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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스펙 경쟁의 요건이 되다?성형의 메카, 강남 성형외과 거리에 가다
  • 전하연 기자, 이수빈 기자
  • 승인 2017.09.23 20:06
  • 호수 1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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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고용노동부 공식 트위터에는 ‘성형이 취업 7종 세트로 자리 잡은 시대. 실제 기업들은 어떤 얼굴상을 선호할까?’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게시글은 취업을 위한 성형을 권장했다는 거센 비난을 받아 삭제됐지만, 이후에도 정부가 성형을 장려했다는 논란은 지속됐다. 이렇듯 ‘취업 성형’은 취업 절벽을 마주한 취업준비생 사이에서만 아니라 정부 부처 공식 SNS에서도 공공연히 취업 스펙의 일환으로 언급되고 있다. 하반기 공채 시즌을 맞이한 요즘, 취업 성형 현황을 집중 짚어봤다.
 

페이스펙(face-spec),
얼굴도 스펙이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 2030 정책참여단 스펙조사팀에 따르면 기존에는 학벌·학점·토익이 ‘취업 3종 세트’로 통용됐지만, 최근엔 이에 어학연수·자격증·공모전·인턴경력·사회봉사·성형수술이 더해지며 ‘취업 9종 세트’로 불리고 있다. 즉. 성형수술이 취업을 위해 갖춰야 할 요건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취업 성형’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는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외모도 경쟁력이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구직을 위한 성형수술이 유행하는 데에서 비롯된 단어다.
실제로 지난 5월 온라인 채용 포털 인크루트는 구직경험자 552명을 대상으로 ‘외모도 스펙이라고 생각하는가?’를 주제로 설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전체 응답자의 약 88%가 ‘그렇다’에 답했다. 또한 ‘취업 성공을 목적으로 성형수술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51%가 ‘있다’고 고백했으며, 그들 중 약 58%는 직접 성형 견적을 알아보거나 비용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인크루트 브랜드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위 설문은 현재 취업준비생들이 취업 성형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좁아지는 취업 문 탓에 갈수록 경쟁이 과열되면서, 정량적 스펙 외에도 외모까지 변별 요소로 여겨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 취업준비생 인천대 박달님(중어중국·13)씨는 “외모와 인상이 중요한 평가 요소인 것 같아 취업을 앞두고 필러 시술과 피부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며 “졸업이 다가오면서, 주위에서도 면접에서 좀 더 돋보이기 위해 시술 및 성형을 하곤 한다”고 말했다.

 

▶▶ 성형외과를 홍보하는 지하철 광고판이 3호선 압구정역 지하에 널려 있다.

지금 성형의 메카에서는…
 

하반기 공채 모집이 한창인 지난 9월 13일, 기자는 취업성형 실태를 알아보고자 ‘성형의 메카’ 강남 성형외과 거리를 방문해 총 5곳의 성형외과에서 상담을 받아봤다. 국세청 ‘의료 서비스업 사업자 현황’에 의하면 강남 성형외과 거리는 전국 성형외과의 약 35%, 서울 소재 성형외과의 약 68.9%가 집중돼있는 장소다. 실제로 해당 거리에서 취업을 앞두고 성형 상담을 받으러 온 취업준비생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ㄱ성형외과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A씨는 “면접을 준비하면서 불안한 마음에 성형외과를 찾았다”며 “취업을 목적으로 휴학한 김에 성형수술을 계획하게 됐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복수의 성형외과 의사와 상담실장은 “공채를 앞두고 서비스직은 물론이고 일반기업 사무직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까지 상당수가 성형수술을 문의한다”며 “보통 면접을 기준으로 두 달 전부터 일주일 전까지 수술을 진행하며, 필러부터 윤곽수술까지 수술 규모도 다양하다”고 말했다.

#1. 취업 성형, 어렵지 않다
이전에는 성형수술을 위해 입소문과 개인의 검색능력에 의존했지만, 갈수록 성형에 대한 진입 장벽은 낮아지는 상태이다. 대표적인 사례에는 ▲성형 컨설팅 어플 ▲취업 성형 패키지 ▲취업 맞춤 외모 컨설팅이 있다.
일례로 최근엔 ‘성형 컨설팅 어플’이 등장했다. 이는 어플 진단으로 사용자 얼굴의 성형 견적을 낸 뒤, 자동으로 여러 성형외과의 수술 조건과 비용을 서로 비교해 보여준다. 취업준비생 B씨는 “취업 스펙을 쌓느라 바쁜 와중에도 스마트 폰을 활용해 종종 성형 컨설팅 어플에 접속한다”며 “수술 이후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후기들을 보면 혹할 때가 있다”고 답했다.
또한 몇몇 성형외과에서는 ‘취업 성형 패키지’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는 면접에서 부드러운 호감형 인상을 내세우려 하는 취업준비생들을 겨냥한 것으로, 눈·코·이마·지방 이식 등을 하나로 묶어 가격을 할인하는 방식이다. 기자가 방문한 ㄱ성형외과 역시 취업 성형 패키지를 광고하고 있었는데, ㄱ성형외과 상담실장 C씨는 “해당 패키지의 광고를 보고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찾아왔다”며 “그들 대부분은 성형을 통해 외모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이미지 개선으로 면접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이어 상당수 성형외과에선 ‘취업 맞춤 외모 컨설팅’을 운영하고 있었다. ㄴ성형외과 외모 컨설팅 담당실장 D씨는 “요즘엔 직종과 관계없이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직종별로 적합한 얼굴상을 위해 컨설팅을 요청한다”며 “웃는 상이 요구되는 승무원의 경우 입꼬리 성형을 많이 권하고, 신뢰감 형성이 중요한 사무직은 주로 코 성형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즉, 원하는 직종의 이상적 이미지에 맞게 권장하는 수술도 달라지는 형태다.

