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깃한 떡, 매콤하고 달달한 국물, 국물을 흥건히 머금은 야채, 마무리 볶음밥까지. 학창시절 즉석떡볶이는 우리의 정체성이었고 추억이었고 하굣길의 낭만이었다. 학교 앞에서 우리를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만들던 그 떡볶이를 신촌에서 찾아봤다. The Y의 챱챱챱, 그 여섯 번째 이야기는 '즉석 떡볶이'다.

1. 엉클스 (직화떡볶이, 8천 700원)

채연: 주문하기 전에 쌀떡/밀떡 여부와 매운맛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쌀떡과 중간 매운맛의 떡볶이를 선택했다. 야채와 어묵, 떡, 파채, 만두 두 개가 함께 나온다. 국물이 탕처럼 진하고 고추장의 매운맛과는 다른 캡사이신의 매운맛이 강하게 난다. 혀 전체가 얼얼하고 속이 쓰렸다. 국물에서는 단맛과 불맛이 느껴지는데 매운맛이 모든 감각을 마비시켜서 사실 다른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얇은 쌀떡이 떡볶이 국물을 아주 잘 머금고 있는데, 떡이 얇아서인지 쌀떡 특유의 쫄깃한 매력은 잘 느껴지지 않았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운 맛을 즐기는 분들에게 추천. 엽기떡볶이 맛이 느껴진다.

총평: 캡사이신의 강렬한 매운맛과 탕처럼 진한 국물.

 

혜인: 처음 떡볶이를 보자마자 파채부터 보였다. 떡볶이에 파채가 굉장히 많이 올려져 있어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평소 매운맛을 좋아하는 편이라 처음 떡볶이 국물을 먹었을 때는 많이 맵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먹다 보니 해산물로 육수를 냈는지 오징어볶음 맛이 나면서 자극적으로 매운 맛이 강하게 다가왔다. 떡은 쌀떡을 골라서 그런지 부드럽게 잘 씹히면서도 쫄깃쫄깃했다. 양배추와 파채가 많이 익지 않아서 아삭아삭하고 약간 질겼지만 먹기 불편하지는 않았다.

총평: 자극적인 매운맛과 넘치는 파채는 술안주로 제격.

2. 모범떡볶이 (차돌떡볶이, 1만 2천원)

채연: 밀떡, 차돌박이, 양배추, 어묵, 야채가 함께 나온다. 국물은 비교적 맑고 불고기 양념 맛과 후추 맛이 강하게 났다. 달착지근한 국물에 얼큰함이 더해져 자꾸만 숟가락을 들게 만들었다. 떡은 아주 쫄깃한데 단독으로 먹으면 밀가루 맛이 조금 묻어나왔다. 국물과 함께 떡을 떠먹으면 밀가루 맛도 나지 않고 기분 좋을 만큼 달달했다. 특이하게 떡볶이에 당근도 들어가 있다. 함께 나오는 차돌박이와 떡을 싸먹으면 떡의 쫀쫀함과 고기의 쫄깃한 결이 만나서 독특한 식감을 선사한다. 매우 얇게 저민 어묵은 생선 냄새를 강하게 풍겼다. 전체적으로 달착지근한 국물이 다른 재료들과 매우 조화롭게 어울리고 있었다. 매콤 달콤한 퓨전 떡볶이를 찾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총평: 달착지근한 국물과 길고 쫄깃한 떡에 불고기 맛의 차돌박이까지.

 

혜인: 1.5미터의 가래떡이 큼지막하게 잘려 있어 기대하면서 먹었다. 국물은 걸쭉하기보다는 맑았고, 새빨간 색이 아닌 어두운 색이었다. 보기에는 별로 안 매워 보였지만, 한 숟갈 뜨니까 매운 향이 확 느껴졌고 한 입 먹으니까 생각보다 매콤했다. 다만 자극적이지 않은 매운 맛이었고 어묵의 비린 맛이 덜했다. 떡이 길어 잘라먹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새로운 경험이었다. 떡은 보기에는 부드러워 보였지만 질겼다. 양배추는 부드러운 편이었으나, 고기의 씹는 맛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차돌박이 덕분인지 분식을 먹는다기보다는 식사를 하는 느낌이었고, 밥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닭볶음탕이 생각났다.

