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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융합의 시대, 인문사회의학의 역할
  • 우리대학교 인문사회의학협동과정 양은배 교수
  • 승인 2017.09.16 23:52
  • 호수 1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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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은배 교수
(우리대학교 인문사회의학협동과정)

우리대학교 대학원에는 이름이 다소 낯선 인문사회의학 석·박사 협동과정이 있다. 우리대학교 의과대학의 의사학과, 의학교육학과, 우리대학교 철학과, 사학과, 사회학과, 교육학과가 협력하여 운영하는 융합 교육과정이다. 인문사회의학이라는 이름을 생각해보면 의학 관련 분야를 전공 한 사람이 공부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작 거기에는 의학을 전공한 사람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임상심리사 및 문학, 철학, 사학, 사회학, 교육학, 미술학 등 학부에서 다양한 전공을 한 사람이 공부하고 있다. 이들은 왜 인문사회의학을 공부하고 있을까? 대답은 융합이다. 

20세기 이후 의학은 환원주의 관점에서 인간의 출생, 질병, 고통 및 죽음 등의 문제를 연구하고 발전시켜 왔다. 실로 그 결과는 놀라운 것들이다. 인류는 인간의 유전자를 완전히 해독하는 데 성공하고 그 결과를 질병의 예방,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 인간의 세포, 조직 및 장기를 대체하거나 재생시켜서 원래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복원시키는 재생의학, 개인의 유전적, 환경적 요인과 질병 경력, 생활습관 등을 사전에 인지하여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는 정밀 의학, 3D 프린팅, 로봇공학, 나노 의학 등 의료와 IT의 융합,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인공지능의 활용 등 과거에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의학과 다른 학문 분야와의 협력적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다. 

의학이 인간의 질병과 고통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와 접근 능력을 갖추지 못하고 주로 생물학적 영역에만 편중돼 온 점에 대한 비판도 있다. 의학이 인간을 대상으로 하고 있음에도 객관성의 틀에 갇혀서 인간을 하나의 객체로 대해 온 경향에 대한 반성이다. 이런 자기 성찰의 대안으로 연구되고 있는 분야가 인문사회의학이다. 하버드 의과대학의 정의에 따르면 인문사회의학은 의학, 의료를 바라보는 과거의 생물학적 패러다임을 전환하여 인문학, 사회과학 및 자연과학의 융합적인 관점에서 의학을 설명하는 새로운 모델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모델을 바탕으로 의학과 의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21세기는 융합의 시대이다. 인문사회의학은 의학이 다른 학문 영역과 어떻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모델이다. 인문사회의학은 의학의 환원주의적 입장을 배격하지 않으며, 의학의 과학적 토대와 자연과학 분야와의 융합적 사고와 노력을 지지한다. 여기에 더하여 인문사회의학은 융합 개념을 확장하기를 희망한다. 새로운 지식과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새로운 상상력이 요구되고,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설명모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융합의 시대, 인문사회의학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우리대학교 대학원에 인문사회의학 협동과정이 개설된 지 10년이다. 아직은 그 역할이 미약할지 모른다. 학문 후속세대가 융합적 사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제 막 탐구를 시작했다. 이들이 학문적으로 성장한 머지않은 시기에 인문사회의학은 다음과 같은 역할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문사회의학은 환원주의적 의학 패러다임에 융통성을 부여해야 한다. 그동안 과학적, 분석적, 수렴적 사고의 패러다임이 의학 발전을 견인하였다고 한다면, 21세기는 전체적, 서사적, 확산적 사고 패러다임도 동시에 요구한다. 인문사회의학은 이러한 융합적 담론 형성을 이끌어야 한다. 마치 스펙트럼의 양 끝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문학과 의학을 연결하는 것이다. 적어도 이 둘이 하나의 스펙트럼에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둘째, 인문사회의학은 인간에 대한 생물·심리·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통합적인 이해와 설명의 틀을 제공해야 한다. 인간의 질병은 인간과 분리된 병원체로 분석할 대상이 아니라 그곳에는 가치관, 사회관, 질병관, 고통의 주관성, 치료에 대한 인식, 종교적 신념과 행위, 자원의 효율적 분배, 의료비용 등 인문사회적인 요소가 공존한다. 인문사회의학은 이러한 공존에 대한 설명을 시도해야 한다. 인간을 질병이 있는 객체가 아니라 고통받는 주체로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문사회의학은 이러한 사유의 틀을 제공해 주는 역할을 충실하게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문사회의학은 의료, 의학이 걸어온 과거를 되돌아보고, 그들이 선택했던 행동을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 이러한 성찰적 과정을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와 의학의 발전에 따라 새롭게 대두하는 정의, 가치관, 불평등, 윤리적 쟁점에 대해 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문사회의학에는 탐구해야 할 주제가 너무 많다. 사회와 의학이 직면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를 다루는 융합 연구 집단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인문사회의학에 관심을 갖기를 기대해 본다. 

우리대학교 인문사회의학협동과정 양은배 교수  chunchu@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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