 

▶▶ 강남 성형외과 거리의 모습.



#2. 그러나 빈번한 문제들
하지만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취업 성형의 이면에는 그만큼 빈번한 문제점이 존재했다. 그 문제점에는 ▲과다한 수술 유도 ▲상당한 비용 발생 ▲불만족으로 인한 재수술 등이 있다.
먼저 상당수의 성형외과에서 취업준비생들에게 과다한 성형수술을 권유한다는 지적이 있다. 취업 성형 시장이 호황을 누리게 되면서, 성형외과에서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더 많은 수술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 B씨는 “평평한 이마가 신경 쓰여 성형외과를 찾았지만 지속적으로 눈과 코 성형까지 권유했다”며 “수술을 고려하게 된 계기가 자기만족이 아닌 면접 대비였다는 점에서, 성형외과의 권유에 더욱 쉽게 흔들렸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실제로 취업준비생이라고 밝히며 상담을 요청했던 기자에게도 이와 유사한 권유가 있었다. ㄱ성형외과 상담실장 C씨는 “또렷하지 못한 눈이라 쌍꺼풀·눈매교정은 필수이며 부드러운 이미지를 위해 얼굴 전체 지방 이식을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해당 병원 내 의사는 “눈과 지방 이식 뿐 아니라 콧대를 다듬고 광대뼈를 축소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진단했다. 또한 ㄴ성형외과 외모 컨설팅 담당실장 D씨는 입술 필러·입꼬리 수술까지 덧붙여 추천했다. 이에 따라 요구되는 수술비용 역시 1천만 원~1천250만 원가량의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보이듯, 일부 취업준비생들은 취업 성형을 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 지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박씨는 “학생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비용 때문에 아르바이트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ㄴ성형외과 외모 컨설팅 담당실장 D씨는 “유명한 대형 병원 근처에는 취업 시즌을 앞두고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성형 대출을 알선하기도 한다”며 “고금리임에도 대출을 감행하는 취업준비생들도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불필요한 성형수술 이후, 적지 않은 취업준비생들은 불만족으로 인해 재수술까지 고려하고 있다. 희망 직종에 적합한 얼굴상에 맞춰 성형을 하다 보니, 오히려 수술 후의 얼굴이 본인이 원하는 이미지와 맞지 않거나 부자연스러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최근엔 재수술 및 복원 수술 전문 성형외과도 생겨났다. 재수술 전문 ㄷ성형외과 상담원은 “최근 들어 취업면접 등을 계기로 성형수술을 받았던 사람들의 재수술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원하는 이미지가 나오지 않았음은 물론, 기존 얼굴에서 풍기던 매력마저 사라져 오히려 자신감을 잃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얼굴은 스펙이 아니다”
 

한편, 실제 채용담당자들의 상당수는 면접 과정에서 얼굴이 주요한 평가 요소가 아니라고 전했다.
유명 대기업의 한 면접위원은 “면접관들의 시각에 맞춰 성형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성형외과 의사들의 기준에 따라 수술하는 것은 면접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며 “저마다 외모에서 풍기는 개성을 인정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나름대로의 장점을 보여주면 된다”고 답했다. 이어 “주요 평가 요소는 전문지식·열정·적극적인 태도이며 지나치게 외모에 신경 쓰는 것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공기업의 한 인사담당자는 “외모는 평가요소의 극히 미진한 부분일 뿐, 면접에서는 자신감 있는 태도가 우선이다”라며 “외형보다는 내실을 얼마나 다졌는지가 관건”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울 소재 유명호텔 한 인사담당자는 “외모는 구직 면접에 있어서 중요한 결정 요소가 아니며, 고객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인상이면 충분하다”며 “오히려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업이라는 점에서 사람을 대면하고 교류하는 것을 좋아하는 관계 지향적인 성격이 제일 요구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면접을 경험했던 취업준비생들도 면접 시 중요한 것은 외모가 아닌 태도와 관련 분야 지식 등임을 강조했다. 가천대 정수정(간호·13)씨는 “성공적인 면접을 위해 준비를 통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인상을 확실히 남기고자 했다”며 “세세한 이목구비보다는 전체적으로 야무진 이미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한 듯싶다”고 답했다. 또한 대림대 최지은(의공·13)씨는 “면접관들이 나에게 요구했던 것은 업무 이해도와 실무 투입능력이었지 외모는 아니었다”며 “향후 성실히 일할 것 같다는 이미지 정도만 풍기면 충분한 것 같다”고 답했다.  

 

스스로의 의사와 필요에 따라 성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닌, 회사가 원하는 이미지에 본인의 외모를 맞추고자 성형이 이뤄지는 것은 바꿔나가야 할 문화이다. 얼굴이 스펙의 일종으로 거론되고 이에 취업준비생들이 취업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성형을 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지속적인 환기와 공론화가 요구된다.

 

 

글 전하연 기자
seiyeonii@yonsei.ac.kr

사진 이수빈 기자
nunnunanna@yonsei.ac.kr

전하연 기자, 이수빈 기자  seiyeonii@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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