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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곰벌레를 우주로 보내는 이유: 우주생물학에 대해서
  • 우리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박준수 교수
  • 승인 2017.09.23 22:51
  • 호수 1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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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수 교수
(우리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곰벌레는 1mm 내외의 작은 생명체로 영어로는 타디그레이드(tardigrade) 혹은 곰처럼 걷는다 하여 물곰(water bear)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과학자들이 이 작은 생명체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곰벌레가 가지는 강인한 생명력 때문이다. 곰벌레는 끓는 물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절대온도로 0도에 가까운 온도에도 버틸 수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주의 진공 상태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얼마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KARI)이 주최한 ‘큐브위성경진대회’가 있었는데, 우리 연구팀과 조선대 기계시스템 미래자동차공학부의 박설현, 이성준 교수팀이 연합한 ‘KMSL’팀이 선정되었고 2019년에 큐브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큐브위성은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10cm인 작은 인공위성인데, 이번에 선정된 위성의 기본 디자인은 큐브가 3개 쌓인 형태로 가로 세로 길이는 10cm이지만 높이가 30cm 정도 되는 긴 위성이다. 이번에 기획한 위성은 두 종류의 과학 실험을 수행하도록 계획돼 있다. 두 실험 모두 우주의 독특한 조건을 이용하는 실험으로 하나는 연소 관련 실험이고, 또 다른 실험은 곰벌레를 우주에서 관찰하는 실험이다.

우주는 무중력 혹은 마이크로중력 상황이기 때문에 많은 것들이 변화한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에서 물이 병이나 컵에 담기지 않은 상태인데도 둥그렇게 뭉쳐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중력이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촛불을 우주에서 관찰하면 중력이 없기 때문에 동그란 형태로 연소하는데, 이 역시 비슷한 현상이다. 즉 불꽃이 지상과는 다르게 전개되기 때문에 우주 공간에서 화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공간에서의 연소 현상을 연구해야 한다. 이에 큐브위성에서도 연소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우주로 보내는 생명체가 곰벌레인 이유는 우주의 극한 환경에서 버틸 수 있는 생명체가 많지 않아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강인한 생명체를 찾다 보니 곰벌레가 선정된 것이다. 로켓 발사 전 긴 대기시간과 발사과정의 고온, 상상을 초월하는 우주 공간의 저온, 그리고 우주 방사선에 노출되는 환경 속에서 곰벌레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고, 차폐시설 등을 보완하여 극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내려고 한다. 큐브 위성에서 이러한 경험들이 축적되면, 생물 분야의 모델 시스템으로 연구가 많이 된 초파리(Drosophila)나 예쁜꼬마선충(C.elegans)을 실험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큐브위성 그리고 곰벌레, 이렇게 낯선 단어들을 접하다 보면 왜 이러한 연구를 하는지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미국에는 우주 관련된 기관으로 ‘NASA’가 있고, 일본에는 ‘JAXA’라는 기관이 있다. 몇 년 전에 JAXA에 방문해서 하야부사(Hayabusa, 일본어로 매란 뜻)라는 무인우주선에 대해서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하야부사는 2003년에 발사되었는데, 이토카와(Itokawa)라는 500m 정도의 작은 소행성에 착륙해 토양을 채취하고 다시 지구로 돌아왔다. 놀라운 것은 지구로 귀환한 장치의 크기가 집에 있는 큰 프라이팬 정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3년도에 나로호 로켓발사를 성공시켰다. 이에 비해 일본은 1970년에 일본의 독자적인 로켓으로 오수미(Ohsumi)라는 위성을 올렸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우주기술은 대략 40년 이상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우주 관련된 기술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기술 이전을 기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결국 우리가 필요한 기술은 우리나라에서 개발해야 한다.

우주의 마이크로중력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 생물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하는 분야를 우주생물학이라 한다. 일본의 경우 일본우주생명과학회(Japanese Society for Biological Sciences in Space)를 30년전에 설립해서 교수급 정회원이 300명에 이를 정도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작년에 일본우주생명과학회에 소속된 교수의 연구를 보았는데, 토양을 화성과 유사하게 해놓고, 어떤 식물을 기를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화성에서 살게 될 때를 지금부터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많지는 않지만 우주생물학과 우주환경을 연구하는 분들이 있다. 이들의 모임으로 우리학교의 최인호 교수가 중심이 되어서 운영되고 있는 우주생명과학연구회(KoSBA)가 있고, 우주의 마이크로중력환경을 연구하는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KMS)가 있다. 이번 큐브위성을 공동으로 기획했던 조선대 박설현 교수도 한국마이크로중력학회의 회원으로 KMSL팀도 이 학회에서 만나 구성된 것이다. 

우리나라의 우주기술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 많이 뒤떨어져 있고, 우주기술은 기술이전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우주생물학 실험을 할 때, 우리는 외국의 우주실험시설을 빌려 쓰거나 큐브위성 등으로 시작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빠른 시간에 반도체나 자동차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았던 경험이 있는 만큼, 우주기술, 우주생물학 분야도 관심을 가지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낙관해 본다. 

우리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박준수 교수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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