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여론칼럼
[십계명] 연고전 승리, 우리가 박수쳐야 할 것은
  • 최형우 매거진부장
  • 승인 2017.09.23 22:51
  • 호수 1799
  • 댓글 0
최형우 매거진부장
(경영·16)

장하다, 우리대학교 선수들!

2017 정기연고전이 우리대학교의 승리로 끝났다. ‘5전 5승’으로 고려대에 한 경기도 내주지 않고 이긴 우리대학교 최초의 전승 경기였다. 이번 승리로 지난 2014년 연고전에서 고려대에 전패하며 겪은 설욕을 완전히 만회했다. 이겼던 경기에서조차 가슴 졸였던 지난 연고전과 다르게, 이번에는 모든 경기에서 선수들의 경기력이 고려대를 압도했다. 도무지 흠잡을 데가 없는, 그야말로 완벽한 승리였다.

이번 승리가 더욱 값진 이유는 지난 2010년 이후로 7년 만에 얻은 연고전 승리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우리대학교는 기나긴 무승(無勝)의 고리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번 연고전에서만큼은 모든 선수들이 연세의 영웅이자 자랑이었다. 연고전의 가슴 벅찬 승리는 모든 연세인을 감격하게 했다.

올해의 승리를 보고 있자니 작년 연고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작년 9월, 아직 가시지 않은 여름의 더위가 강하게 내리쬐던 그때, 신입 기자였던 필자는 목동 주 경기장에서 연고전 축구 경기를 취재하고 있었다. 경기 후반부에 ‘어쩌면 이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쯤, 기대가 무색하게도 우리대학교는 고려대의 맹공에 맥없이 무너지며 역전당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패배했었다. 경기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진 뒤에도 필드 위에 주저앉아 울던 우리대학교 축구 선수들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렇게나 울분 가득한 패배를 겪은 이후, 연고전은 우리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았다.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았던 작년 연고전에서도 감동적인 순간은 있었다. 연고전의 승패가 걸린 치열한 축구 경기 도중, 한 우리대학교 선수의 다리에 경련이 일자 곁에 있던 고려대 선수가 달려와서 다리를 주무르며 응급처치를 도왔다. 승패를 두고 싸우던 치열한 전장에서 두 선수는 한순간에 친구가 됐다. 이것이 스포츠가 갖는 매력이 아닐까. 필자에게 이 풍경은 그 어떤 화려한 골보다 값진 장면이었다. 그 순간 경기장 안에는 양교의 라이벌 의식과 승패에 대한 집착을 넘어선,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 있었다. 

그때 신입 기자였던 필자가 올해는 부장이 돼 다시 한번 연고전을 지켜봤다. 이번 연고전은 처음부터 삐걱거렸다. 연고전의 시작을 알리는 합동응원전부터 고려대 응원단원이 우리대학교 기수단 예비단원의 뺨을 치는 사고가 있었다. 물론 예기치 못한 사고라고는 하지만, 양교의 화합을 위해 열리는 축제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가 일어난 점은 씁쓸했다. 이번 연고전의 압도적 승리에도 마냥 즐겁게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였다. 작년 축구 경기에서 연고대의 두 선수가 보여줬던 ‘스포츠 정신’을 다시 한번 볼 수 있기를 바랐다.

여기 핵심이 있다. 우리가 박수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연고전은 단순히 양교가 경쟁해 승자를 가르는 데서 그치는 행사가 아니다. 연고전은 양교가 스포츠를 통해 화합하는 축제다. 문화와 국적의 차이를 극복하고 전 세계의 평화에 공헌하는 올림픽의 취지를 ‘올림픽 정신’이라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연고전에서는 일상에서 쉽게 마주하기 힘든 럭비, 아이스하키 같은 종목에도 사람들의 열광이 쏟아진다. 이는 결코 선수들의 화려한 기술이나 짜릿한 승리의 기쁨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연고전에서 가슴 속에 오랫동안 자리하는 따뜻한 인간 드라마의 순간들을 본다. 필자가 작년 축구경기에서 봤던 순간이 그러했듯, 그 따뜻하고 감동적인 순간들은 승패를 초월해 우리의 가슴을 오래도록 적신다.

올해 연고전에서 우리대학교 선수들은 진정 멋진 모습을 보여줬다. 7년 연속 무승으로 인한 사기 저하, 저조해진 학생들의 관심 등으로 연고전에 참가하는 모든 선수들의 등에 지워진 짐은 무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대학교 선수들은 굳게 맞서 이겨냈고, 완벽한 승리를 일궈냈다.

이 값진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그들의 땀방울을 흘렸을까. 올해의 승리를 쟁취하기까지 계속되는 패배 속에서 얼마나 많은 선수들이 눈물로 연고전을 마쳤을까. 묵묵히 승리를 향해 달려온 우리대학교 선수들, 그리고 스포츠 정신으로 멋진 연고전을 함께 만들어 준 고려대 선수들까지. 모든 선수들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감동이었다. 

연고전은 어떤 이들에게는 짜릿한 기쁨의 순간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눈물의 순간을 안겨 줬다. 하지만 승패를 떠나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모든 선수들의 이야기, 경기에서 느낄 수 있는 가슴 뜨거운 감동은 진정으로 값졌다.

이번 연고전에서 연세의 이름을 드높인 모든 우리대학교 선수들에게, 그에 맞서 좋은 경기를 보여 준 고려대 선수들에게, 무엇보다 함께 열광하며 멋진 연고전을 만들어 준 이름 모를 수많은 관중들에게, 진심으로 박수 치고 싶다.

최형우 매거진부장  soroswan@yonsei.ac.kr

<저작권자 © 연세춘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