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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고전특집] 힘들고, 외롭고, 아픈 스포츠 럭비
  • 이혜인 기자 김민재 기자
  • 승인 2017.09.17 18:07
  • 호수 1798
  • 댓글 0
왼쪽부터 차례로 이정환 (체교‧14,CTB·13), 백종은 선수(스포츠응용‧17,FB·15)

 

지난 2016년의 정기전에서 유일하게 승리를 이끈 운동종목을 기억하는가? 바로 우리대학교가 유일하게 연승을 달리고 있는 종목, 럭비다. 그렇지만 한국에서 럭비는 인지도가 낮고 환경도 열악한 종목 중의 하나다. 이에 럭비부 선수들과 함께 한국 럭비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럭비부 주장 이정환 선수(체교‧14,CTB·13)와 백종은 선수(스포츠응용‧17,FB·15)가 함께했다.

Q. 럭비를 처음 시작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정환: 중학교에 럭비부가 있었다. 일탈을 좀 하다가 부모님의 권유로 운동을 하게 됐는데, 학교 선생님께서 럭비를 추천하셔서 시작하게 됐다. 
종은: 나도 중학교 때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불러서 럭비를 해 보기를 권하셨다. 처음 해보는 스포츠라 관심을 갖고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었다. 그만하려 했는데 선생님이 절대 안 놔줬다.(웃음)
정환: 다 똑같다. 선생님들이 안 놔준다.
 

Q. 럭비가 비주류 스포츠라고 인식된다.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정환: 일본의 경우만 해도 럭비가 인기가 많은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럭비 경기를 많이 접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항상 속상하다. 최근 정기전에서 다른 종목에서는 우리대학교가 패배하고 있지만, 우리는 2연승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관심이 높지 않다.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면 좋겠다.
종은: 우리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럭비 규칙을 잘 몰라 경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해 재미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기가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세계적으로는 럭비 월드컵이 열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스포츠다. 
 

Q. 럭비는 실업팀이 적은 편이라 졸업 후에 선수로 남기 힘들 것 같다. 

정환: 맞다. 한 학번에 10명이 올라오면 1,2명 정도만 럭비를 끝까지 한다. 실업팀이 너무 적다보니 선수 생활을 하기 힘들 뿐더러, 많이 다치는 운동이라 오래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해외 진출을 생각한다. 일단 한국과 일본은 초봉에서부터 차이가 엄청 난다. 한국은 연봉도 적어서 선호하지 않는다. 정말 럭비에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한국에서 계속 럭비를 하는 것은 거의 힘들다.
 

Q.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럭비 관련 직업을 가진 사람도 적은 편인가?
정환: 거의 없다. 그리고 럭비를 오래 한 동료를 보면, 럭비 관련된 직업을 갖기 싫어한다. 아예 상반된 다른 계열에도 많이 도전하는 편이고, 사업을 하는 사람도 많다.
 

Q. 한국에서 럭비선수로 사는 것은 어떤 것을 의미하나?
정환: 럭비는 정말 힘들고, 외롭고 또 아픈 스포츠다. 그리고 폭이 좁아서 대학교에서조차 버티기 너무 힘들다. 그래서 나 자신과 싸우는 것 같다.
 

Q. 한국 럭비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선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환: 우선 중·고등학교에 럭비부를 만들어야 한다. 럭비부가 많아지면 좋은 선수들도 많이 생기고, 자연스레 사람들도 럭비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다.
종은: 럭비는 다른 운동에 비해 스폰서나 지원금이 많이 부족한 편이다. 농구와 비교해보면 10배 이상 차이가 난다. 럭비에 대한 지원이 더 활발해져야 사람들의 관심도 늘 것 같다. 
 

Q. 그런데도 계속 럭비 선수생활을 할 생각인가?
정환: 주변 사람들은 계속 럭비를 하라고 권유하지만, 지금 내 마음은 계속 선수생활을 하지 않는 쪽이다. 작년에는 나름 내 전성기였고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해서 계속 선수생활을 하려 했다. 그러나 올해는 경기 중 기절하기도 했고, 부상으로 경기에 나가지도 못했다. 주장으로서 다른 선수들을 이끌어주지 못해 미안했다. 그러다보니 열정이 많이 식어서 고민 중이다.
종은: 내 경우에는 다치지 않는 이상 계속 선수생활을 할 생각이다.
 

한국에서 럭비선수로 살아간다는 것은 비주류 스포츠의 설움을 겪어야만 하는 종목이다. 외로운 선수생활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럭비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선수는 모두 럭비의 매력으로 럭비를 보는 동안 느낄 수 있는 전율을 꼽았다. 경기를 실제로 보지 않는 이상 설명이 되지 않는,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의 끓어오름이 바로 그 매력이다. 한국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도 묵묵히 승리를 위해 훈련을 하고 있는 럭비 선수들이 있다. 이번 정기전에는 관심과 더 힘찬 응원으로 그들에게 힘을 주자.
 

글 이혜인 기자
hyeine@yonsei.ac.kr
사진 김민재 기자
nemomemo@yonsei.ac.kr
 

이혜인 기자 김민재 기자  hyeine@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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