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비부 전력 심층분석

 

지난 2년간 부진했던 정기전에서 묵묵히 승리를 챙겨 온 종목은 럭비였다. 지난 정기전에서도 럭비는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며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거듭났다. 그 기세를 이어, 올해 역시 시즌 시작을 앞두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이 고려대에 비해 우리대학교의 전력상 우세를 점쳤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시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과연 럭비는 올해도 승리할 수 있을까? 지난 2016년 정기전과 그 이후 경기들을 통해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지난 경기와 강·약점 등을 분석하며 올해 정기전의 향방을 예측해봤다.

 

지난 정기전, 어떻게 이겼나

 

지난 2016년 정기전에서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빠른 주력에 기반한 개인 돌파 ▲수적 우위의 활용 ▲정확한 킥 등으로 고려대를 제압했다. 전반 10분, 고려대 이진규 선수(체교·13,CTB·13)가 신빈*으로 10분간 퇴장당하자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수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를 틈타 곧바로 장정민 선수(스포츠레저·13,WG·14)가 우측 사이드라인으로 하프라인부터 질주해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앞서나갔다.

후반 초반,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잠시 역전을 허용하기도 했지만 다시 한 번 수적 우위를 이용해 재역전을 이뤄냈다. 후반 14분 고려대 신다현 선수(체교‧16,LOCK‧5)가 방성윤 선수(스포츠레저·14,SO·10)의 머리를 발로 밟아 신빈으로 퇴장당하자 곧바로 강원재 선수(체교·14,PR·2)가 트라이 라인 앞에서 돌파한 후 상대의 반칙으로 트라이 인정을 받은 것이다. 이후 후반 22분 장용흥 선수(체교·13,FB·15)가 우리대학교 진영에서부터 고려대의 수비 라인을 뚫어내며 질주한 후 트라이를 성공, 승리에 쐐기를 굳히는 듯했다.

하지만 우리대학교는 후반 중반 이후 뒷심 부족으로 고려대에게 맹추격을 당하며 역전패의 위기에까지 내몰렸다. 후반 22분까지만 해도 27 대 14였던 점수는 경기 종료 3분 전, 고려대 이진규 선수가 점수를 트라이를 성공시키며 한 점 차로 좁혀졌다. 고려대의 강점인 라인 아웃 공격에 이은 왼쪽 사이드라인 돌파 허용으로 점수를 내준 것이다. 고려대가 이어진 컨버젼 킥을 놓치며 27 대 26점으로 1점 차 아슬아슬한 승리를 가져갔지만 자칫하면 타 종목처럼 역전패를 당할 뻔했다.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강점과 약점은?

 

올해 역시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강점은 ▲주력을 이용한 돌파 ▲킥 ▲스크럼**이다. 우리대학교 럭비부 개개인의 기량은 고려대에 비해 월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우리대학교는 전반적으로 후방의 백스 라인이 빠르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선수들 개인의 능력으로 충분히 점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는 고려대의 수비 라인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올해 있었던 경기에서도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자기 진영에서부터 개인 돌파 후 골라인까지의 질주를 통해 트라이를 얻어내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빠른 주력을 활용해 킥으로 라인을 붕괴한 후 돌파해 트라이를 시도하는 것도 강점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장용흥·장정민 선수 콤비의 킥이나 인터셉트를 이용한 빠른 돌파 후 트라이를 시도하는 것은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주요 득점 루트가 돼왔다.

