은 기차놀이 문화에 대해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곤 한다. 익명을 요청한 한 사장님은 "우리 가게의 경우 규모가 크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 않지만, 대부분의 상인 분들이 재정적인 부담을 느끼시는 것으로 안다"며 고충을 전했다. 실제로 고려대의 경우, 안암동 상권 번영회가 연고전 후원을 원하는 교우회와 특정 상점을 매개해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상인들과 학생들 모두가 부담 없이 기차놀이 문화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연고전에서도 학번·학과별로 나뉜 고려대의 교우회들과 개별 동문들이 26개의 안암 상점들을 후원했다. 이는 작년에 비해서도 10개 이상의 점포가 늘어난 수치로, 점점 더 많은 동문들이 이러한 문화에 관심을 갖고 직접적으로 참여한 결과다. 반면 이번 연고전에서 연세대 동문회의 경우에는 특정 식당에 개별적으로 금액을 지원하지는 않았고, 대외협력처를 통해 연고전 폐막제에 캔맥주와 간단한 과자거리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로 연고전 지원을 대신했다.

 

필요할 때만 이어지는 연결고리

 

"장사하는 사람은 학생들 봉이 아니에요. 학교에서 스폰*과 기차놀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 상점들이 학생들에게 뭔가를 줘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나요?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상인들을 괴롭힐 순 없어요. 외부인들은 연고전을 스포츠 경기로만 알고 있기 때문에 당일에 이런 광경을 보고 아주 싫어하시곤 해요."

-A 업소 사장님

 

"연고전 문화를 잘 모르시는 손님은 왜 학생들이 공짜로 음식을 받아 가냐고 항의하시는 경우도 있어요. 고려대의 경우는 교우회에서 지원하는 가게만 주로 방문하기 때문에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지만, 신촌은 구별 없이 마구잡이식으로 방문해서 당일에 혼란이 커지는 것 같아요."

-B 업소 사장님

 

상인들은 연고전에서 학생들에게 느낀 아쉬움을 이처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과거 유신철폐 등 정치적 문제에 대한 구호를 외치며 사회 참여의 성격을 띠던 기차놀이의 의미는 참여자들조차 그 유래를 모를 만큼 퇴색된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그 짐은 상인들에게 지워지고 있다. 기자들은 많은 상인들이 연고전 일정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취재 당시 많은 상인들은 “슬슬 연고전을 할 때가 됐는데 정확히 언제냐”는 물음을 던져왔다. 익명을 요청한 한 상인은 "현수막도 비교적 늦은 시기에 부착되고, 관련 일정을 공유할만한 네트워크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연고전 시기, 정확히는 기차놀이를 하며 술과 음식을 얻어먹는 그 순간만 일시적으로 '연결되는' 상인들과 학생들의 고리가 불안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연고전, 그들만의 축제

 

연고전 당일의 신촌 골목은 평소보다 두 배는 많은 사람과 큰 소리로 메워진다. 크게 구호를 외치는 행사다보니 소음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노랑통닭' 사장님은 "학생들의 문화를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라 좋다"고 말했지만, '홍미닭발' 사장님은 "시끄러움 때문에 다른 손님들을 받기 힘들어 문을 닫는 가게도 많다. 우리 가게도 연고전 당일에는 매출이 떨어지는 편이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평소 연세로의 상점을 자주 이용한다는 이화여대 사이버보안학과 최현지(20)씨는 "합동응원전 때도 연고대 학생 무리가 많아 불편했다"며 "유대감을 느낄 수도 없고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연고전 날에 연세로를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관련 문제에 대해 신촌지구대 관계자는 "연고전뿐 아니라 다양한 행사 때도 소음 관련 민원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며 "연고전 때가 콕 집어 더 시끄럽다고 말할 수는 없고, 다만 우리가 출동하면 학생들이 잘 따라주는 편이다"라고 말했다. 연고전 당일, 단속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는 것이다.

동시에 매년 대두되는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해서 서울특별시청노동조합 환경미화원 서대문지부장 김모씨는 "지난 연고전 때는 작업 인원이 추가로 투입됐다"며 "연세로에서 각종 행사가 자주 열리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규모로 협조요청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소음과 쓰레기 문제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세로에서 진행되는 여타 행사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문제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하지만 분명 이러한 문제들은 신촌의 상인과 행인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 때문에 이는 연고전이 '그들만의 축제'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연·고대 기차놀이 문화는 끊임없는 비판 속에서도 오랜 시간 지속돼 왔다. 현재 연세대와 고려대 학생사회는 기차놀이가 변화할 필요성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 <관련기사 연세춘추 1759호 ‘기차놀이’, 우리들만의 놀이로 끝날 것인가> 당신에게 2017 연고전이 어떻게 다가갔는지는 몰라도, 그 큰 행사가 지운 짐을 안고 있던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각과 부담을 가지고 연고전을 맞았다. 내년, 다시 돌아올 연고전은 어떤 모습일까. 신촌의 사람들은 알 수 없다.

 

스폰* : 학교 단체들이 팜플렛 등에 상점 이름을 실어 홍보하는 대신 상점으로부터 일정 금액을 제공받는 것

 

글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이지훈 기자
chuchu@yonsei.ac.kr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유채연 기자, 이지훈 기자, 이혜인 기자, 이수빈 기자  imjam@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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