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활성화를 위한 동네 프로젝트, ‘연희, 걷다’

연세대 정문 앞에서 서대문 03번이나 04번 마을버스를 타면 이르는 곳. 지난 9월 9일부터 17일까지 연희동에서는 독특한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3번째를 맞은 동네 프로젝트, ‘연희, 걷다’이다. 이 행사는 도시문화콘텐츠 전문 기획그룹 ‘어반플레이’가 주최하며,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연희동 도시문화 생태계 구축을 위해 시행됐다.

 

‘연희 걷다’, 익숙한 공간의 예술

 

‘연희, 걷다’는 다양한 동네의 이야기를 아카이빙하는 어반플레이의 ‘아는 동네 로컬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이번 행사는 ‘일상’, ‘예술’ 그리고 ‘걷기’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어반플레이 이다인 매니저는 “이번 프로젝트는 오픈에어뮤지엄(Open-Air Museum)이라는 컨셉을 가지고 연희동 전체가 일상 속의 마을 박물관이 되는 순간을 그리기 위해 기획됐다”고 전했다.

특히 올해 열린 행사는 기존의 공예 콘텐츠뿐만 아니라 사진, 일러스트, 회화로 확장된 콘텐츠를 통해 연희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이 예술로 전환되는 순간을 공유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번 행사는 크게 ▲연희동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의 개인전 ▲한수정 작가의 Little Elephant 워크숍 ▲‘꽃집에서 사랑 가득 플라워박스 만들기’ 등 연희동 일대의 공예미술가들과 함께하는 각종 창작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외에도 ▲이웃의 집에서 책을 읽는 ‘남의 집 도서관’ ▲어반플레이, 오트뤼, 마을계획단과 함께 연희동을 알아가는 ‘연희 반상회’ 등 지역 내 이웃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프로그램들도 진행됐다.

 

동네를 거닐며 연희동의 매력을 재발견하다

 

다양한 행사 프로그램 중 매년 진행 중인 ‘연희마을 도슨트’는 연희동 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진 ‘연희동 마을계획단’의 주민들이 직접 도슨트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도슨트와 함께 연희동 골목을 걸으며, 현장감 있는 연희동 라이프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진다. 특히 프로그램이 작은 규모로 진행되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도 온라인 표가 일찍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보였다.

올해 도슨트로 참여한 연희동 주민 정정림(39)씨는 “내가 사는 동네임에도 정작 연희동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며 “연희동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은 마음에 연희동 마을계획단에 참여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정씨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통해 연희동 주민들을 넘어 연희동에 놀러오는 사람들까지도 이곳의 숨은 매력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 16일 진행된 도슨트 프로그램에서는 두 팀을 제외하면 모두 연희동 외 지역에서 방문한 참여자들이었다. 연희동 주민이 아닌 참가자 조수나(44)씨는 “천천히 걸으며 연희동 주민이 직접 해주는 설명을 들어서 더 이해가 쉬웠다”며 “다음 행사에는 친구들도 데려오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연희동 주민들의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연희동 주민 이대로(39), 김나라(32) 부부는 “평소 무심코 지나쳤던 곳을 이렇게 설명을 들으면서 다시 가보니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고 좋았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한 가게를 다시 가보고 싶다”고 전했다.

 

왜 하필 연희동일까

 

연희동은 조용한 동네다. 주택이 대부분이고 골목 곳곳에 작은 가게들이 많이 숨어있다. 어반플레이 이다인 매니저는 “연희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 죽어있는 공간이 많다는 것”이라며 “어반플레이는 연희동처럼 한적한 마을에 생기를 붙어 넣고 사람들을 연희동으로 이끄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이 이러한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뚜렷했다. 한 지역의 구성원들이 그 지역의 이야기를 만드는 주인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이 매니저는 “밀접하게 소통하는 지역 커뮤니티가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사람들이 잘 몰랐던 공간들을 세상에 소개하는 힘”이라며 “‘연희, 걷다’와 같은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힘도 연희동 주민들과 행사에 참여한 많은 분들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공감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줬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연희, 걷다’와 같은 행사를 통해 연희동을 처음 방문하게 된 사람이라면 연희동에 호감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역 홍보와 지역 내 주민들 간의 단단한 네트워크 확립을 위한 ‘연희, 걷다’는 지역 커뮤니티의 활성화를 위한 좋은 사례일 것이다. ‘연희, 걷다’가 연희동에 생기를 불어넣는 지속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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