또한 우리대학교 방성윤 선수의 킥 역시 위력적이다.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어온 방 선수의 확실한 킥 능력은 그 자체로 확실한 득점 루트다. 지난 정기전에서 우리대학교가 기록한 27점 중 12점이 방 선수의 킥에 의한 득점이었을 정도다. 올해 방 선수는 부상으로 인해 춘계리그는 뛰지 못했지만 복귀 후 치른 두 경기에서 9번의 킥 기회 중 7번을 성공시키며 실력이 건재함을 보였다. 반면 고려대는 킥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 본래 전담 키커였던 한구민 선수(체교·14,FB·15)의 졸업을 대비해 제 28회 대통령기 전국 종별 럭비선수권(아래 대통령기)부터 손민기 선수(체교·16,FL‧7)가 킥을 담당하고 있지만 두 경기에서 13번의 기회 중 8번을 성공시키며 방 선수에 비해 낮은 성공률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으로 강한 스크럼 역시 우리대학교의 강점이다. 지난해까지 스크럼 싸움에서 가장 핵심적인 ‘프롭’ 포지션을 맡았던 이현진(스포츠레저‧13,PR‧1)·정영일 선수(체교‧13,PR‧3)의 졸업으로 인한 공백을 신우성(체교·15,PR·3)·이현수(체교·16,PR·1)·김은석 선수(스포츠레저·15,PR·1) 등이 잘 메우면서 여전히 매서움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우리대학교는 조직력과 수비가 아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주장 이정환 선수(체교‧14,CTB,13)는 “수비진의 태클이 약한 편이다 보니 수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기전을 앞두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비진 위주로 태클을 연습 중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조직력과 수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신력, 소위 ‘멘탈’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지난 대통령기에서 있었던 경희대와의 경기에서는 전반전을 2점차로 뒤진 채 마무리하자 후반전에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가 후반 40분 간 15점을 득점하는 사이, 우리대학교는 단 한 점도 득점하지 못했다. 이에 이정환 선수는 “선수진이 저학년 위주였다 보니 경기장 내에서 리더 역할을 할 선수가 없었다”며 “그 결과 선수들의 멘탈이 한 번 무너지자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정기전 럭비 경기는 1점차, 3점 차 등 박빙의 승부가 이뤄져 왔다. 때문에 작은 실수 하나가 곧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실수 한 번으로 상대에게 분위기를 내주고 헤매기 시작하면 끌려가는 게임만을 지속하다 패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얼마나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주장 등 고학년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한편 조직력이 필요한 수비 등에서는 고려대가 한 수 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때문에 고려대의 단단한 수비를 뚫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 3월 21일 열린 전국춘계럭비리그에서는 골라인 직전에서 번번이 고려대의 수비에 막혀 득점하지 못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 됐다. 라인의 전진을 잘 이뤄냈지만 두 차례 트라이 라인 직전에서 노 트라이가 선언됐고 그 결과 고려대에 분위기를 내줘 경기 초반 13-0으로 까지 끌려가는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때문에 초반부터 고려대의 강한 수비를 잘 공략해 내는 것이 성패의 기준이 될 것이다.

 

상승세의 고대, 12년 만의 충격 패로 흔들리는 연세

 

최근 고려대는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 정기전 이후 치른 5경기 중에서 우리대학교에 한 번 패한 것을 제외하고 4승을 거뒀다. 또한 고려대는 전국추계럭비리그전, 대통령기에서 2연패를 달성하며 상승세의 분위기로 이번 정기전을 마주한다.

반면 지난 정기전 이후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5전 2승 3패를 거두며 부진했다. 비록 세 차례의 패배 중 한 번이 2016 전국체전 중 실업팀인 현대 글로비스에 의해 당한 것이긴 하나, 고려대에 패해 전국 추계럭비 리그 우승을 내주고, 정기전 이전 마지막 경기였던 대통령기에서 경희대에 패하며 고려대가 우승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지난 7월 20일 대통령기에서 경희대에게 당한 패배로 인해 사기가 저하됐다는 점이다. 이날, 우리대학교는 전력 상 한 수 아래라고 평가받던 경희대에게 끌려가는 경기를 하며 19 대 36으로 완패했다. 비록 4학년 3명 등 고학년 주전들이 부상으로 이탈해있었기는 하나, 경희대를 상대로 12년 만에 겪은 패배는 선수진에 상당한 충격을 안겨줬다. 이 선수는 “경희대에게 패배한 것이 분위기에 큰 타격을 줬다”며 “패배 후 일본에서 합숙훈련을 하며 연습경기를 했는데 그 때 침체된 분위기로 인한 문제들이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우리대학교 럭비부는 막강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부상 등으로 단 한 번도 주전 모두가 출전한 경기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정기전을 앞두고 거의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에서 복귀,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선수 구성만 본다면 우리대학교는 최상의 전력으로 정기전에 임할 수 있다. 우리대학교 럭비부의 약점은 보완하고 강점을 발휘한다면 이번에도 승리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신빈 : 선수가 반칙을 저질러 옐로우카드를 받으면 10분간 경기 퇴장 후 복귀시키는 규정.

**스크럼 : 간단한 반칙 후 양 팀의 선수들이 하나의 집단을 형성해 경기를 다시 재개할 때 쓰는 기술.

 

김홍준 기자
khong25@yonsei.ac.kr
자료사진 시스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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