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적인 효력 없다는 비판 제기돼


지난 2017학년도 1학기부터 제2외국어 수강제도가 변경됐다. 일부의 긍정적인 반응에도 해당 수강제도가 ▲권고 수준에 머문다는 점 ▲교수의 재량에 따른 제도 이행 편차가 있다는 점 ▲외국어(2), (3)수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제2외국어 수강제도 변경, 
수준별 교육 기대


이전부터 제2외국어를 잘하는 일부 학생들이 해당 외국어(1) 수업을 들어, ▲실력 격차로 인한 초급자 학생들의 성적 불이익 ▲초급자들의 수업 적응 어려움 등이 꾸준히 지적돼왔다. <관련기사 1767호 2면 ‘초급 제2외국어 과목, 누구를 위한 것?’> 

지난 2016년 이러한 학생들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 53대 문과대 학생회 <캔버스>와 53대 총학생회 <Collabo>는 외국어 실력자 수강 제한 제도화 정착에 노력을 기울였다. 53대 문과대 학생회장 정해민(철학/불문‧14)씨는 “제2외국어 수강제도는 문과대 학생회의 고질적인 고민이었다”며 “지난 2016년 학부대와 논의가 이뤄져 해당 제도가 변경됐다”고 전했다. 그 결과, 2017학년도 1학기부터 해당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이 외국어(1)을 수강할 경우, 교수 재량에 따라 ▲학점상의 불이익 ▲수강 제한 등을 받게 된다.  제도 시행 이전에는 외국어 실력자 학생들이 외국어(1) 수업을 수강해도 아무런 제한이 없었던 것과 비교해, 교수 재량에 따라 수강 제한이 가능해졌다. 

해당 제도 변경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신자영 학사지도교수(학부대·인문계열)는 “실제로 지난 학기에 해당 외국어 실력자 학생들이 자가진단평가와 교수와의 면담 후에 자발적으로 초급 수업을 철회한 경우가 많다”며 긍정적 효과를 언급했다. 일본어를 가르치는 이평춘 강사는 “이전에는 외국어에 능통한 학생들 중 외국어 수업의 상대평가 제도를 역이용하기 위해 (1)수업을 수강해온 학생들이 있었다”며 “초급 학습자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실상 제도 변경 아닌 권고 수준… 
다양한 한계점 지적돼


신 교수는 “제2외국어 수강제도 변경은 실력자 학생들의 초급 수업 수강을 제한하고 수준별 교육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지만, 변경된 제도가 사실상 강제력이 없어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먼저 교수의 재량으로 해당 규정이 적용되다 보니 ▲교수들의 해당 제도 이행 편차 ▲자가진단평가의 실효성 부족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첫 수업에 자가진단평가를 한 후, ‘외국어 실력자 학생들은 학점 상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공지를 한 교수들이 있는 반면, 해당 내용을 수업 시간에 공지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 학기 프랑스어(1)을 수강한 안해량(불문‧17)씨는 “첫 수업시간에 해당 내용을 공지 받은 적이 없다”며 “자가진단평가도 한 적 없어 해당 규정이 지켜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자가진단평가를 허위로 기입해도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 또한 문제로 드러났다. 스페인어(1) 강의를 진행하는 최해성 강사는 “지난 학기에 스페인어권에 거주했던 것으로 생각되는 수강생이 있었다”며 “그 학생은 끝까지 해당 사실을 숨겼다”고 전했다. 지난 여름 계절학기에 일본어(1)을 수강한 이다은(언홍영‧15)씨는 “첫 시간에 자가진단평가를 하긴 했지만 일본어 초급자가 아닌 학생들과 함께 수강했다”며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었지만 일본어를 못하는 척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스페인어 초급 수준 이상의 실력을 가진 학생이 스페인어(1)을 듣는 경우도 있었다. A씨는 “스페인어를 고등학교 때 배운 적이 있지만 자가진단평가에서 배운 적이 없다고 기입했다”며 “교수님들도 별 다른 확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사안에 대해 신 교수는 “학생들이 허위로 수준을 속이는 것은 어떻게 제도를 만들어도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며 “학생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어(1)에서만 해당 제도가 실시되다보니 (2)와 (3)수업에는 별다른 보호 장치가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문과대 학생들은 졸업하기 위해 필수교양 언어와 표현 카테고리에서 (1),(2),(3) 수업 중 두 개의 과목을 수강해야 한다. 자가진단평가 결과 외국어(1) 수강이 제한된 학생들은 (2), (3)을 들을 수밖에 없어 해당 언어권에서 살다 온 재외국민이나 외국인들과 경쟁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B씨는 “(1)수업을 수강할 수 없는 학생들은 더 높은 실력을 갖춘 학생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학점 하락의 위험 부담을 안고 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B씨는 “실제 제2외국어 수준별 교육을 위해서는 외국어(1)에서 초급자를 보호하는 것처럼 (2)와 (3)도 동일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신 교수는 “(2)와 (3)수업을 진행하는 교수님들 중에 재량적으로 해당 제도를 도입한 교수님들도 있다”며 “(1)수업에 제도를 도입한 지 2학기 째이기 때문에 (2)와 (3)수업에 해당 제도를 도입할 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제도적 보완 장치 및
학생들의 인식변화 필요해


그 결과, 실질적인 제2외국어 수준별 교육을 위해 제도적 보완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 강사는 “수업 담당 교수에게는 수강생이 외국어고등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한 적이 있는지, 스페인어권에 거주한 적이 있는지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학교본부 차원에서 제도적 보완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어노문학과의 경우 ▲러시아어권에서 1학기 이상 어학연수 및 장기간 거주 ▲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 ▲러시아 및 러시아어 통용 국가 출신 등의 학생들을 초급 수업 수강에 제한하는 보완 장치를 가지고 있다. 첫 수업에서 ▲레벨테스트 ▲러시아어 능력 설문 ▲학과장 교수 및 해당 과목 담당 교수와의 면담 등의 절차를 통해 구분하고 있다. 이에 54대 문과대 학생회장 박신영(국문‧15)씨는 “노어노문학과의 제도적 보완책을 다른 언어 과목에도 적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해당 학과의 제도적 보완책은 학생들의 수준별 교육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학생들의 인식변화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 교수는 “실제 학생들이 마음만 먹으면 레벨테스트를 봐도 낮은 성적을 받을 수도 있다”며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 능력을 평가하고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좋은 학점을 따는 것이 목표가 된 사회적 구조에 대해 안타깝다는 의견 역시 있었다. 최 강사는 “잘 알고 있는 언어의 초급 과목을 수강한다는 것은 시간, 노력, 비용 면에서 절대적인 낭비”라며 “학생들이 이를 알면서도 수강하려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박씨는 “제2외국어 수강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며 “그러나 인식이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더 확실한 제도로 외국어 초급자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예현 기자   
                                                                                       john_yeah@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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