총평: 떡을 자르는 것은 귀찮지만 든든한 한 끼 식사!

3. 신촌간이역떡볶이 (고추장 소스 떡볶이, 1만 3천원)

채연: 밀떡, 라면, 쫄면, 야채, 야끼만두가 들어있다. 국물에서 고추장과 간장 맛이 강하게 나는데, 간장이 다소 과해 느끼했다. 당면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와 많이 익지 않은 양배추 날 것의 향이 거슬렸다. 떡은 밀가루 떡임에도 불구하고 밀가루 냄새가 전혀 나지 않고 매우 쫄깃했다. 먹을수록 국물에 전분 성분이 우러나와 텁텁한 느낌이 들었다. 옛날 떡볶이의 그 맛을 느끼고 싶은 분들이 방문하길 추천한다.

총평: 옛날의 맛, ‘무자극 무특징’ 떡볶이.

 

혜인: 처음에는 라볶이를 시킨 줄 알았다. 떡보다 라면과 당면이 많이 들어가 있고 다양한 사리가 들어있었다. 국물을 먹어보니 생각보다 맵지 않았다. 오히려 좀 달달한 편이었고 고추장 소스의 맛이 강해서인지 조미료 맛이 덜 느껴졌다. 익숙한 국물의 맛은 다른 곳에서도 자주 접한 맛이었다. 떡이 커서 다소 질기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묵은 작게 썰려있어 양념이 잘 배여 있었다. 떡볶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분식’의 특징이 많이 느껴졌다.

총평: 넘치는 라면과 당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떡볶이.

4. 또보겠지 떡볶이 (즉석 떡볶이, 1만 1천원)

채연: 쫄면, 라면, 계란, 깻잎, 야채, 밀떡, 얇게 저민 어묵이 함께한다. 떡은 아주 야들야들하고 밀가루 맛이 난다. 떡볶이에서 전체적으로 깻잎향이 매우 강하게 난다. 깻잎은 향만을 위한 도구였던 것인가. 따로 깻잎만 건져 먹으면 매우 질기다. 긴 웨이팅 줄에서 생긴 기대감과는 다르게 평범한 떡볶이 느낌이 난다. 야채가 매우 많고, 야채에서 우러나오는 특유의 달달한 국물이 인상적이다. 깻잎은 떡볶이의 전부를 담당하고 있었다. 깻잎 향 가득한 옛날 떡볶이를 원하는 분들에게 추천 드린다.

총평: 웨이팅과 명성에는 못 미치는 깻잎향의 달달한 야채 떡볶이.

 

혜인: 깻잎과 야채가 많아 떡이 잘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다. 국물은 맑았고 맵지 않았다. 약간의 간장 맛에 살짝 매콤함과 단맛이 느껴졌다. 매우려다가 만 느낌의 소스에 떡이 완전히 배어들지 못해 잘 어울리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떡은 매우 쫄깃쫄깃했지만, 함께 있는 당면과 라면에 떡보다 더 손이 갔다. 깻잎과 야채가 특히 많아서 깻잎향이 강하게 났다. 깻잎의 향과 맛이 좋았지만 많이 질긴 점이 아쉬웠다. 파의 크기가 커서 먹기 부담스러웠다.

총평: 매울까 말까, 안 맵기로 결정한 깻잎 떡볶이.

 

기자의 '1픽'은?

채연의 1픽: 모범떡볶이. 달콤함과 매콤함의 조화, 결이 살아있는 차돌박이 고기까지. 떡볶이의 한계를 넘어 요리로 발걸음하고 있다.

혜인의 1픽 : 엉클스. 강렬한 매운맛과 부드러운 쌀떡이 매력적이었다.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글 유채연 기자
imjam@yonsei.ac.kr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윤현지 기자
hyunporter@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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